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단일화 전 합당해야 한다 설득했지만 안 돼”
“김종인, 安과의 야권 단일화 처음부터 방해”
“오세훈, 순수하고 착해 金얘기 안 듣고 安 편”
“단일화한 것이 재보선 제일의 승리요인 돼”
“정권교체하려면 결국 선거공학밖에 길 없어”
“野 통합전대로 갈 것…당대표 출마? 허허허”
“윤석열 입당해야, 제3지대서는 대권 못 잡아”
“내 정치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은 대통령 선거”
“대화해, 대통합 진보우파의 길로 가야 필승”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세운 기자, 윤진석 기자]
무대는 왜 무대일까. ‘무성 대장’이라 무대다.
‘무대’라는 별명이 딱 그를 말해주는 것도 같다.
무대 위는 주연부터 조연, 엑스트라까지 다양하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그 판을 받치고 있으니 무대답다.
조만간 별의 순간을 잡을 무대가 시작된다.
누가 그 별을 잡을까.
-인터뷰에 앞서-
김무성 전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이하 김무성) 대표를 찾은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 야권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단일화 어떻게 성사시켰나.
△ 정권교체 판을 준비하는 거로 안다. 내놓을 비책은 뭔가.
△ 당의 산적한 난제를 풀기 위해서 김무성이 필요하다. 당대표 나서나.
4월 19일 한낮이었다. 서울 마포구 집무실에 들어섰다. 유리창 너머로 커다란 꽃나무부터 보였다. 건물 2층 높이의 키다.
“산벚꽃이오. 원래는 그 자리에 액자가 있었소. 꽃을 보고 싶어 저리로 옮겼어요.”
점잖은 말투였다. 4월의 꽃을 보기 위해 옮겼다는 꽃그림 액자는 김무성 뒤편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밖에서는 살랑살랑 꽃잎들이 부대꼈다. 뉘엿뉘엿 설명하다 창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흐뭇한 미소다.
“껄껄걸” 볼펜으로 줄 그어가며 질문지를 읽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중간중간 혼자 웃었다.
“근데 완전히 판을 바꾼 거잖아요?”
시작은 이렇게 시작됐다.
1. 단일화 막전막후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원래 4·7 서울시장 출마 안 한다고 했잖아요. 그러다 갑자기 나온 건데 어떻게 설득이 된 건가요.
“흐름부터 설명하겠소.”
- 그러시죠.
“내가 마포포럼을 하고 있잖소. 우리의 정신은 비움입니다.”
포럼의 정식 명칭은 '더좋은 세상.' 김무성은 지난해 20대 국회 의정을 마치고 중도개혁우파 전현직 의원들이 함께하는 공유 플랫폼 연구모임 단체를 만들었다.
“어떤 일에 골몰하고 발이 빠지면 세상이 안 보여요. 현직에서 물러나 한 발짝 뒤에 서면 보이거든. 우리가 할 일이 뭐냐. 정권교체를 위해 이대로 있을 수 없다….”
- 꼭 정권교체를 해야 합니까. 당위성이 뭔가요.
“헌법 수호지.”
- 문재인 정부가 헌법 수호를 안 한단 말입니까.
“헌법정신을 위반하고 있잖소.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이 정권 때문에 나라가 극한 혼란에 빠지고 있어요. 헌법 수호 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해요. 이건 아주 중요한 얘기야.”
이 말도 덧붙였다. “경제 기반도 그래. 부모보다 자식이 못 사는 세대가 돼가고 있잖아. 우리로서는 보고 있을 수 없지.”
- 정권교체와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설득과는 무슨 관계죠?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했어요. 결국은 야권 단일화 외에는 길이 없겠더라고.”
- 왜 그런가요.
“지난 19대 대선에서 말이야.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41.08%를 얻었어요. 최순실 사태 났지, 우파 정당 무너졌을 때잖소.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인데도 저쪽에서 최선으로 한 게 41.08% 였어요. 자유한국당 홍준표(24%), 국민의당 안철수(21.4%), 새로운보수당 유승민(6.8%) 세 명 득표율을 합치면 우리가 이기는 게임이었어요. 근데 졌단 말이지.”
강조하려는 듯
“결국은 선거공학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요.”
- 결과적으로는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그렇게 간 거 아닙니까.
“단일화를 했으니까, 이긴 거지.”
