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지지율과 싸움의 기술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한국당 지지율과 싸움의 기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9.30 17:3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전략 부재 두드러지는 한국당…‘싸움의 기술’ 터득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한국당이 투쟁 일변도 전략을 펼치는 동안, 민주당은 상황을 반전시켰다. ⓒ뉴시스
한국당이 투쟁 일변도 전략을 펼치는 동안, 민주당은 상황을 반전시켰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수행해 3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32.5%) 대비 2.0%포인트 하락한 30.5%로 나타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0.2%로, 지난주(38.1%)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떠들썩한 정치권과 달리,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이 민심(民心)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국민들은 조 장관 임명에 동의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리얼미터>가 9월 18일 실시하고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5%가 조 장관 임명을 ‘잘못한 결정’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잘한 결정’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5.3%에 불과했다. 상당수 국민이 조 장관 임명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한국당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전략의 승리이자, 한국당 전략의 패배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장관 임명이 역풍(逆風)을 불러오자, 민주당은 ‘피장파장’ 전략을 들고 나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아들을 공세 대상으로 삼아, 소위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논리적으로 보면 나 원내대표의 아들 문제와 조 장관의 가족 문제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이 전략은 ‘보수는 진보보다 더 부패했다’는 프레임을 작동시킴으로써,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한국당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그 다음으로 민주당은 조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아이콘’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사실 조 장관과 검찰개혁의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다. 비(非) 사법고시 출신에 학자 시절 검찰개혁을 부르짖은 경험이 있으나, 그것은 바로 직전 법무부장관인 박상기 전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학자로서 했던 발언과 실제 행동이 달랐다는 측면에서 보면, 조 장관이 진정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심이 확대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조 장관을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밀어올리고, 그에 대한 수사를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검찰의 ‘쿠데타’로 규정함으로써, ‘조국 반대=검찰개혁 반대’라는 프레임을 구축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언젠가부터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검찰 조직을 지키기 위한 조직적 반발’로 해석됐다. 이로써 조 장관의 각종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조 장관이 장관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냐’라는 물음은 사라지고, ‘검찰이 조 장관을 무리하게 수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질문만 남았다.

반면 한국당은 조 장관 개인에 대한 공세에 집중했다. ‘보수가 진보보다 더 부패했다’는 프레임을 깰 수 있는 국회의원·고위공직자 자녀 입시 관련 전수조사 카드는 오히려 민주당에서 나왔다. 프레임이 검찰개혁으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한국당은 ‘조국 사퇴’ 주장만 내걸면서 민주당의 전략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동안 하락하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반등했고, 줄어들었던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도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조 장관 임명 강행 직후, 한국당에서는 ‘죽어가던 보수를 조국이 살렸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에서, 한국당은 상황을 반전시키기는커녕 ‘무능력한 야당’이라는 프레임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모양새다. 이제는 한국당도 ‘투쟁 또 투쟁’을 외치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현 시대에 맞는 ‘싸움의 기술’을 터득해야 하지 않을까.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ddd 2019-10-01 14:30:21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