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명절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명절에 느끼는 부담감과 피로감은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어떤 사람은 명절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며 명절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는 다르다. 차례는 명절을 맞아 돌아가신 조상을 공경하는 전통예법이다. 이에 비해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의식으로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 제사가 돌아가신 분 중심이라면, 차례는 살아있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는 제사에서의 예의는 상에 올리는 음식보다는 제를 올리는 사람의 정성에 있다고 보았다. “제사는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극진히 하는 것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정도에 맞추고, 병이 있으면 근력을 헤아려 무리하지 않아야 진정 효를 다하는 후손의 모습이다.”
기록을 보면 예전에는 명절 분위기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추석은 추수기에 한숨 쉬어가며 ‘닭 잡고 술 빚어 온 동네가 취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기는 날이었다’고 한다. 조상 제사상 차리는 게 주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즐겁게 먹고 놀면서 그 김에 조상님께도 인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 한 출연자가 우스갯소리로 “명절 이후에는 이혼율이 증가하니 오늘은 음식을 만들지 말자”고 해 웃음을 유발시킨 적이 있다. 이는 명절 쇠기에 대한 후유증을 토로한 것인데, 그냥 웃고 넘기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5년간 명절이 있는 달의 이혼 신청 건수를 조사한 결과 평소보다 평균 10% 이상 많았다고 한다. 명절이 되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의무가 돼 있다. 그로 인해 부부 간, 형제 간 갈등이 증폭되고 결국 이혼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예전 어느 일간지에서 읽은 칼럼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간소한 명절 차례상 차림과 관련해 배울 점이 있어 중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유교적 가치관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제사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처럼 보인다. 친구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지켜야 되는 가치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병들어 갔다. 혼란스러웠다. 과연 이 가치가 꼭 지켜져야만 되는 가치인지 의심하게 되었다. 결국 친구는 제사를 대폭 줄이고 음식도 최소한으로만 하자고 했다.’
차례는 사전적으로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공경하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됐지만 차례를 지내는 근본 이유는 실은 산 사람을 위한 것이다. 후손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누어 먹고 가족 간의 단란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면 조상님 혼이라도 내려다보며 흐뭇해하지 않을까. 돌아가신 분 때문에 산 사람들이 갈등하는 것은 조상 보기에도 민망한 일이다.
추석 명절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조상들을 위한답시고 부질없는 허례와 형식에 매달리다 다투거나 마음을 상한다면 이보다 더 큰 어리석음은 없을 것이다. 조상들도 이런 후손들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명절 차례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친척들 간에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전하는 추석 한가위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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