- 단일화를 제일의 승리 요인으로 보는 겁니까.
“안 그러면 서울시장 선거를 구조적으로 이길 수가 없어요.”
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박원순 시장 10년 동안 일 년에 수백억 원씩 쏟아부어 자기 조직을 만들었잖소. 먹이사슬이 서울 전역에 얼마나 엄청나게 퍼져있겠어. 여야 구청장이 24 대 1. 시의원은 사실상 103(범여)대 6이나 돼요. 시·구·동 관변 단체가 거의 민주당 편이잖소. 구조적으로는 못 이기는 게임이었어요.”
- 계속 설명 주시죠.
“안철수라는 정치적 거물이 참여하니까, 오 일이 되어가네? 잘하면 이길 수 있겠구나. 국민 관심이 쏠리게 된 거예요. 희망이 보인 거지. 나경원, 오세훈 정치 거물들까지 붙으니까 흥행이 된 거 아니겠소. LH(한국주택공사) 사태니, 이 정권의 코로나19 백신 실정이니, 청년들의 분노 폭발 등이 가속도가 돼 준 거고 말요.”
- 언제부터 안철수 대표를 설득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겁니까.
“안 대표가 마포포럼에 와서 발표했을 때 있잖소.”
안 대표는 지난해 11월 12일 마포포럼 강연자로 나섰다.
- 원래 서로 좀 알지 않았나요.
“같은 정치인이고, 국회의원을 해도 서로 앉아 대화하거나 한 적은 별로 없었어요. 근데 한 시간 정도 안 대표 얘기를 듣고 보니까 우리와 생각이 똑같은 거라. 다른 게 하나도 없었어.”
- 어떤 점을 말하는 건가요.
“나는 안 대표를 강남 좌파로 생각했거든. 들어보니까 좌파가 아냐.”
다음은 둘이 나눈 대화.
김무성 : 당신 강남좌파가 아니오.
안철수 : 아니, 어떻게 제가 강남좌파가 될 수 있겠습니까.
김무성 : 당신이 볼 때 우리를 수구꼴통 극우보수 꼰대 이런 집단으로 알고 왔을 거 아니오. 사실 우리는 안 그렇소.
안철수 : 압니다.
김무성 : 우리는 당신을 수구 강남좌파, 정치적 미숙아로 봤는데, 그게 아닌 걸 알았소. 이렇게 생각이 똑같은데, 우리가 분열돼 수구좌파 정권을 연장하는 데 역할을 하면 안 되지 않소. 같이 갑시다.
안철수 : 아예 좋습니다. 같이 갑시다.
“이렇게 된 거예요.”
2. 安 때리는 김종인, 속 타던 협상
- 안철수가 서울시장 생각이 없었잖아요.
“그러더군. ‘나는 시장 생각이 없다’ ‘대권 나간다’ 이랬지.”
하지만 안 대표는 한 달여 뒤 일요일(2020년 12월 20일) 긴급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정부 여당의 입법 독재에 대한 우려와 백신 접종 관련해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한 것 등이 결심의 이유였다.
“(출마하기) 2주 정도 안 대표가 굉장히 고민했던 모양이야. 나도 집중적으로 설득을 했지.”
김무성 : 서울시장에서 이기지 못하면 대권을 못 이기오.
안철수 : 정권교체 위해 저라도 출마하겠습니다.
“안철수의 헌신이었지.”
- 헌신이라고 봅니까.
“그렇지 않아요?”
- 네.
“큰 결단을 내린 거잖소. 또 뭐라 했냐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겠습니다’ 이리 얘기했거든. 그런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뭐라 했노. 자기중심으로 후보 단일화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렇게 왜곡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톤이 높아졌다.
“핵심이 그거지. 우리를 떨어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안철수 대표가 스스로 장애물을 제거해줬잖아. 집권을 노리는 우리 당으로서는 더 이상 기쁜 일이 있을 수 없지. 그렇지 않아?”
- 동의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당에서 총동원해서 ‘안철수 너 결단에 고맙다, 높이 평가한다’, ‘단일화 협상은 쉬운 일이 아니니 실무자한테 맡기자’ 이렇게 해야지. 안 대표를 보호해야죠. 왜냐면 안 대표도 단일화하면 우리의 잠재 후보가 되는 거 아니요. 상처 입히면 안 되잖아?”
