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안전의 대명사'로 통하는 볼보는 패밀리카 구매를 고려하는 고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브랜드다. 올해 11월까지의 판매량이 1만 대에 육박했다는 사실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한다. 이 중에서도 볼보의 플래그십 모델인 XC90와 V90 크로스컨트리(이하 V90)는 꾸준한 판매량을 바탕으로 저만의 입지를 쌓아가고 있다. 주력 판매 모델은 아니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확연한 개성을 바탕으로 아빠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두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하자면 고민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전세계적 트렌드이자 활용성이 뛰어난 SUV를 따를 것인가, 세단과 SUV의 장점을 고루 섞은 왜건을 선택할 것이냐를 두고서 말이다. 이에 기자는 아빠의 마음으로 XC90와 V90 시승에 임해 그 상품성을 살펴봤다.
우선 두 차종 모두 볼보의 SPA 플랫폼을 바탕으로 패밀리룩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내외관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전면부는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T자형 헤드램프와 아이언마크가 적용된 세로 모양의 그릴이 공통으로 자리잡아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자아낸다. 다만 그릴을 자세히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XC90은 수직 크롬 바로 구성된 세로 방향의 그릴을 통해 볼륨감이 부각된 반면, V90은 그릴 바마다 5개의 메탈 장신구를 넣어 중후한 매력이 더해졌다.
후면부는 세로로 뻗어있는 볼보의 유선형 LED 리어램프가 적용돼 비슷하다. 그럼에도 V90의 디자인이 조금 더 유려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데다, 리어램프가 트렁크까지 파고 들어가 있어 날렵한 인상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어느 한 쪽의 디자인이 우세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어린 자녀들이 있는 고객이라면 210mm의 최저 지상고를 확보한 V90이 조금 더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타 세단 모델이나 SUV 모델보다는 높지만, XC90의 240mm보다는 확연히 낮아 승하차가 편리해서다. XC90만큼은 아니지만 고르지 못한 표면에서도 차량 하부 보호가 어느 정도 용이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실내는 두 모델 모두 간결하면서도 따뜻함을 갖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콘셉트로 꾸며져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세로형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로 대변되는 직관적인 조작감과 연결성을 구현한 것은 물론 쾌적한 공간에서 전해지는 아늑함을 통해 볼보 90 클러스터의 매력을 십분 전달하는 것이다. 여기에 공통적으로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을 갖춘 것은 물론 동승객을 위해 센터 터널에 마련된 230V 아웃렛, 4구역 독립 온도 조절 시스템 등을 적용한 점은 패밀리카로써의 기능을 부각시킨다.
XC90와 V90은 적재 용량 면에서 덩치값을 제대로 해낸다. 실제로 XC90은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3열 시트 폴딩 시 1007ℓ의 적재가 가능하며, 2열까지 폴딩할 경우에는 그 용량이 1856ℓ까지 늘어난다. V90 또한 왜건 모델답게 SUV 버금가는 적재량을 자랑한다. 기본 560ℓ의 적재량에 2열 좌석을 모두 폴딩하면 트렁크 용량은 최대 1526ℓ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성인이 캠핑 시 차 안에서 숙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라는 게 볼보 측의 설명이다.
이날 시승은 각각 고객 선호가 높은 XC90 D5(디젤)와 V90 T5(가솔린) 차량으로 이뤄졌던 만큼 직접적인 동력 성능 비교가 어려웠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다운사이징된 2.0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온오프로드 주행을 만족시키는 강인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특히 XC90 D5는 최대 출력 235마력에 최대 토크 48.9kg.m를 발휘해 묵직하면서도 안정감있는 고속 주행이 용이했다. V90 T5는 터보차저를 적용해 최고 출력 254마력, 최대 토크 35.7kg.m를 발휘, 제법 스포티한 주행 질감을 선사하면서도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승차감과 정숙성을 고루 갖춰 매력적이다. 여기에 두 모델 모두 4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돼 큰 차체임에도 안정감있는 핸들링이 눈에 띈다.
더욱이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굽잇길을 돌거나 가감속이 급격하게 이뤄지더라도 자세가 흔들리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이따금 작동시켜 본 파일럿 어시스트 II 기능 역시 설정된 속도에 맞춰 차선을 기민하게 읽어냄으로써 안전 트렌드를 선도해 온 볼보의 기술력을 입증해냈다.
결론적으로 세단보다 유리한 거주성과 적재량을 지닌 두 차종 모두 야외활동이나 도심 데일리카로서의 우수한 활용성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충분했다. 세단에 가까운 승차감과 정숙성을 요구하면서도 가족들의 많은 짐을 가뿐히 싣고 즐거운 여행길에 오르고자 한다면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가, 가족들과 함께 오프로드 주행과 아웃도어 활동의 재미에 초점을 둔다면 XC90이 최상의 선택지가 될 듯 싶다.
한편 이번 시승 연비는 XC90 D5가 10.9km/ℓ를, V90 T5가 10.2km/ℓ를 각각 기록했다. 공인 연비와 비교해서는 XC90(9.2km/ℓ)과 달리 V90(12.6km/ℓ)은 다소 미치지 못했다. 다만 정체 구간이 많았던 도심 주행이 V90 시승 시 길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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