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리겠다더니…저소득층 가처분소득 줄고 양극화만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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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리겠다더니…저소득층 가처분소득 줄고 양극화만 심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1.23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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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파산…이제는 인정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경제지표가 날로 악화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경제 성적표가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저소득층 소득은 감소하고 고소득층 소득은 증가하는 ‘양극화’ 추세가 더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의 뿌리부터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하위 20% 가계소득 7% 감소…가처분소득도 줄어

3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계소득은 월평균 131만7600원으로 지난해보다 7.0% 줄어들었다. 특히 근로소득이 전년동기대비 22.6%나 감소한 47만8900원으로 조사됐다. 근로소득이 20% 넘게 감소한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사업소득 역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4% 낮아진 21만5900원에 그쳤다.

2분위(하위 20~40%) 가계 소득도 전년동기대비 0.5% 줄어든 284만2800원이었다. 2분위에서도 근로소득(161만4000원)과 사업소득(59만9400원)이 각각 3.2%, 1.5% 감소했다. 최저임금은 인상됐지만 저소득층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현실화된 셈이다.

반면 중산층 이상인 상위 60%의 소득은 늘어났다. 무엇보다도 소득이 높을수록 증가율이 높아지는 ‘역피라미드’식 증가 추세가 뚜렷했다. 먼저 소득 40~60%인 3분위 소득은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한 414만7500원, 60~80%인 4분위 소득은 5.8% 늘어난 569만1100원으로 나타났다. 소득 최상위 20% 계층인 5분위는 월평균 973만5700원을 벌어들여 전년 같은 기간 소득보다 8.8% 늘었다.

자연히 가처분소득도 가계소득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1분위 가처분소득은 전년동기대비 10.1% 감소한 101만200원, 2분위 가처분소득은 4.0% 줄어든 225만7100원이었다. 3분위 역시 가처분소득은 1.2% 줄어든 328만2900원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4분위 가처분소득은 2.9%가 늘어난 445만3400원이었고, 5분위도 2.5% 증가한 740만7200원으로 나타났다.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높이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본 바탕부터가 흔들린 것이다. 

▲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본 논리는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소비를 진작한다는 것이지만, 통계에 따르면 오히려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파산…이제는 인정해야”

이러자 야권은 일제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공세를 퍼부었다. 먼저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을 내고 “분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이 오히려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문재인정부가 실패한 경제정책을 계속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며, 세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반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4개월째 취업자 수 증가치는 10만 명대 이하에 머물고 있고 실업률은 13년 만에 최고다. 54조원의 혈세를 투입해 ‘불끄기알바’와 같은 가짜 일자리만 양산해 고용의 질마저 하락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올바른 정책기조로 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은 국민 불안만 더욱 가중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1분기와 2분기에 이어서 3분기 연속 큰 폭으로 소득하위가구의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소득상위 20%가구의 평균소득은 소득하위 20%가구 평균소득의 5.52배였다. 2007년 이래 11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라며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파산했다. 우리 국민의 고용과 소득, 어떤 것도 성장시키지 못했다”며 “경제정책, 이제는 바꿔야 한다.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먼저 최저임금을 동결해주기 바란다. 정 안되면 하반기로 유예해야 한다. 또한 탄력근로제 확대적용을 관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사안에서 문재인 정부와 뜻을 같이 해 온 민주평화당마저 비판에 가세했다. 민평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이 빈익빈 부익부를 키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이루겠다는 경제정책이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정부는 위기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지만 위기를 인정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청와대가 기존 정치를 이어가겠다는 오기를 이어오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실기를 할 수 있다”며 “그 피해는 서민과 국민 경제 전체에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최저임금 인상 따른 일자리 감소가 원인”

전문가들의 진단도 비슷하다. 이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일자리를 줄임으로써 저소득층의 소득을 감소시켰고, 이것이 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첫 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3일 SBS CNBC <경제와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높이면 최저임금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의 임금도 따라 올라가게 되기 때문에 고임금 근로자만 좋아지고 저임금 근로자들은 아예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며 “3분기 통계는 소득주도성장의 충격파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나고 분배가 개선될 것이라 유토피아적 정책을 폈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일자리 개수의 감소 효과가 취약계층에 집중되면서 소득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경제학과 교수 역시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좀 거칠게 말하면 문재인 정부가 말이 안 되는 짓을 했고, 그 결과로 말이 안 되는 통계가 나온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일자리가 유지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인데, 최저임금이 생산성 이상으로 올라가면 당연히 고용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생산성 증가 없이 최저임금만 올리면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이 기본적인 이론마저 무시한 엉터리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처럼 통계가 악화되면 기저효과로 내년부터는 고용상황이나 가계소득이 좋아지는 착시효과가 생길 수 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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