침을 삼켰다.
“김 위원장이 또 뭐라고 했냐면, 입당하라 이랬거든. 작은 당이지만 공당의 대표인데, 탈당하고 입당하라는 거잖소.”
- 왜 그랬다고 봅니까.
“오지 말라는 거랑 같아요. 김 위원장은 처음부터 단일화를 방해했어.”
- 진짜 왜 그랬을까요. 상대편 후보(박영선)는 비판하지 않고 안 대표만 때렸단 말이죠.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 같아.”
자세히 말은 안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공인이잖아요. 법적 지위가 비대위원장이면 제일 야당의 대표잖아요. 개인적 사감을 갖다 대면 안 되지.”
- 나중에는 그래도 자당 후보부터 뽑은 뒤 단일화할 거다, 했잖습니까. 일주일 만에 단일화하면 된다고 말이죠.
“말이 안 되는 소리지. 일주일만에 단일화가 되나. 당사자들끼리는 안 돼요. 내가 계속해서 ‘빨리 단일화 실무협상을 붙여라….’ 그런데도 김종인 위원장은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계속 방해를 했지. 큰일이다. 안 되면 낭패다, 하는 수없이 (이재오 전 의원과) 기자회견을 한 거잖소. ‘김종인, 협상에서 손 떼라. 후보끼리 만나 결단해라.’”
시간이 흘러, 올 3월의 얘기다. 예상을 뒤엎고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이겼다. 이후 야권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김무성이 직접 나섰다는 설명. ‘오세훈-안철수’ 후보끼리 만났다. 3월 17, 18일 양일간의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일 단독 등록을 하기로 했다.
- 근데 잘 안됐잖아요?
“국민 앞에 공언한 거잖소. 약속은 지켜져야지. 근데도 김종인 위원장이 계속 안 된다. 서두를 것 없다…. 3월 25일 투표용지 인쇄 들어가기 전에 하면 된다….”
혀를 찼다.
“나중에 안 되겠으니, 오세훈 후보가 양심이 있고 순수하니까 김종인 위원장을 찾아간 거 아니오.”
- 그래도 잘 안됐지 않습니까.
“‘왜 왔냐’ 쫓아 보냈다는 거 아니야. 다음날 당사로 갔더니 ‘지금(17~18일) 하면 지는데 왜 나서느냐. 가만히 있어라.’ ”
- 결국, 19일이 지났죠.
"안철수 대표가 가만있겠소? 둘이 한 신사협정이 깨졌는데 그로서는 이걸 깰 수 있는 명분이 생겼잖소. 김종인 위원장 하는 거 보니 안 되겠고 말이야. 그럴 때 ‘단일화 아니면 길이 없다….’ "
막판 설득 끝에 양측의 전향적 양보 선언을 이끌었다는 말로 들렸다.
“안 후보가 깨고 나갔으면 둘 다 안 되는 거요. 그런 위기가 있었어요.”
3. 합당 설득했지만 실패
양자 모두 앞다퉈 상대측 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 22일부터 여론조사를 시작해 23일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오 후보 승리, 안 대표 패배.
- 안철수 대표가 진 이유를 뭐라고 봅니까.
“합당했으면 이겼지. 그랬다면 무조건 安으로 가는 거지.”
- 처음부터요?
“난 처음부터 합당 안 하면 길이 없다고 설득했어요.”
- 안철수 측은 본인이 국민의당에 있어야 중도개혁보수가 주도권을 잡아 더 큰 판을 만들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거 아닙니까.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요. 아마추어들이 하는 어드바이스지.”
- 안철수는 ‘우리 지지층은 중도와 젊은 층인데 이들이 다 달아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를 우려했잖습니까.
“나는 중도층이 우리 국힘당을 싫어하니 ‘내가 들어가 바꾸겠다’ 선언하면 되는 것 아니냐….”
- 끝까지 설득이 안 된 겁니까.
“안 되더라고.”
- 아무튼, 결과적으로 잘 된 거 아닙니까.
“그렇지. 오세훈 후보도 서울시장에 당선돼 우리 당을 살렸고, 안철수 대표도 깨끗하게 승복하고 온몸을 던져 선거 유세하겠다며 환하게 웃고 나왔잖아. 빨간 넥타이 매고 말이야. 그런 모습이 감동을 줘 대선주자로서 다시 희망이 보이는 거고 말요. 정치인으로 재평가받게 된 거지.”
