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 지지자에 취하면 지지율은 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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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 지지자에 취하면 지지율은 하락한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12.18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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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난입 시위 주도는 한국당의 자충수
아전인수 말고 ‘진짜 메시지’ 에 집중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뉴시스
지난 16일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는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규탄대회' 참가자들 ⓒ뉴시스

지난 16일 국회는 시위대에 둘러싸였다. 보수시민단체 회원들과 우리공화당 당원 등이 한데 섞여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다른 정당 국회의원들이 폭행·폭언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에 대해 정의당은 1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고발했다. 비록 본인들이 의도하진 않았을지라도, 이 사건의 빌미는 한국당이 주최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규탄대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지도부는 이 시위를 주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핵심인사들은 현장에서 시위대가 본청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그 선봉에 서기를 자처했다. 이들의 해산도 황 대표가 '다음을 기약'하며 정리하면서 이뤄졌다.

한국당의 입장에선 분명 고무적인 일이었을 수 있다. 이 시위대가 보여준 응집력과 불법을 불사하는 과격성은 한국당을 향한 '지지 열기'의 방증이다.

그런데 한국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리얼미터>의 정당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은 12월 둘째 주 29.3%를 기록했다. 앞서 11월 넷째 주 32.9%, 12월 첫째 주 31.4%에 이어 30% 선 아래로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위대의 열기와는 대조적이다.

한국당의 중진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장외로 나가 자신들의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마치 취한 듯 기분은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정치는 원내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라고 한국당 지도부의 장외 투쟁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바른정당 출신 야권 정계의 한 핵심당직자는 17일 기자와 만나 "진보에게 도덕성이 생명이듯, 보수에겐 품격이 중요한데 한국당은 자꾸 알아서 자기 이미지를 내다 버리고 있다"면서 "황 대표 등은 열성 지지자들에게 취했다. 지지율에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는 이렇게 지지자들의 열기에 취해 무리한 정치를 이어가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실 한국당에겐 반면교사를 삼을만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달 벌어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돌아보자.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로 대변되는,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열기도 만만치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열기를 등에 업고 조 전 장관 임명을 밀어붙여 봤지만, 정부와 여당 지지율은 동반 하락을 거듭했고 결국 상황의 귀결은 조 전 장관의 사퇴였다.

서초동 집회는 같은 시기 광화문에서 열렸던 시위와 비교할 때 그 규모와 열기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결정적 차이점은 메시지였다. 국민들의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을 조 전 장관 임명으로 무리하게 아전인수격 해석을 한 댓가로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의 판정패를 했다.

다만 광화문 집회도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가장 높은 열기를 보였던, 극단적 지지자들이 외쳤던 '문재인 하야' 등 무리한 요구의 메시지들은 알아서 자연소멸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공감대를 얻었던 '조 전 장관 퇴진'만 이뤄졌다. 열기가 명분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한국당은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했을까. 패스트트랙을 비롯해, 현 쟁점들이 원내에서 협상해야 할 안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장외세력의 열기에 취해 이들을 국회 안으로 끌어들였다.  패스트트랙 안건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보다, 국회를 둘러싼 시위대의 충격적인 사진이 더 강하게 각인됐다. 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가 18일 전화상으로 "협상에도, 여론에도 좋을 것이 없는데 왜 (황 대표가) 굳이 저런 일을……"이라며 우려를 표했을 정도다.

특히 다가오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더욱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금 정치적인 고전(苦戰) 원인 중 하나는, 지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의 열기에 취한 나머지 그 모두가 자신들의 열성 지지층이라고 착각했다는데 있다. 거의 모든 행위에 '촛불혁명'을 바탕에 둔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열성 지지층만 납득시켰을 뿐, 확장성을 가져오지 못했다.

열성 지지층도, 상대적으로 '라이트(가벼운)'한 지지층도 숨은 지지층도 모두 한 표다. 이들은 극단적 퍼포먼스보다 메시지에 끌려 모인다. '정치는 메시지'라는 격언을 한국당도, 문재인 정부도 다시 한 번 고민해볼 타이밍은 아닐까.

해당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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