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원희룡, 주류 손잡고 날아오를까 [정치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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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원희룡, 주류 손잡고 날아오를까 [정치人]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4.06.27 15: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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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비주류’ 한계에 발목 잡혀…주류 지원 받고 숙원 이뤄낼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은 아까운 정치인이다. 개인적 감상이 아니다. 정치 전문가들의 평가다. 동료 정치인들의 평가다.

아까운 정치인. 많은 걸 함축하는 말이다. 기본적으론 아쉬움이 묻어 있다. 승천(昇天)하지 못한 잠룡(潛龍)이란 뜻이다. 하늘에 올랐다면 ‘아깝다’는 수식어가 붙을 리 없다.

그러나 긍정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영어엔 토털 패키지(total package)란 표현이 있다. 팔방미인(八方美人)이란 뜻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렇다.

대권주자급 정치인에겐 3S가 필요하다. 스펙(Spec), 스토리(Story), 스킨십(Skinship)이다. 원희룡은 모두 갖췄다.

스펙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주도가 낳은 천재. 학력고사 수석과 사법시험 수석. 정치인으로도 승승장구했다. 3선 국회의원이자 재선 도지사는 대권주자급 중에서도 드문 경력이다.

정치권에선 흔하디흔한 전과도 없다. 좋은 이력은 화려하고 나쁜 이력은 전무(全無)하다.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스펙이다.

스토리도 풍부하다. 원희룡은 ‘개천에서 난 용’이다. 어린 시절 쌀밥도 구경하기 어려웠다. 고기반찬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학교엔 찢어진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진 집에 전깃불도 안 들어왔단다.

공부를 시작한 계기도 가난이었다. 어느 날 술 취한 빚쟁이가 집에 들이닥쳤다. 바닥에 칼을 꽂고 부모님을 협박했다. 가난이 뭔지를 깨달았다. 그렇게 학력고사 수석이 됐다.

하지만 대학에선 학생운동을 했다. 야학(夜學)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데모를 위한 유인물을 배포하다가 유치장 신세도 졌다. 경찰 수배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법시험 수석 소식을 실은 당시 신문 기사 제목이 ‘운동권 출신 곡절 많은 사시수석’이었을 정도다. ‘천재’라는 별명 뒤에 감춰진 스토리는 원희룡의 강점이다.

스킨십도 좋다. 유권자와의 대면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만나고 대화하며 표심을 가져올 줄 안다. 이미지에만 기대는 정치인이 아니다.

선거 성적표가 증명한다. 제22대 총선서 인천 계양을로 가기 전까지 ‘5전 5승’이었다. 원희룡이 떠난 후 서울 양천갑은 더불어민주당 차지가 됐다. 제주도도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선거력’으론 그를 능가할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늘 비주류(非主流)였다. 국민의힘은 영남 출신이 주류다. 전체 당원 40%가 영남에 분포한다. 제주도 출신인 원희룡으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고 ‘확장성’을 내걸기도 어렵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다. 보수정당에서 확장성 있는 후보란 수도권이나 충청도 출신을 뜻한다. 제주도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렇게 원희룡은 늘 ‘주변인’에 머물렀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번 당대표 경선에선 원희룡이 주류(主流)다. 대선 경선에서 패하고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 보상이다.

대선 후보가 경선 탈락 후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일했다.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냈다.

제22대 총선에선 험지(險地) 중 험지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했다. 심지어 상대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 험지에서 산화(散花)하는 모습은 그를 주류의 자리로 밀어 올렸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 원희룡은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의 일원이 됐다. 마포포럼은 김무성 전 의원이 이끄는 단체다. 김무성은 중도보수를 상징하는 ‘킹메이커’. 그런 그가 원희룡의 손을 잡았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지원사격에 나섰다. 홍준표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 제의를 거절했다. ‘정치를 잘못 배워도 한참 잘못 배웠다’고까지 했다. 대신 원희룡을 만나 포옹했다. ‘원희룡 같은 사람이 당을 맡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홍준표는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이은 2위였다.

원희룡에겐 3S가 있다. 스펙도 스토리도 스킨십 능력도 다 갖췄다. 그에게 없던 단 한 가지는 세력이었다. 제주도 출신이란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약점이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늘 앞을 막아섰던 ‘세력’이 그의 편이다. 그야말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다. 여기서 실패하면 변명의 여지도 없다. 과연 원희룡은 주류의 손을 잡고 승천할 수 있을까. 어쩌면 7·23 전당대회는 차기 대권의 판도를 바꿔놓을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될지도 모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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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응원 2024-06-27 17:38:00
화려한 스펙 뒤에 그런 스토리가 있는줄 몰랐어요. 그래서 연설하는것도 진정성이있고 친근한 이웃같고 그랬구나~ 꼭 당대표 되시길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