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나이가 들면서 인생 후반전에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그렇게 많지는 않을 듯하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적으나마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책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체력이 있는 한 한평생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다. 조용한 새벽녘에 깨어 찬물로 잠을 쫓고 책 속에서 명문(名文)을 찾아 메모하며 글을 쓸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자유와 일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매일 규칙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반복하는 힘과 그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태도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결실을 맺어주는 건 ‘꾸준함’이다. -진희정 <하루키 스타일> 中에서
창의력은 잡념이나 공상과는 구별이 된다. 기발하거나 엉뚱 발랄한 생각 자체를 창의력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창의력은 어느 한순간 무(無)에서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라, 기존 사실이나 이론에 작으나마 변화를 더하는 힘이다. 그러기에 다양하게 공부하지 않고 사색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더하기란 불가능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식의 은행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책이라는 거인의 무동을 타고 살아가는 것이다.
계획성 없는 삶은 목적지를 잃고 표류하는 돛단배와 같다. 하루 24시간,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 있다. 일하는 시간을 정해 놓지 않으면 온종일 일 때문에 헤매는 사태에 이른다. 하루를 시간 단위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민하는 시간이나 일하는 시간을 구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꾸준함은 좋은 결실을 맺는다. 절주나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결심 자체가 아니라 결심을 실천하는 꾸준함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은 3일을 마친 다음날이 임계점이다. 작심삼일은 실천의 어려움을 방증하고 있다. 혹자는 “작심삼일을 반복하면 꾸준함과 같아지는 것 아니냐”며 우기기도 하지만, 연달아 포기하는 것은 실패의 문으로 가는 지름길에 불과하다.
꾸준함을 이길 사람은 없다. 농부는 연초에 세운 계획에 따라 씨 뿌려 벼를 심고 가을에 결실을 거둔다. 과제는 언제 씨를 뿌리고, 뿌린 씨앗을 어떻게 보살피며, 어떤 열매를 맺을 것인지를 기획하는 것이다. 시간과의 꾸준한 대화로 곡식은 영글어 간다.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면 시간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정해진다.
아무리 혼자 생각하고 머리를 짜내도 그 해답을 찾기 힘들 때, 그 해답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중 하나는 책이다. ‘책은 도끼다’는 말을 떠올려 본다. 머리를 내려치듯 책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책과 함께하는 여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고 들을 게 많아 즐거워진다.
40, 50대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 무엇인가 선택해야 하는 터닝 포인트가 된다. 인생 100세 시대, 제2의 삶을 준비할 때라는 걸 절감한다. 내 안에서 가치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타성에 젖은 삶에서 주체적인 삶의 방식으로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자기 혁신을 위한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즈음 귀뚜라미 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짙어져 활동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여름내 덮어두었던 책을 펼쳐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