- 일각서는 김무성이 ‘오세훈 아닌 안철수를 도왔다’, 그래서 오 후보가 서운해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무슨 소리요. 내가 (오세훈 후보) 본인한테 그랬어요. ‘안철수 설득해 경선에 참여시키고, 김종인 위원장이 자꾸 때려 산통 다 깨는 상황에서 붙잡고 있었던 게 安을 도운 거냐. 오세훈 당신이 한번 대답해 봐라. 누구 때문에 됐노? 안철수 때문에 된 거 아니냐.' 그랬더니 '맞다'고 하더라고….”
- 오해는 풀렸군요.
“큰일 하다 보면 그런 오해를 받게 돼 있어요.”
- 안철수와 더불어 김무성이 사실상 서울시장 재보선 승리의 일등공신입니다. 그런데 조명이 잘 안됐다고 보는데 어떻습니까. 선거후 ‘김종인이 잘해 오세훈이 됐다’는 것만 부각됐는데 서운하지 않았습니까.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느냐. 재야에 있는 사람이랑 현직에 있는 사람의 차이오. 재야와 제도권의 차이지.”
- 김종인 위원장 경우 늘 논란이 됩니다. 행적을 보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19대 새누리당 대선 캠프서 비대위원일 뿐인데 일등공신으로 추켜세워진 점도 그렇고, 20대 총선서 민주당 비대위원장일 때는 새누리당 공천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었지 않습니까.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지만 87년 헌법 119조 2항을 만들 당시 개헌특위 8인 소위원회에 참여한 것이 과연 맞는지도 불투명하고 말입니다. 자서전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는 1990년대 동아은행 뇌물수수 사건 역시 진정한 반성이 없는 듯보였습니다.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분이긴 하지.”
- 선거 끝나는 날까지 안 대표를 때렸잖습니까. 대선에서 큰 혼란을 야기할 거라고도 했습니다. 아까 김 위원장이 사감 때문에 그랬을 거라 했지만, 대권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글쎄요.”
고개를 저었다.
“난 아니라고 봐요. 스포트라이트 받은 것을 좋아할 수는 있겠지. 4월 8일인가 물러났잖소. 어쨌든 박수칠 때 떠날 줄 안 것은 잘한 일이에요. 높이 평가해야 할 일이지.”
- 떠난 뒤에도 국민의힘을 계속 공격했잖아요. 당에서 붙잡지 않아 불쾌해 그런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떠나 있으면 한 일주일간은 소화가 필요한 법이에요. 침묵을 지키고 있어야 했는데…. 안 그러면 욕을 먹어.”
말을 아꼈다.
4. ‘정경심 유죄’와 ‘윤석열 가처분’
- 김종인 위원장이 그래도 사감을 많이 하고 우를 범하기도 했지만, 호남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한 것은 잘한 일이잖아요. 어찌 보면 부산에서만 6선을 한 (김무성) 대표께서도 지난 21대 총선 때 호남에 출마하겠다고 했잖습니까. 치유와 상생을 위한 김 위원장 행보와도 맥을 같이 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단 말이죠.
“나는 호남과 인연이 깊잖소.”
김무성은 1980년대 5‧18 광주 학살에 비분강개해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경우다. YS 상도동계로 들어온 것도 다시는 5‧18 광주 학살 같은 게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직선제 쟁취운동을 하다, 문민정부 때는 YS를 도와 5‧18 피해자 보상 및 특별법 제정 등에 앞장서 왔다.
“아버지가 경상도 분이지만 운영하던 전남방직 공장이 광주에 있었고 말이오. 우리 자형도 전남의 오래된 집안 분이요. 일자리가 없을 때는 포항에서도 사람들이 광주 공장으로 많이 왔었소. 그들이 지금은 광주 사람이 돼있지. 아직도 영호남 감정싸움이 한일전 민족 감정처럼 돼 있는 것 보면 마음이 아파요. 망국병이지.”
화제를 돌렸다.
재보선에 대해 정리할 겸
- 안철수가 출마 선언하면 판이 바뀔 거라는 걸 직관적으로 안 겁니까.
“오랜 정치 경험상 안 거지. 우리 사회가 완전 절망의 늪으로 빠졌잖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기를 마련한 게 뭔지 아오?”
