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의 문제는 ‘셀카’가 아니다 [까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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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의 문제는 ‘셀카’가 아니다 [까칠뉴스]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10.17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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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국감 셀카’ 논란에 대표 명의 사과문
‘신중하지 못한’ 셀카보단, 책임회피성 ‘신중한’ 발언이 문제
국감 안전대책 관련 질의에 정인섭 사장 원론적 답변만 반복
답답함에 김동관 부회장 증인 채택 제안…하청노조도 원성
안전 강조해 온 한화오션, 진심 곡해되는 이유 고민할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이 15일 국회 환노위 국감 증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이 지난 15일 국회 환노위 국감 증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의 ‘국감 셀카’(국정감사 셀프카메라) 행동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정 사장이 같은 증인으로 출석한 가수 팜하니 씨와 웃으며 셀카를 찍는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이날 정 사장은 올해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최소 다섯 차례 발생한 사망사고의 책임자 자격으로 국감장에 소환됐는데요. 유명 가수를 가까이서 보니 국감 증인 신분임을 망각한 것일까요. 팜하니와 셀카를 찍고 좋아하는 가벼운 정 사장의 모습에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논란이 일자, 한화오션은 대표이사 명의로 즉각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국회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쳤다.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진짜 문제는 정 사장의 셀카가 아니었습니다. 셀카는 국감 태도 논란이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였을 뿐이니까요. 이날 국감장에선 정 사장의 ‘신중하지 못한’ 셀카보다는 ‘신중한’ 발언이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앞서 노동계 등은 한화오션 등 조선업계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배경으로 노동자 과반을 차지하는 하청 노동자, 재하청인 물량팀 등이 안전 문제에 대해 발언권이 적다는 점을 지적해 왔습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 중지를 요청하는 작업중지권이 하청노동자 등엔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고, 중대재해 작업 부문의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할 때도 하청노동자 등의 목소리는 적절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하청노동자와의 공동교섭, 원청의 직접 고용 등이 필요하단 제언도 꾸준히 나왔습니다.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 2022년 중앙노동위원회의 관련 판정이 있기도 했고요. 원청인 한화오션이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날 정 사장을 증인석에 세운 국회의원 10여 명도 대부분 이 같은 노동계 요청에 대한 한화오션의 고민과 결론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고민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반복했습니다.

하청 노동자, 원청 노동자, 원청, 고용노동지청 등이 참여하는 4자 안전보건 관련 정례 테이블을 만들 용의가 있냐는 이용우 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질문에 정 사장은 “그런 프로세스를 어떻게 만들지는 법, 제도를 좀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하청노동자 5인 대상 470억 원 규모 손해배상소송 취하 관련 이학영·박정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간의 대답을 반복했습니다. “한화가 인수하기 전에 청구돼 있던 소”라며 “철회하면 우리에게 주주들이 배임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답한 겁니다. 주주총회에 관련 안건을 올리면 되지 않냐는 반문에는 “이건 법적으로 그런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낮은 기성금과 그로 인한 하청 노동자 임금 체불, 노조 대응 문서 작성 등 문제제기에도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답변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까닭일 수 있습니다. 한화오션이 지난 9월 안전보건 대책으로 관련 예산의 대폭 상향이라는 자구책을 이미 고민 끝에 내놓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자신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임도 감안해야 하고요.

다만 출범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출범 이전의 선택과 시스템에 책임을 묻고, 정부가 나서기 전까지는 더 움직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집하는 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네요.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보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쯤되니 정치권도 단단히 뿔이 났습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정 사장의 답변이 계속 ‘법의 테두리’만 말하면서 뱅뱅 돌고 있다”고 일갈했고,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대답을 전혀 얻지 못했다”며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증인 채택을 제안했습니다.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도 “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업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을 더했고요. 국감이 끝나자 하청노조(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즉각 정 사장의 발언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게재했습니다.

왜 한화오션의 ‘진심’이 가닿지 않는지를 다시 고민해 볼 때입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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