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갑에 돈이 쌓이지 못하는 이유…주거 문제”
“청년이라고 청년만 외치는 정치를 옹호하지는 않아”
“시대가 젊어지는 만큼 정치도 젊어지게끔 도와달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이 청년 지침서(指針書)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의 날것 그대로의 생각과 고민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글이다. 지침서의 일곱 번째 페이지를 장식할 사람은 바른미래당 주이삭 부대변인이다.
주 부대변인은 2014년 안철수 대표가 추진한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청년 위원으로 지원해 당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합당선언을 통해 만들어진 새정치민주연합에 몸을 담았고, 국민의당 당직자를 거쳐 지금의 바른미래당에 정착했다. 그리고 2018년 서대문구의 최연소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바른미래당의 첫 인터뷰 주인공이자, 기초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주 부대변인을 5일 여의도 바른미래당 당사 7층 회의실에서 만났다.
- 구 의원으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나.
“청년으로서의 보람보다 정치인으로서 성장하면서 약자를 대변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정치인이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일하는 게 스스로의 폭을 좁게 만든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마음으로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 청년들이 정치 입문할 때 금전적인 부분이 문제라는 말이 있다.
“당직자로 2년 간 일하고, 의원실 비서도 하고, 기타 온갖 알바를 하면서 예금으로만 3500만 원 정도 모았다. ‘이거 다 잃어도 좋으니까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기초의원에 도전했다. 하지만 평범한 청년에게 그 정도 돈이 만 30살에 예금으로 쌓여있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금전적인 부분에서 용기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청년의 정치 입문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 그렇다면 본인도 정치 입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금전적인 부분이었나.
“아니다. 돈은 사실 빌려서라도 할 수 있다. 대신 ‘청년이기 때문에’라는 무시가 가장 힘들었다. 지역에서는 ‘쟤가 뭘 알겠어’, ‘쟤가 무슨 의미 있는 발언을 하겠어?’와 같은 평가절하 하는 발언도 들었다. 지방선거 당시 당에서는 유일하게 당직자 출신 출마자임에도 불구하고 최종에 최종 회의까지 가서 공천을 받았다. ‘청년이 뭘 알겠어?’라는 생각이 기존 정당의 문화나 틀 안에서 늘 존재해왔다. 이러한 어려움은 웬만한 거대 정당에서는 더 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의 경우 청년에 대한 공천의 기회는 그나마 열려있는 편 아닌가.”
- 바른미래당은 청년 정치인을 어떻게 기르나.
“기존의 진보 정당이 하는 아카데미처럼 바른미래당에도 청년정치학교가 있는데, 벌써 3기다. 청년 중 정치에 관심 있고 일을 하려고 하는 청년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이 단단하지 못하다. 바른미래당은 기성정치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청년 조직을 어떻게 뭉치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적다. 그래서 나라도 청년 조직을 굳건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할 계획이다.”
- 바른미래당만의 청년 정책이 있나.
“특별한 게 있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솔직히 다 똑같아 보인다. 정의당은 전체 지지층 중 청년 지지층이 두꺼운 편이고, 민주당과 한국당은 청년이 주인공이기 보단 병풍에 가깝게 쓰는 경향이 많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청년정치학교 활성화 및 혁신위원회에 2030 청년을 전면배치하는 등 청년을 키우고는 싶어 하지만, 아직까지는 병풍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 아직 한 참 멀었다고 본다. 그래도 청년이 직접 얘기할 수 있게끔 내세울 장을 열어주는 당은 바른미래당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위원회의 경우에도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030대다. 20대가 여기까지 올라오기는 쉽지 않다. 개인적인 역량이 있다면 당직의 기회든, 출마의 기회든 주는 정당이라고 본다.”
- 바른미래당이 유독 2030대 남성에게 지지를 받는 이유가 있을까.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7%라 하면,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14% 정도다. 하지만 전체에서 14%인데 큰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0대 남성 중 본인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편을 들었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지만,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의미 있는 수치지만, 20대 남성의 편을 드는 것 같은 인식을 타개하고 이제는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평등이 보편화될 수 있는 입장이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 소위 20대 남자 현상은 실체가 있다고 보나.
“있다. 없다고 하는 분들은 그분들의 이슈를 제대로 못 들어본 사람들이거나 본인들의 이슈가 더 크다고 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20대 남성이나 여성단체의 이슈 모두 중요하다. 각자의 관점에서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고, 양측의 양분된 입장을 중재하고 답도 내려야 하지만 워낙 어려운 문제라 아직 접근이 조심스럽다. 담론이 나온 이상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 청년으로서 청년 세대의 고민은 무엇인가.
“주거다. 살 곳이 있다면 뭐라도 하면서 살 수는 있다고 본다. 한 달에 월세가 50-60만 원은 기본이고, 조금 좋은 곳에서 살려면 60만 원. 신촌 오피스텔의 경우 70만 원까지도 한다. 집 하나 사는 것도 기본 2억인데 청년이 어떻게 사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돈이 쌓일 수 없는 구조에는 불만이 있다. 예금을 하든, 저축을 하든, 신탁을 넣든 간에 돈이 쌓이지가 않는다. 그리고 그 중 청년의 지갑에 돈이 쌓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주거 때문이다. 이것만 해결 되더라도 청년의 삶에 많은 부분이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 문재인 대통령의 청년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취업이든 주거든 이 분야는 대부분 민간의 영역에 있다. 민간의 영역을 정부 정책에 맞게끔 이끌고 가야하는데, 사실상 지금까지 문 정부는 공공이 만들어내려고 해왔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행복주택을 많이 만드는 것 좋다. 하지만 이는 국민이 아닌 정부의 입장에서 많이 만든 것이다. LH나 SH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등 공공이 아무리 하려고 해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건, 그 영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민간이 청년문제 해결에 참여하게끔 유인해야 한다.”
- 청년 세대로서 정치에 하고 싶은 말은.
“정치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건데, 누구나 다 하지 못하는 것처럼 돼있었다. 지금 인터뷰 하는 장소에서 사용하는 전기도 법령을 통해 가격을 정한 것이니 바로 정치가 우리의 피부에 와 닿고 있는 건데, 마치 정치가 남의 영역처럼 돼 있는 게 안타깝다. 청년들이 투표에만 만족할 게 아니라 당원으로 활동도 해보고, 본인의 입장이 정치권에서 다뤄지게끔 보다 더 적극적인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 만약 참여를 한다면 청년만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하는 게 훨씬 더 건강한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을 지켜보는 청년 국민께 부탁드린다. 단순히 ‘청년’이란 타이틀만 내걸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보다, 다른 정치인을 바라보듯 같은 잣대로 청년 정치인을 평가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청년인데, 청년은 약자니 나를 뽑아달라’며 이미지를 파는 청년 정치인보다 ‘단지 청년일 뿐인 유능한 정치인’을 지지해주시길 바란다. 내가 청년이기 때문에 ‘청년’만 외치는 정치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정치하는데 청년일 뿐이다. 정치를 잘하는 청년을 배출할 수 있게끔 의견도 많이 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선배 정치인들께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후배 정치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대가 젊어지는 만큼 정치도 젊어질 수 있게끔 선배님들이 도와주셨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년 여러분, 바른미래당 당원 가입 해주세요. 그리고 동네에서 저 좀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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