- 뭔가요.
“나는 ‘정경심 유죄’라고 생각해요. 김명수 대법원장이 온 뒤로 사법부를 완전히 버려놨잖아.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찬양 발언이나 하고 고개나 숙이고 말이야. 우리 사회는 끝났다. 판결이 잘못 내려져도 무슨 방법이 있겠나. 절망의 상황에서 어느 이름 없는 판사가 유죄를 내린 거 아니오. 두 번째는 ‘윤석열 가처분 신청’을 냈을 때요. 그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우리 사법부에 아직 양심이 있는 판사들이 있구나.”
‘껄껄걸’ 웃었다.
“거기에 ‘안철수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참여’하겠다는 것이 희망에너지를 불러 넣은 거예요.”
5. 선거는 공학, 노선은 진보우파
대화는 정권교체로 넘어왔다.
- 차기 정권을 찾아오려면 야권 단일화밖에 없는 겁니까.
“내 말 했잖소. 선거만큼은 선거공학이 제일 우선이오.”
한마디 더 보탰다.
“분열하면 져요.”
- 1987 이후 지금까지 우파에서 이기려면 중도보수 이미지를 가진 후보가 나왔을 때 여유롭게 이겼습니다. 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현대그룹창업주) 후보가 나와 보수표가 갈라졌지만, 중도 이미지인 YS(김영삼)가 나와 승리했습니다. 2007년 대선 때는 이회창 후보가 독자출마해 보수표가 갈라졌음에서도 중도 이미지인 MB(이명박)가 나와 이겼습니다. 반대로 1997년과 2002년 강경보수 이미지인 이회창 후보는 낙선했고,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가 나와 외연 확장에 나섰음에도 힘들게 이겼습니다. 결국, 우파는 중도개혁 후보를 내세워야 수월하게 이긴다는 공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당은 중도실용주의 노선으로 가야 해요. 내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소. 이 말은 꼭 써줘요.”
- 무슨 말입니까.
“국민의힘은 진보 우파로 가야 이겨요.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 대 보수 개념을 갖고 있잖아. 이건 틀린 설정이오. 북한에 가면 공산당이 수구보수 아니가. 정당의 이념은 좌우로 가야 돼요. 우리는 우파인데 진보적 우파로 가야 되고 말이오.”
- 왜 그래야 합니까.
“알고 보면 중도로 가야 한다는 말과 똑같은 말이오. 우리 당이 극우 이미지로 4번의 선거에서 지고, 고생했지 않소. 선거에서 이길 수 없어요. 정당은 이념도 같아야지만 정권 쟁취를 해야 하는 거요. 이겨야 한단 말이오. 그러려면 스펙트럼이 넓은 당이 돼야 하오. 중도로 옮겨져야 하고, 그게 진보우파라 이거요.”
- YS는 개혁보수였잖아요.
“개혁보수가 곧 진보우파요. 중도실용주의도 진보우파고 말이요.”
- 한때 국민의힘이 완전히 오른쪽(극우)로 온 이유가 뭘까요.
“제왕적 대통령제가 우리 사회를 양극단으로 만들었어요.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이 됐지.”
- 정치발전하려면 내각제로 가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인데 어떻게 봅니까.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언젠가는 논의돼야 할 날이 오지 않겠소.”
6. 대화해, 대통합의 길
- 정권교체를 위한 김무성표 비책, 단일화와 진보우파, 그리고 또 뭡니까. 이참에 필승전략 좀 꺼내주죠.
“우파가 분열돼 있잖소. 대통합을 해야 하오.”
-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갈 용의가 있습니까.
“지금은 측근들도 안 만나는 줄 아오. 나야 만나고 싶지. 언젠가는 만날 날 있겠지.”
- 근데 박 전 대통령이 억울하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억울하긴 한 겁니까.
“형사재판 형량이 억울한 일 아니오. 너무 가혹하잖소.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부정한 사람이 아니오. 측근이 부정한 것을 본인이 다 뒤집어쓴 거요. 항변해도 안 통했잖아. 특활비 문제도 억울하지. 전직 대통령들 다 받은 건데 말이오.”
- 사면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명박·박근혜) 두 분 모두 8월 15일 사면될 거라고 봐요.”
- 지난번 여당 쪽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사면론 얘기를 했다가 강성 지지층들에게 집중 공세를 받지 않았습니까.
