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칼럼> 소모적 고래싸움 중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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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칼럼> 소모적 고래싸움 중단돼야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6.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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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대기업의 '힘 겨루기'를 보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동성 자유기고가)

국회 회기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어김없이 '충돌'이 빚어졌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라는 말이 어울릴 법하다. TV 수신료를 두고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이던 과정에서 문방위 소속 야당의원들이 상임위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실력행사를 한 것이다.

그간 시청료 인상안이 이번 말고도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을 벌여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리 무리도 아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양대 정파의 물리적 충돌이 왜 이번엔 벌어지지 않나"하며 의아해 하던 참이다.

그간 유혈사태까지 빚어온 전례에 비춰 애교로 봐줄 법도 하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충돌이 일어났다. 충돌의 당사자들을 봐도 문방위의 점거 사태와도 차원이 다르다. 바로 정치권과 재계가 벌인 '공청회 논란'이다. 말이 논란이지, 사실상 거대한 몸집의 양측이 서로의 자존심을 걸고 벌인 소리 없는 전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사태의 발단은 이렇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의 투자와 진출을 규제하는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이른바 '두부 전쟁'이다. 정부가 두부 등 서민 생필품목에 대한 대기업의 자본 진출을 법적으로 금지할 것을 공언하자 대기업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관치경제에 독점기업의 횡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이들의 이해를 담은 여러 연구자료가 발표됐다. 심지어 전경련의 수장인 허창수 회장은 얼마전 이명박 정부의 경제 수장에 오른 박재완 장관을 향해 쓴소리를 여과 없이 내뱉었다. 정부가 균형 잡힌 정책을 펴고 있지 않다는 게 그의 불만이다.

그러면서 허 회장은 또 한마디의 뼈 있는 말을 했다. 정치권이 서민과 중산층에 잘 보이려고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발표된 상생 정책들이 대부분 '포퓰리즘'의 성격이 크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재계의 반발이 커지자 이번엔 국회가 나섰다. 당사자들간의 의견 교환이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국회 지식경제위는 이를 위해 공청회를 열 것을 재계에 제안했고 허 회장 등 재계 3단체의 장들이 모두 나와 의견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계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허 회장은 물론,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경제 3단체는 실무자급으로 참석 인원을 구성, 마지못해(?) 공청회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당초 정치권이 '책임 있는 분의 참석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자리를 마련한 지경위와 더불어, 정치권 전체가 이에 대해 화를 감추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치고 빠지기식 전략'이라며, 경제단체 수장들에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인사는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을 통해, 대기업의 횡포를 세세하게 밝히겠다고 벼루고 있다.

반면, 정치권의 이러한 반응과 달리, 또 다른 일각에서는 오히려 재계를 두둔하며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대기업 길들이기'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정계와 재계, 두 거대 집단의 이해가 미묘한 시기에 극한 충돌을 벌였다.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대립의 결과가 어떻게 정리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다만, 국가와 사회의 두 중추 기관이 각자의 자존심과 이해를 놓고 힘 겨루기를 벌이는 것이 '어떤 이로움을 줄 것이냐'에 대해서는 자못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가 불안과 경기 침체로 서민경제가 도탄에 빠진 가운데, 이를 돌봐야할 두 집단이 힘을 모아도 어려운 시기에 저마다의 잇속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되돌아 봐야 한다. 대기업의 풍부한 자본이 서민과 중산층의 기호를 보다 쉽게 맞추고, 가격도 저렴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 역시, 중소기업을 책임지는 서민들의 몫은 아닐지 살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내놓기 전에 '기업들의 목소리를 좀더 경청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다수 여론을 통해, 재계를 압박하는 낡은 방식은 지양되길 바란다.

명분과 실리를 놓고 벌이는 줄다리기는 결국, 양측에 씻기 어려운 피해를 입힌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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