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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태풍②] 형식 깬 대대적 물갈이…후계자 색깔 드러내다
2018년 11월 30일 07:01:34 시사오늘 산업부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변상이·장대한·전기룡 기자)

2018년은 재계에 있어 ‘격변의 해’였다. 어느 곳에서는 40대의 젊은 총수가 등장했다. 다른 곳에서는 아버지를 대신해 조금씩 보폭을 넓혀가던 후계자가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곳에서는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이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의 하반기 정기인사를 ‘태풍’이라고 언급하는 이유이다.

대외적 요인으로 ‘태풍’에 휩싸인 그룹도 존재한다. 어느 곳에서는 구속수감으로 보폭이 줄어들었던 총수가 외부 리스크를 막기 위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어느 곳에서는 순혈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질 개선을 제창했다. 이와 달리 별다른 사건·사고에 휩싸이지 않아 무풍지대인 ‘태풍의 눈’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는 곳도 존재한다. <시사오늘>은 재계의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그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LG·포스코, 신임 회장의 데뷔무대 ‘정기인사’

   
▲ (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각사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의 가장 큰 화두는 LG그룹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9년도 정기인사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데뷔전이다. 또 향후 구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어갈 우군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11월 28일 발표된 LG그룹 2019년도 정기인사를 살펴보면 구 회장은 현재보다 미래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권영수 당시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당시 ㈜LG 부회장의 자리를 바꾸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지만, 당장의 개혁보다는 미래를 위한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구 회장은 신규 임원인 상무를 134명 승진시킴으로써 향후 자신과 함께 성장해갈 조력자를 대거 발탁했다. 신임 상무진의 평균 나이는 48세로, 이 가운데는 그룹 내 최연소 임원으로 꼽히는 송시용 LG전자 상무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은 “각 계열사별로 미래 준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발탁하는데 따른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조기에 발굴 육성함으로써 미래 사업가를 키우고 CEO 후보 풀을 넓히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 회장은 외부인사를 영입하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앞서 구 회장은 LG화학 대표이사 자리에 사상 첫 외부인사인 신학철 전(前) 3M 수석 부회장을 내정하며 형식을 깬 인사원칙을 선보였다.

또한 지주사인 ㈜LG에도 정기인사를 통해 3명의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먼저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지주사인 ㈜LG의 경영전략팀장 사장직을 담당한다. 홍 사장은 베인&컴퍼니 코리아에서 다양한 사업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前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이었던 김형남 ㈜LG 부사장은 LG그룹 계열사간 자동차부품사업의 시너지를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된다. 前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을 역임한 김이경 상무는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영입된 HR전문가다.

LG그룹 측은 “이번 인사에서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며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고객가치 달성에 필요한 역량을 채우겠다”고 취지를 전했다.

포스코에서는 제9대 최정우 회장의 취임 이후 첫 번째 정기인사란 점, 그리고 매년 해를 넘겼던 정기인사가 12월로 앞당겨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에 맞춰 경영 개혁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최 회장은 우선 실행 가능한 과제는 즉시 실천하는 한편, 조직개편이나 제도개선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 아래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춰 포스코 내부에서는 신성장사업 부문의 인사가 부각되는 실정이다. 최 회장은 신성장부문 조직을 철강부문과 동급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물론 전문성을 강화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총괄 책임자로 영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이뤄진 포스코청암재단 인사도 이와 궤를 같이 했다. 포스코청암재단은 2005년 설립 이래 포스코 회장이 이사장직을 겸임해 왔으나, 재단 운영의 전문성과 공익성을 강화하고자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김선욱 前 이화여대 총장을 이사장에 앉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연말 인사 역시 비주류, 외부 인사들의 대거 발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 회장이 실질, 실행, 실리의 3실(實)의 원칙에 따라 즉각적인 효과를 중시하고 있어 추진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인재 중심의 경영책을 펼 가능성이 농후해졌단 이유에서다.

더욱이 자체 기술개발만을 고집하기보다는 기술협력 제휴를 확대해 개방형 기술확보 체제로 전환한다는 큰 그림 역시 최 회장이 포스코 순혈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차·한화·CJ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대한양궁협회 및 각사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 그리고 CJ그룹에서는 경영승계의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인사가 이뤄졌거나, 이뤄질 예정이다. 경영일선에 나온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으로의 세대교체를 위한 밑작업이 시작됐단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사 쇄신이 예고됐다. 통상적으로 현대차는 수시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연말 인사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으나, 이번 인사만큼은 지난 9월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하게 된 정 수석부회장의 첫 인사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 정 수석부회장은 그 신호탄으로 11월 16일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변화에 힘을 줬다. 이병호 현대·기아차 중국사업본부장 부사장을 중국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한편 중국 현지 생산을 총괄하는 임원 인사도 새롭게 함으로써 조직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복심인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고문이 물러났다는 점에 주목, 정의선 시대를 맞는 현대차그룹에 격변이 일고 있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정 수석부회장은 4차 산업 혁명 등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미래 경쟁력, 신성장 동력 확보에 열을 내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춘 글로벌 인재 영입에도 더욱 공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 위기 속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인적 쇄신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미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한화그룹에서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승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실정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각 사업부문별 시너지를 창출하고, 중장기 성장전략을 추진한다는 취지하에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화큐셀 전 대표이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김희철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대표는 태양광 사업 진출 초기부터 한화솔라원 중국법인, 한화큐셀 독일법인 등에서 활동한 글로벌 전략통이다.

