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핫(hot)’한 사람을 꼽으라면 이 이름이 빠지지 않을 것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라고 표현하고,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며 ‘거침없이 우클릭’하는 인물. 바로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다.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뒤, 제20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그가 스스로를 ‘보수’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자신을 보수라고 칭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대체 왜 이 의원은 ‘궤멸 상태’라는 보수를 자처하면서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온 것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11월 20일 이 의원이 ‘나는 왜 싸우는가? 보수 혁명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았다.
“내 첫 번째 판단 기준은 ‘자유’”
11월 19일, 전원책 변호사는 이 의원에 대해 “그분의 워딩을 들을 때마다 보수를 제대로 이해하는 분이 드디어 등장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이날 강연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전 변호사가 왜 이 의원을 호평할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줬다.
“제가 원래 에스오일 상무 출신이다. 그런데 당시 저는 한나라당을 엄청나게 싫어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뭘 지향하는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가 민간인 사찰 사건이 터졌을 때다. 제가 볼 때는 민간인 사찰은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어떻게 국가권력이 개인의 삶에 침투할 수 있나. 언론 장악 문제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로 느껴졌다. 언론 자유 침해는 헌법의 가치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우파가 정말 우파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우파가 추구하는 것은 시장경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야당인 민주당에 가서 한나라당, 새누리당과 싸우기로 결심했던 거다. 당시 저는 민주당을 호남에 기반을 둔 중도개혁정당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으니까.”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회고한 이 의원은, 곧이어 자신이 왜 민주당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지, 또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열정적인 어조로 설명했다.
“하지만 저는 민주당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기본적으로 저는 기업인 출신이다. 그래서 당이 한미 FTA를 반대할 때 ‘우리가 훨씬 이익인데 왜 반대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념을 떠나, 우리에게 이익이 되냐 안 되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믿었다. 강정마을 미군기지 문제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이 중요한 나라고, 우리가 전략상 미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게 옳은 것인가 고민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케이스였다. 과거 인권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은 북한 인권을 위해서도 싸워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당에서는 당시 대변인이었던 제게 ‘북한 인권 문제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하더라. 북한과의 관계를 잘 갖고 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저는 절대 찬성을 할 수가 없었다.
결정적인 건 개헌과 선거법 문제였다. 저는 내각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주장하고 있었다. 민주당도 저와 비슷한 스탠스였다. 그런데 대선에서 집권이 가시화되니까 대통령 중임제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태도가 바뀌더라. 그때 제가 깨달은 것이 ‘권력이 다가오면 권력 집중을 선호하고, 권력이 멀어지면 권력이 흩어지는 것을 선호하는구나’라는 거였다. 저는 이게 옳지 않다고 봤다.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적 사태까지 초래됐으면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여러모로 갈등이 많았다.”
“자본주의의 불공정, 국가개입 때문”
자신이 ‘우클릭’하는 이유를 밝힌 이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자유주의적 논리에 입각한 주장이었다.
“지금 우리는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그동안 키워왔던 산업의 과실은 다 따먹었고, 이제 구멍이 좁아져서 경쟁만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걸 돌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가 팽창하고 일자리가 늘어나야 할 일이 많아져서 내가 일 할 곳도 생기는 것이다. 기업이 침체되고 축 처진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계속 생산 원가만 높이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원가를 높인다. 최저임금이 대표적이다. 국가권력이 급진적이고 강압적으로 강제를 해서 1년 만에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려버렸다. 저는 이걸 경제적 자살이라고 표현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손이 안 닿는 곳이 없는데,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원가도 높아지게 된다. 이러면 경제가 침체되고, 누구도 투자를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권력이 시장에 개입하고 자유를 침해해서 치명적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말은 쉽다. 하지만 형편이 안 되는데 돈을 올려주라고 강요하는 건 ‘너 그 돈 줄 형편 안 되면 망해’라는 이야기다. 국가권력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근로시간 단축도 마찬가지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건 의식개혁을 할 일이지, 국가가 나서서 강제할 일이 아니다. 돈을 더 벌고 싶고, 연구하는 업종이 있어서 이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하는데 국가가 나서서 ‘내가 판단할 때 삶의 질을 위해 52시간 이상 일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건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마지막으로 그는 자본주의의 장점이 ‘실력주의’에 있다고 역설하면서, 헌법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의의 문을 닫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뛰어난 것은 실력주의기 때문이다. 경쟁시장이 살벌하고 냉혹하기는 하지만, 현존 제도 중 이보다 합리적인 제도는 없다. 일각에서는 불공정을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말한다. 아니다. 불공정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권력의 과잉 개입이 낳은 문제다. 권력이 분배를 하면 어떻게 되나. 분배권을 가진 권력자가 최고가 된다. 그 결과, 권력자가 세상의 모든 부를 독점하게 되는 거다. 무시무시한 일이다. 공산주의가 이렇게 무너진 거다.
반면 미국은 왜 저렇게 번영하는가. 자본주의가 가진 경쟁의 미덕을 잘 살리기 때문이다. 국가는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고, 그게 불가능할 경우에는 돌봐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쳐야 한다. 심판이 경기장에 들어가서 ‘얘가 불쌍한 것 같아’ 그러면서 공을 주면 되겠나. 우리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위대한 헌법적 가치를 지켜나갈 때, 우리나라도 더 발전하고 번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