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5월 판매량 보니…SUV ‘25만’ vs. 세단 ‘13만 대’
인기 시들한 그랜저·K8…싼타페·쏘렌토 등 볼륨 SUV는 성장세
하이브리드에 전기차도 SUV가 대세…크로스오버로 세단 대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데이터로 자동차시장 보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자동차 내수시장이 고객 수요가 몰리는 SUV 차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현대차·기아의 SUV-세단 간 판매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SUV 판매량이 세단의 2배 수준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말 그대로 세단은 몰락하고, SUV는 전성시대를 이룬다. SUV 차종은 전기차 전환기 속 배터리 탑재에 유리하단 이점까지 안고 있어 앞으로도 수요 확대를 지속할 것이란 평가다.
21일 현대차·기아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 1~5월 SUV(RV 부문) 합산 판매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6.7% 늘어난 25만1438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세단(승용 부문) 판매량은 25.2% 줄어든 13만321대에 그쳤다. SUV 판매는 늘고 있는 데 반해 세단은 하향 압박을 받으며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상황이다.
물론 SUV의 강세는 올해 만의 일이 아니다. 같은 기준(1~5월)으로 최근 4년치 판매량을 비교해보면, 2022년부터 SUV 시장의 우위가 굳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까지 시장 수요를 사이좋게 나눠가졌던 흐름은 2022년, 2023년 2년 연속으로 SUV가 6만 대 넘게 앞서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더욱이 올해는 해당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정점을 찍고 있다. 사실상 '더블 스코어'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업계도 SUV로 집중되는 고객 수요 쏠림 현상을 더 이상 반짝 트렌드가 아닌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올해 세단 시장이 크게 위축된 배경엔 현대차 그랜저의 판매 부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랜저의 1~5월 판매량은 2만7667대로 전년 동기간 5만1442대 대비 46.2%나 빠졌다. 그랜저는 현대차 세단 판매 내 절반 이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델이다. 올해 들어 신차효과 둔화를 겪으며 고전 중이다. 이에 현대차의 올해 1~5월 세단 판매량은 최근 4년새 최저치에 해당하는 6만8532대에 그쳤다.
기아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세단 판매는 16.2% 감소한 6만1789대를 기록했다. 그랜저 형제 모델 격인 K8의 부진과 경차 모닝의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세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8은 1~5월 판매량이 반토막 나면서 1만 대 판매를 겨우 넘는 수준이고, 모닝은 42.8% 줄어든 6098대 판매에 그쳤다.
세단이 판매 부진을 겪는 사이, SUV 시장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현대차에선 SUV 대표 모델 격인 투싼과 싼타페가 하이브리드 인기를 앞세워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현대차 SUV 판매량은 5월까지 3.0% 오른 10만1768대를 기록했다. SUV 판매량이 1~5월 사이 10만 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세단에도 존재하지만, 공간활용 및 패밀리카로의 사용성이 우수한 SUV 모델에서 그 수요 또한 더욱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아 브랜드에선 SUV 수요 증가세가 더욱 거세다. 2021년 1~5월 당시 10만9000대 수준이던 기아 SUV 판매량은 올해 1~5월 15만 대에 근접한 14만9670대까지 치솟았다. 3년 새 4만 대에 이르는 수요 확대를 이룬 것으로, 셀토스와 스포티지, 쏘렌토로 이어지는 RV 대표 3인방과 국가대표 미니밴으로 불리는 카니발의 높아진 인기가 주효했다. 하이브리드에 더해 호평받는 디자인을 구축한 점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는 SUV 모델들이 주도권을 쥔 자동차 시장 흐름은 현대차·기아 뿐 아니라 모든 브랜드에 통용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수요가 빗발치는 하이브리드 뿐 아니라 캐즘 이후 대중화 국면에 놓이게 될 전기차 시장에서도 SUV가 그 수요를 대부분 가져갈 것이란 분석에서다. 전기차 배터리 탑재와 공간성 확보를 위한 유리한 설계 구조 등의 이점을 갖는 것은 물론, 고객 수요 자체가 SUV 시장에서만 계속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 투입되는 전기차 모델들 역시 SUV 차종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음달 고객 인도를 본격화하는 캐딜락 리릭은 쿠페형 준대형 SUV로, 아우디 Q8 e-트론 역시 준대형SUV,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첨병 모델로 포지셔닝된 기아 EV3는 소형 SUV로 구분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중형 전기세단 아이오닉6를 투입해 세단 수요 회복을 노렸으나 사실상 첫해를 빼면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워졌다"며 "오히려 크로스오버, 쿠페형 SUV가 사실상 세단의 성격을 흡수해 대체하는 상황인 만큼, 앞으론 세단과 SUV의 경계를 구분짓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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