“이 전 대표가 괴로워 사흘간 잠도 못 자고 고민했다는 얘기가 있소만…. 하여튼 사면을 한다면 우파 분열을 바라고 하는 것 아니겠소.”
- 별 영향이 있을까요.
“소분열이든 대분열이든. 그러든 말든 우리야 사면 되기를 학수고대하니까.”
- 재보선 기간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공동대표, 홍준표 전 대표, 재야의 대부 장기표 국민의소리 공동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을 비롯해 태극기 부대를 이끄는 한 축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과 합심해 비상시국연대를 꾀했잖습니까. 나아가 황교안 대표 등 친박 핵심인사들과도 만날 의향이 있습니까.
“언젠가는 해야지.”
- 황교안 대표가 차기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으로 나가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어떨까요.
“하하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듯 웃었다.
“내가 먼저 연락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만나야지 않겠소. 우파 대통합을 위해서는 대화해를 해야 하오. 친박하고도 말이오.”
- 이번 재보선 기간을 거쳐 조금은 융화돼가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태극기 부대에서 제일 동원력이 큰 조직이 무슨 조직인 줄 아시오?”
- 글쎄요.
“고교연합이요. 전국 340개 고등학교 동창회를 갖고 있는데 말이오. 동원력이 제일 좋아요. 한 번은 거기 관계자가 찾아왔어요. 말하자면 나를 비판하고 따지기 위해 말이오. ‘왜 탄핵부터 했냐’ 따지더라고. ‘내 말 다 끝날 때까지 경청할 거요?’ 쫙- 설명을 했지. 그 뒤 완전히 우리 멤버가 됐어요. 매주 토요일이 회의인데 제일 열심히 나와. 태극기 부대도 많이 변하고 있다, 하더라고.”
7. 김무성 당대표? 글쎄….
여당도 그렇지만 야당 역시 요즘 차기 원내대표, 전당대회를 앞두고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차기 당대표 선출은 차기 대선과 연관돼 있는 만큼 역할론이 중요할 거라는 관측이다.
- 특히 대통합을 하려면 말이죠. 국민의힘 내부도 산적한 과제가 남아있지 않습니까. 당장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관건인데요 통합전대 과연 될까 우려하기도 합니다.
“아, 됩니다 돼요. 안철수 대표도 하기로 했고 말이오. 전 당원 투표를 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을 달라는 것이지. 통합은 될 거요.”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 <더300> <미래한국연구소> 공동의뢰로 4월 18일 실시한 결과 김무성이란 이름도 상위권에 포함돼 있었다. 주호영 16.6%, 김웅 11.3%에 이어 김무성 10.2%로 3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조경태 8%, 홍문표 6.6% 등의 순이었다.
- ‘김무성 당대표론’이 계속 들려옵니다. 직접 나설 생각은 없습니까.
“나는 말이오. 장외에 있는 홍준표 전 대표도 빨리 들어오도록 판을 깔아야 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 등 여러 문제를 푸는 데 역할이 있지 않겠소. 이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 다 들어와라. 설득해야 하고 말이오.”
- 그게 당대표 역할 아니겠습니까. 대통합 판을 열려면 경륜 있는 자가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도권이 아닌 재야는 한계가 있고 말입니다.
“허허헛….”
헛기침을 했다.
- 그런 판이 안 열리는 겁니까.
“아니 뭐 그것보다는 탄핵 이후 내가 뭘 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 백의종군 해왔는데 계속 그럴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하하핫…….”
곤란한 미소가 번졌다.
8. 시대정신과 킹메이커
다른 질문으로 넘겼다.
-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봅니까.
“나는 공정사회라고 봐요. 2008년 미국에 금융위기가 옵니다. 졸지에 금융회사들이 무너지고, 월스트리트 넥타이 부대 샐러리맨들이 거리로 나오게 돼요. 이후 마이크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대히트를 쳐요.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싸인을 빨리 줬느냐.”
여기까지 말하다, 또 물어왔다.
“<미스트롯>이 왜 인기가 있는지 아오?”
- 뭡니까.
“공정경쟁 때문이오. 시청자 투표로 일이삼 등이 가려지잖소.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공정경쟁을 하니 대중이 열광하는 거요.”
- 야권에서도 공정을 위해 영남후보론보다 비영남 대선주자가 나와야 한다고 보는데 동의합니까.