한화토탈 대표이사는 ㈜한화 지주경영 부문의 권혁웅 부사장이, 한화지상방산 대표이사는 한화디펜스의 이성수 이사가 맡았다. 권 대표는 정유·석유화학·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로, 이 대표는 방산사업 미래전략기획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경영효율화를 위해 사업 유사성이 높은 화약부문과 방산부문을 통합하고, 통합 대표이사 자리에는 삼성맨 출신인 옥경석 전 화약부문 대표이사를 앉혔다.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는 여승주 전 한화생명 사장도 차남규 부회장과 함께 한화생명 각자 대표에 선임됐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사업 재편이 마무리된 사장단 수시 인사보다는 하반기 임원 인사를 통해 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할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특히 일반적으로 오너 3·4세의 승진이 2년 주기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승진 3년차를 맞은 김 전무의 승진 여부는 그간 뜨거운 감자로 다뤄져 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12월 첫째 주에 하반기 임원 인사가 있었다”며 김 전무의 승진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은 2019년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를 단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박근희 부회장을 그룹 지주사인 CJ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했다는 것이다.

40년 삼성맨 출신 박 부회장은 과거 삼성그룹에서 ‘대관의 왕’이라 불렸던 인물로, 지난 8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강력한 러브콜을 받고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CJ그룹의 대외업무를 총괄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이 회장의 의중이 깔려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마당발 인맥을 가진 박 부회장을 사령탑으로 내세워 경영권 승계의 포석을 뒀다는 것이다.

현재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3세 경영에 대비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 부장은 이번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업계에서는 그가 CJ그룹 후계자가 되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SK·신세계·롯데, 미래 먹거리 초점

   
▲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각사

이와 달리 경영승계에 대한 부담이 없는 그룹에서는 향후 나아갈 사업방향과 미래 먹거리에 초점을 맞춰 안정성에 무게를 둔 정기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먼저 취임 20주년을 맞이한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지난해 정기 인사를 통해 임원 평균 연령을 48.7세로 낮췄을 뿐만 아니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장동현 ㈜SK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여도가 하반기 인사의 중요한 잣대로 활용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10월 17~19일 진행된 ‘2018 CEO세미나’를 통해 “SK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을 한시라도 빨리 내재화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경영을 실행하는 기업문화실에 대한 승진 인사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사회적 가치 경영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각 기업문화 조직의 수장들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에서는 크나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조직 개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에서도 큰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조직개편이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말 정유경 당시 부사장이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오빠 정용진 부회장과 그룹을 이끄는 ‘남매 경영’을 본격화한 바 있다.

이후 최근 몇 년간은 실적 평가를 바탕으로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신세계그룹이 면세점, 쓱닷컴 등 후발사업과 온라인 부문 사업확장을 이룩한 만큼 더욱 안정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다만 ‘롱런’ 중인 CEO들의 재선임 여부에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11년차를 맞이한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와 6년차를 맞이한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등이 그룹 내 장수 CEO로 꼽힌다. 이 대표와 장 대표 모두 견조한 실적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연임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사 시즌이 다가오며 유통 대기업의 조직 개편과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신세계는 큰 폭의 변화로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보다 소폭 인사를 통한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다른 의미에서 안정화 작업에 마련할 것으로 점쳐진다. 신동빈 회장이 8개월 동안 구속수감 된 후 첫 번째로 진행하는 정기인사이기에, 그룹의 분위기 쇄신에 힘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통상 12월 중순이나 말경 이뤄진 임원인사가 올해는 조금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그룹의 인사규모는 평년과 동일한 200명 수준이거나 소폭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는 특히 계열사 수뇌부에 대한 인사 결과가 최대 관심사다. 롯데그룹은 지난 몇 년간 대내외적인 악재에 시달리며 그룹 수뇌부 역할이 막중했다. 현재 신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났지만 대법원 재판이 남아있어 수뇌부의 역할을 염두에 둔 인사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올해 1월 이틀에 걸쳐 대규모 임원인사 이동이 있었던 만큼 연말 인사 폭은 소규모로 이뤄질 확률이 높다. 롯데는 1월 10~11일 양일간에 걸쳐 39개사의 정기 임원인사를 냈다. 당시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선우영 롯데 롭스 대표가 그룹 최초의 여성 대표로 자리하는 등 신임 대표 총 12명과 여성임원 29명이 발탁됐다.

한편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대표이사급 임원은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김정환 호텔롯데 대표,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 이홍열 롯데정밀화학 대표,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 등이다. 임기가 끝난다고 반드시 인사를 낸다고 볼 수 없지만, 신 회장이 중시하는 성과주의의 기본 틀 아래서 일부 대표의 교체도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돌아온 후 인수합병(M&A)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으로 보인다”며 “연말 인사에서는 이러한 여러 고민과 ‘뉴 롯데’라는 그룹의 방향에 대한 메시지가 반영돼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및 게임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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