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민주노총을 만든 사람이 나다.”
지난 6일 국민대 북악포럼 초청강연자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였다. 그는 한 때 좌익이었다. 또한 24년 간 노동운동을 이끌었다. 이후 공산주의 허상을 알게 돼 공부를 다시 했다. 우익이 된지는 현재 25년째라고 한다. 좌익에서 우익으로 넘어온 사연을 전하던 그는 남북이 동서독처럼 통일돼야한다고 역설했다.
치열했던 청춘의 기록. 인상 깊었던 내용 중 일부를 구술자 시점으로 옮겨본다.
어머니 유언, 20년이 돼서야 지켜
수배됐을 때 어머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잡혀가든 말든 집으로 들어가서 임종을 지켜봤다.
“문수야.”
“예, 어머니.”
“데모하는 거 좋은데, 졸업하고 데모하면 안 되냐.”
임종 전 어머니의 유언이었다. 그러시고 제 품에서 돌아가셨다. 갈등이 깊어졌다. 하지만 제적되고 수배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로부터 20년 뒤에야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졸업장 갖고 어머니 산소에 가서 보여드리는데 눈물이 많이 났다.
노동운동 계기와 전태일 분신자살의 충격
1970년 서울 상과대학 입학한 후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대학가에서는 라디오를 통해 몰래 북한 방송을 들었다. <강철서신>을 쓴 김영환도 그 무렵 등장했다. 반박정희, 민주주의, 반일민족주의 등의 구호가 흘러넘쳤다. ‘재벌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어서 우리가 이렇게 가난해졌다….’
노동운동을 위해 청계천 달동네에 가서 자취를 했다. 판잣집은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드러나 보이는 곳이었다. 어릴 때도 판잣집에서 살아봤지만 그곳은 더 비참했다. ‘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 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청계천피복노조에 들어가 야학을 한 것은 전태일 열사 때문이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이 분신자살했다. 그는 재단사인 아버지 따라 미싱을 하던 기독교 신자였다. 독실한 신앙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고 어린 여공들 빵도 사줬다. 그런 그가 분신 자살한 것은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나에게도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청년 전태일의 생전 바람이었다고 한다. 당시 근로기준법은 모두 한자였다. 한자를 읽기 어려우니 사측의 횡포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듯했다. 그때부터 노조원들에게 한자를 가르쳤다.
감옥에서 읽은 고르바초프 연설과 소련의 참상
공장생활을 7년 했다. 서울대학교 출신 중 사회주의 그룹이었다. 마르크스 레닌 엥겔스 공산당 선언 자본론, 모택동, 김일성 사상 등 이런 공부를 했다. 남영동 대공사수사실부터 중앙정보부, 안기부 등 나만큼 많이 잡혀가서 고문도 많이 받고 고생한 사람이 많지 않다. 민주노총을 만든 사람 또한 나다. 노조 때문에 85년부터 88년 10월까지 2년 6개월간 감옥에도 들어갔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이런 사람하고 비교가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좌익을 더 많이 했던 사람이다. 24년간 좌익해서 그 이후 이게 아니다 싶어서 우익을 25년째 하고 있다.
감옥에 있을 때 소비에트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의 연설문을 열 번 넘게 정독했다. '어, 큰일 났네. 내가 배운 이론과 다 틀렸다.' 공산주의 이론이 뭐냐. 핵심이 소수자인 자본가가 다수 노동자와 농민, 인민들을 착취해서 못살게 굴기 때문에 선각된 전위론자들이 들고 일어나 그 억압체제를 무너뜨리는 거였다. 러시아 같으면 볼셰비키들이 니콜라이 2세 짜르를 타도하듯 말이다. 공산주의 이상이 만인이 평등한 나라, 이러한 경제 체제를 만드는 건데 고르바초프 얘기로는 그게 안 된다는 거였다. 인간의 욕구가 계획자인 플래너들에게 플래닝 되기에는 너무 다양하고 자유로운 본성이라는 얘기였다.
독일 통일의 교훈, 우리나라도 그렇게 돼야
고민이 많을 무렵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동서독이 통일됐다. 소련이 붕괴됐고 러시아가 열다섯 개로 분열됐다. '망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던 나라가 엉망진창으로 흘러갔다 세계인구의 3분의 1, 70년간 유지됐던 공산체제가 무너지고 철의장막이 무너졌다.
소련 볼셰비키 계획 경제의 참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모스크바 여행간 사람들은 스타킹 한 장 값으로 러시아 여대생들과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처한 상황이 비참했다. 공산주의 나라가 그럴 리 없다. 부정하는 내게 중국의 모택동도 똑같다는 말이 들려왔다.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고르바초프 연설문하고 연결해보니 정말 이상했다. 그때부터 공부를 다시 했다. 국가가 옳은 일을 한다는 이유로 국민의 자유를 박탈하고, 반동으로 몰고 가면 결국 인권 유린과 가난한 나라로 전락해 망해버리고 만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등이 공산주의 이상이다. 그런데 공산국가가 평등한가. ‘김정은’은 배가 불러 있다. 북한은 하향 비평준화, 하향 불평등이다. 한마디로 망했다. 소련 스탈린식 개인숭배, 3대 세습 등 어떤 종교도 거부하고 성경 공부하면 잡혀간다. 오직 김일성교의 나라, 토지도 국유화, 집도 국가에서 배당하고, 학교도, 일도 국가에서 지정한다. '동무는 아우지 탄광 가서 일하시오, 동무네 아들은 김일성 대학에서 공부하시오. 묻지 마'다. 왜 물어.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갔다 왔지만 인민들은 그럴 수 없다. 이게 문제란 거다. 아프면 병원도 다 공짜. 근데 병원에 가면 약도 없다. 의료기기도 없다. 낫지도 않는다.
독일 통일의 교훈이 있다. 베를린 장벽도 결국 동독 국민들이 무너뜨린 거다. 돌로 쪼개고…. 군인이 지키고 총을 쏘아도 엄청난 자유의 힘과 열망으로 장벽이 무너졌다. 동독 공산당 서기장아 쫓겨났고, 인민회의 스스로 서독의 연방체제로 편입됐다. 서독의 깃발, 서독의 국호, 서독의 화폐로 흡수통일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당연히 태극기로 통일돼야 한다. 인공기로 통일돼서는 안 된다. 고려연방제라는 이상한 한반도 깃발도 안 된다. 우리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으로 통일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북한으로 통일되면 잘되면 중국 정도, 못되면 현재 북한처럼 된다고 본다. 서독이 동독 흡수통일 후 독일은 유럽의 최강국으로 떠올랐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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