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수익 낮아지는데 유지·관리 비용까지 분담하는 건 너무해"
"힘들게 구축한 기존 결제망을 무조건 개방하는 건 달갑지 않을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모든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앱 하나로 송금·출금 할 수 있는 '오픈뱅킹' 시대가 내달부터 시작된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일 토스를 비롯한 핀테크업체 78 곳과 은행 18곳이 오픈뱅킹 이용 신청을 했다. 기존 폐쇄적 금융 결제 시스템이 개방적으로 바뀌면서, 은행권에서는 시장 경쟁 가열에 따른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오픈뱅킹은 은행의 송금·결제망을 핀테크 기업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결제시스템으로, 10월 은행권 중심으로 시범운영을 거쳐, 12월 정식 가동될 예정이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한 은행이나 핀테크기업의 앱을 통해 본인이 소유한 모든 계좌 조회가 가능하며, 자금의 출금이체도 가능해진다. 즉 앱 하나로 전 은행들의 기본적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체 및 조회 등이 가능한 정보 제공 기관으로 일반은행 16곳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2곳까지 총 18개 은행을 정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지급결제 기능이 있는 금융회사의 참여에 대해서는 검토 중에 있다.
금결원에 따르면 오픈뱅킹 이용을 신청한 기업은 은행 18곳, 핀테크 기업 78 곳으로 총 98 곳이다. 12월 정식 서비스 운영을 위해서는 신청은 9월 말까지 마쳐야한다. 핀테크 기업 중 토스, 뱅크샐러드 등이 신청했으며, 네이버페이, SK플래닛, LG CNS 등 대기업도 신청 준비 중에 있다.
오픈뱅킹 도입으로 은행 고유의 결제망이 개방되고, 이용할 수 있는 결제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등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픈뱅킹 제도는 소비자의 금융 편의를 높이고,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을 도모해 개방형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주요국들이 결제시스템 개방 등을 통한 글로벌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오픈뱅킹을 통해 오로지 좋은 상품과 서비스만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이 유입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시중은행들은 고객 편의에 맞춘 서비스 개편과 혁신에 집중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드는 비용과 수수료 수익 감소에 따른 비용을 은행권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오픈뱅킹을 통해 수수료가 절반 이하로 떨어짐에 따라 이로 인한 수익은 낮아지고, 오픈뱅킹의 유지·관리 등 운영비용도 은행들이 분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혁신과 개방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고, 전세계적 트렌드를 쫓는다는 측면에는 공감하나,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은 외국과 달리 송금 등의 결제망이 굉장히 편리하고, 우수한 국가인데, 이런 상황에서 고객 편의성을 이유로 기존 은행의 결제망을 모든 핀테크기업들에게 개방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많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고객의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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