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신동욱 공화당으로
최근 우리공화당도 창당…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당명이 희화화될 땐 어떤 상황일 때 그럴까.
공화당 부침의 역사를 중심으로 엿본다.
‘이승만’하면 자유당이, ‘박정희’하면 공화당이 떠오른다. 정확히는 민주공화당이다. 故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3년 5대 대통령 선거부터 1978년 9대 대통령 선거까지 민주공화당 후보로 나와 장기 집권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민주공화당명 안에 어떤 점을 강조했을까. 1963년 창당 당시의 발기선언문을 보면 대략의 유추가 가능하다. 그 안에는 ‘구질서가 4·19, 5·16 등 두 번의 혁명에 붕괴되고 앞으로 신질서에 의해…’라고 나와 있다. 5‧16 군사쿠데타를 4‧19처럼 혁명의 반열에 올려 정당성을 꾀하고자 함이 가늠되고 있다.
1979년 유신체제가 무너진 뒤 전두환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정당해산조치에 의해 민주공화당도 사라진다. 다시 부활할 수 있던 것은 공교롭게도 군부의 막을 끌어내리는데 성공한 1987년 6월 항쟁을 맞으면서다. 그해 10월 박정희 정권의 잔류파들이 모여 창당한 것이 신민주공화당이다. 이들은 김종필 총재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고, 재기를 꿈꿨다. 그러나 12월에 있던 13대 대선에서 8.1%라는 저조한 성적을 얻으며 동력을 잃어갔다. 나중에는 3당 합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에 흡수되며, 1990년에 당은 해체됐다.
한동안 잠자고 있던 공화당이 눈을 뜬 것은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에 의해서다. 허 전 총재는 1997년 민주공화당을 만들고, 그해 15대 대선에서 0.2% 득표에 그쳤다. 이후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경제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0.4% 득표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결혼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2008년 12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10년간 피선거권을 제한받기에 이른다. 선거 출마를 못하게 되면서 그가 운영하던 공화당도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허 전 총재는 왜 민주공화당, 경제공화당 등 공화당으로 했을까. 이에 대해 허 전 총재의 공화당에서 당직을 맡았던 관계자는 2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처음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창당할 당은 새로운 가치의 당”이라고 전했다.
허 전 총재는 지난해 12월부로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이에 20대 대선에 출마한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터다. 당도 새로운 당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국가혁명당’으로 오는 8월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창당식을 가질 계획이다. 관계자는 “이 나라는 단순한 수술 갖고는 고칠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나라 전체의 시스템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게 허 전 총재의 생각”이라며 “국가혁명당은 (국회의원 100명으로 축소 등) 33개의 혁명 공약을 모토로 한다”고 했다.
어찌 됐든 허 전 총재가 놓은 이후 그 뒤 공화당은 신동욱 총재에 의해 부활됐다. 신 총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의 배우자로 2014년 공화당을 창당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당을 만들 당시 신 총재도 박정희 전 대통령 공화당 때의 황소 로고를 부활시키며 그의 정치 철학과 사상을 계승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는 공화당 외에도 태극기 부대를 지지 기반으로 하는 우리공화당이 새로 생겼다. 지난 6월 대한애국당은 조원진 홍문종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우리공화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새 출발했다. 우리공화당 역시 창당 발기문을 통해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정신과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부국강병의 정신을 계승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자유 통일 의지를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며 만들어진 당인 만큼 ‘박정희-박근혜 부녀로 이어지는 정치 철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실제 우리공화당이라는 당명 또한 감옥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일련의 부침 속에서 공화당이라는 당명 또한 희화화 경향으로 흐른다는 견해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27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당명은 당이 추구하는 가장 중심된 철학과 가치, 노선을 반영하고 있다”며 “그런데 공화당 경우 허 전 총재, 신 총재, 태극기부대 세력으로 이어오며 대중의 인식 속에 온전한 당으로서의 공감대를 얻기보다 희화화된 이미지로 인식되는 듯하다”고 했다. 즉 “당명이 성공적으로 대중 속으로 안착화 되기 위해서는 중심 구성원의 행보가 어떤지와 무엇보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성공여하에 따라 달려 있다”는 해석이다.
새누리당에서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의 경우 갖가지 파격적 발언과 막말들로 홍역을 치르며 그 당명조차 희화화돼갔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제1야당으로서 당의 입지를 굳건히 하면서 그런 이미지는 희미해진 상태다.
이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손혜원 의원의 주재 아래 시민 공모를 통해 선택된 더불어민주당이란 당명도 처음에는 대중에 익살스럽게 어필되면서 갖가지 패러디 용어들을 탄생시키며 희화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 승리, 대선 승리까지 연이은 성공가도를 달리며 당명 또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 된지 오래다.
반면 제3당이긴 하나 바른미래당 경우 선거에 연속 참패와 거듭된 내홍으로 인해 당명조차 설 곳을 잃어가며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없다' 식의 갈수록 희화화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시각에서 공화당이란 당명을 보면, 허 전 총재와 신 총재로 이어져오면서 그 이미지가 희화화된 측면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허 전 총재 경우 초능력 주장과 가수 활동 등을 하며 대중 속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숱한 논란과 웃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신 총재 또한 자극적 발언과 이색적 행보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며 관심을 일으켰다. 예컨대 김연아 선수가 세월호 참사 당시 이를 추모하며 노란 리본을 달자 종북이라고 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허 전 총재에 대한 대선후보 영입 러브콜, 강용석 변호사와 논란이 있던 도도맘 김미나 씨에 대한 대변인 제안 등도 이슈를 몰고 온 것들이다.
그러나 두 당 모두 당수의 개인기에 의존해 명맥이 유지됐을 뿐 총선에서 단 한 명의 후보도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해 왔다. 때문에 희화화가 더욱더 부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공화당 역시 극우 프레임에 발목이 잡혀 있는 태극기 부대 이미지와 최순실 국정농단 등에 의해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어 그 연장선상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련의 시선들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허 전 총재의 경제공화당부터 몸을 담은 당직자는 이런 얘기에 공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희화화돼 보인다면, 신동욱 총재가 공화당을 통해 여러 행보를 하면서부터 아니겠느냐”라고 언급했다.
우리공화당 경우는 두 당과 비교되는 것 자체를 원천 거부하며 더욱 불쾌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 인사는 27일 통화에서 “우리공화당은 모든 국민의 주권화인 공화제를 근간으로 한다. 미국의 전통적인 공화당, 박정희 대통령 당시의 공화당처럼 본래의 가치를 되살리려는 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문재인 정권처럼 촛불만 국민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 나라는 촛불도, 태극기도 있다”며 “30만 명이 좌파독재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본래의 공화의 의미를 되살리는 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좌우명 : 꿈은 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