노동부장관 교체, 정책 기조변화 신호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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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장관 교체, 정책 기조변화 신호탄 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9.04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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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운동가 출신 김영주에서 정통 관료 이재갑으로…노동계 ‘우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노동부 고용정책실 고용보험운영과장·법무담당관·미국 주재 노무관·고용정책과장·국제협력국장·노사정책실장·고용정책실장 등을 거친 ‘고용정책 전문가’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을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이 후보자는 1982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관료 출신으로, 노동부 고용정책실 고용보험운영과장·법무담당관·미국 주재 노무관·고용정책과장·국제협력국장·노사정책실장·고용정책실장 등을 거친 ‘고용정책 전문가’다.

그러나 이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명박 정부 때 노동부 차관을, 박근혜 정부 때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탓이다. 특히 노동계는 ‘친(親) 기업 반(反) 노동’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이 후보자가 ‘노동 개혁’을 이끌 수 있겠냐고 우려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

고용정책 전문가…한국당 ‘기대감’

지난 8월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취업자 수는 2708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었다. 자연히 언론에서는 ‘고용 쇼크’라는 말이 나왔다. 한때 80%를 웃돌던 문 대통령 지지율도 시나브로 50% 중반까지 하락했다.

이 후보자 임명은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졌다. 자타공인 ‘고용정책 전문가’로 꼽히는 이 후보자를 장관 자리에 앉혀, 고용 성적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이 후보자 역시 8월 31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뭐니 뭐니 해도 일자리 창출 문제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존중사회가 두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발 등에 떨어진 불’인 고용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유한국당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8월 3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갑 장관 내정자 같은 경우 저도 잘 안다”며 “오랜 공직생활을 한 관료, 차관까지 하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한 정통 관료를 내세움으로써, 섣부르게 노동시장에 국가권력이 개입하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지고 경제는 나빠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제, 이런 접근 방식이 기존과는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진다”고 말했다.

노동계 ‘반발’…정책 기조 변화 우려도

그러나 노동계는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개각 발표 직후 논평을 내고 “새로 지명된 정통관료 출신인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 때 노동부 차관을, 박근혜 정권 때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며 “재벌과의 농단이 횡행했던 전 정권 시기 거수기를 자임한 고위관료를 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퇴행인사”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자 임명이 노동 정책 기조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 활동가 출신으로서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 친(親) 노동 정책을 이끈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달리, 이 후보자는 투자 여건 조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후보자는 차관직을 떠난 직후인 2013년 4월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고용률 제고는 노동시장의 다이나믹스(역동성) 속에서 추진해야 하고,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다이나믹스’라는 단어가 ‘고용 유연화’와 연관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이외에도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노조 집행부 전임제를 축소시키는 타임오프제 설계, 비정규직 사용연한 연장,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등 반(反) 노동으로 평가받는 정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 임명이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장관 한 명이 바뀐다고 정책 기조가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그려 놓은 큰 그림 안에서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을 찾으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쪽(고용정책) 전문가기 때문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반 기업적 정책을 펴지는 않으리라는 기대는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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