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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行' 정진행 부회장, '독이 든 성배' 쥐었다
'常數' GBC·경영권 승계…'變數' 발생하면 독박
2018년 12월 13일 14:17:35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정진행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한 것을 놓고, 정 부회장이 '독이 든 성배'를 든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현대차그룹은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김용환 부회장을 현대제철 부회장에, 정진행 사장을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그룹 본사에서 정몽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두 사람이 계열사로 몸을 옮기면서,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정의선 수석부회장 시대를 선포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특히 정진행 부회장의 승진 이동은 정의선표 세대교체의 방점으로 추정된다. 정 부회장은 그간 현대차그룹 대관팀의 상징이었다. 그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사촌형으로, 폭넓은 정재계 인맥을 갖고 있어 현대차그룹에서 8년 가까이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과 지난해 정권교체로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보다 수월한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정 부회장 체제 대관팀의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광주 일자리에 호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더하는 눈치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도 이번 인사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정몽구 시대'에서 '정의선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승진 이동은 명예로운 가신(家臣)의 퇴장인 데다, 그 행선지가 그룹의 뿌리이자 핵심 계열사인 현대건설인 만큼, 대내외 위신도 챙겼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에 입사해 자재구매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 뉴시스

최근 현대건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누적 실적은 매출 12조2645억 원, 영업이익 6772억76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8%, 14.42%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승세를 보이지 않았다면 분기순이익도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건설의 실적 악화는 해외매출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서울 반포주공 1단지 등 재건축 사업 수주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쌓인 내부출혈과 피로감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최근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그룹 숙원사업인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착공이 거듭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GBC는 현대차그룹이 옛 한국전력 부지에 추진하고 있는 높이 569m, 지하7층~지상105층 규모의 통합 신사옥이다. 총 공사금액은 2조5604억 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70%, 30% 지분으로 신축공사를 진행한다. 착공 지연으로 인한 두 회사의 손실액은 연 1000억 원 가량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단순 세대교체 목적으로 정 부회장을 현대건설에 보낸 것이 아니라, GBC 건립을 위한 구원투수로 그를 파견했을 공산이 커 보인다. 그룹 대관팀 수장으로 있으면서 쌓은 인적·물적 자원을 총 동원해 그룹 외곽에서 GBC 사업에 힘을 실어달라는 특명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옛 한국전략 부지를 인수하는 데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정의선 시대' 개막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도 높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표로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를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자신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을 활용해 실탄을 마련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정진행 부회장을 현대건설로 보낸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문제는 GBC든, 경영권 승계든 모두 시간문제일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면 정 부회장에게만 책임이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브레인으로 통하는 사람을 괜히 현대건설에 보냈을 리가 없다. GBC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인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독이 든 성배를 쥔 것과 진배없다. 길게 보면 어차피 GBC는 시간문제인 상수(常數)고, 경영권 승계도 상수다"라면서 "괜한 잡음이 나오거나, 문제가 생기면 정 부회장만 체면을 구기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이번 인사의 진짜 목적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식음료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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