“나는 일등 하는 사람 밀 거요. 일등 하는 사람을 확실하게 밀어야지 안 그러오? 이기는 게 중요하지.”
-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지지율 1위입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봅니까.
“윤석열 전 총장이 안 들어오면 대통령이 안 돼요. 윤 전 총장이 대통령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좌파 정당의 연장이 달렸으니 중요한 거지.”
- 입당하는 순간 지지율이 떨어질 거라는 전망도 있잖습니까.
“들어올 때 그냥 들어오면 안 되지. ‘국민 여러분, 제가 들어가 저 당을 변화시키겠습니다’ 해야지.”
- 차라리 당 밖에서 당을 하나 만들어서, DJP(김대중+김종필) 식으로 하는 게 낫다고들 하잖습니까.
“그건 어려워요. 정치 경험도 없는 사람이 밖에서 당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야.”
- 제3지대로는 안 된다는 말입니까.
“어림없어요.”
- 왜 안됩니까.
“내가 역으로 질문을 해볼게요. 윤 전 총장이 신당을 만든다 칩시다. 지지율이 1위라고 국민의힘이 싹 가서 붙느냐 이거야. 반이라도 갈까? 뭐 충청도 인사들은 갈지도 모르지.”
이야기는 계속됐다.
“TV 종편 채널 등에서 평론가들이 그러지 않소. 국민의힘으로는 안 된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윤석열 같은 뉴페이스는 밖에서 정계개편을 해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렇게 어드바이스 하잖소. 근데 그걸 따르면 죽는 거요. 평론가들 말이 맞으면 자기들이 선수로 뛰지.”
‘껄껄걸’ 어깨가 흔들렸다.
- 윤석열 전 총장을 두고 ‘제2의 반기문’이 될 거라고 전망하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정치 신인인 그에게 추가로 조언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뭐가 있습니까.
“김종인 위원장은 윤 전 총장더러 ‘별의 순간을 잡았다’ 했잖소? 나는 제대로 된 선수를 잡아야 한다고 봐요.”
- 킹메이커 말입니까?
“그렇지.”
- 만날 계획이 있습니까.
“나를 알아주고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줘야지.”
- 원희룡, 안철수, 윤석열…. 모두 잡으러 오면 어떡하겠습니까?
“껄껄걸.”
다시 목이 젖혀졌다.
9. 정치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
- 정부 여당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주죠.
“분열할 거요.”
- 네?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까지 빠졌잖소. 더 내려갈 일만 남았어요. 백신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 오게 돼있거든. 지금 벌써 이스라엘 국민들은 평화롭게 마스크 벗고 웃으며 거리를 활보하잖소. 미국도 3,4분기 때부터 자유왕래를 시작한단 말이야. 근데 우리는 코로나 규제 때문에 새장 속에 갇혀 꼼짝을 못 하는 거요. 백신도 안 들어오고 말이오.”
- 그래서 분열된다?
“이낙연 전 대표 입장에서는 국민 인기가 없어도 친문의 지지를 받으면 되니까 목숨 걸고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하잖소. 이재명 경기지사는 어떻소. 가만히 보니까 친문에서 자기 쪽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많거든. 이미 독자세력도 있고 마니아도 형성돼 있잖소. 문 대통령에 가까이 가면 표 떨어지니 슬슬 차별의 벽을 칠 거요. 언젠가 이재명 지사 입에서 대통령을 때리기 시작하면 분열인 거야.”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
- 상도동계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면 YS 재평가도 이뤄졌겠죠.
“그랬겠지.”
- 유력 대선주자였다가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상도동계 대권은 이대로 물 건너가는 건가요.
“...”
- 대권을 못 잡은 게 배포가 없어 그랬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당 대표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은 세워야 하는데 안 그랬잖습니까.
“나를 두고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말이오. 여당(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대통령과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는 그 같은 것은 안 하겠다고 결심했던 사람이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무성은 “정치의 마지막 종착역은 대통령 선거”라고 했다. 지난해 4월 <시사오늘> 인터뷰 때가 생각난다. 20대 국회의원실 짐 정리를 할 무렵 그는 벚꽃 산책을 제안하며 돌아보면 우파 분열을 가장 두려워했다고 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뭐든 할 거라고도 했다.
목표는 달라진 게 없는 듯했다.
※ 위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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