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노조 저지로 15일만에 정상업무
기업은 노조 “이번 투쟁은 정부에 대한 항의…출근 저지 계속”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노조의 저지로 첫 출근이 무산됐다.
새 은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을 비롯 한국씨티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의 수장들도 노조 반발로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노사 타협을 통해 정상적인 업무를 이어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7년 9월 수출입은행장 취임 당시, 노조의 출근저지로 닷새만에 취임식이 이뤄졌다. 수은 행장은 기업은행과 같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수은 노조는 새행장이 선임되면, 관례적으로 출근 저지운동을 벌여 왔다. 이덕훈 전 행장도 노조의 저지로 5일동안 출근하지 못했다. 역대 수출입은행장 중 노조 충돌 없이 취임식을 마친 경우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방문규 현 행장 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당시 방문규 행장은 금융 경력이 없어 노조 반대 투쟁이 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방 행장이 수은 행장에 선임되자 노조는 출근저지 등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임명 첫날부터 직접 노조를 찾아가 8시간 마라톤 토론을 벌이는 등 노조의 이해를 얻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마라톤 토론에서 노조 측은 임금단일협상, 직원 처우 문제 등에 대해 건의했고, 방 행장은 노조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방 행장과 노조가 8시간 긴 토론 끝에 협의점을 찾았고, 노조는 '대화가 되는 행장'이라고 판단해 출근저지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을 이끌고 있는 박진회 현 행장도 지난 2014년 10월 취임 당시, 노조의 출근저지로 마찰이 있었다.
당시 박 행장이 노조 천막을 찾아가 노조위원장과 50여분간 대화를 나눈 뒤에서야 노조 측 분위기가 어느정도 수그러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박 행장이 고용안정, 구조조정 등 노조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출근저지와 천막을 철수하고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취임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박 행장은 당시 노사관계를 언급하며 "보다 열심히 듣고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진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노조의 반발로 은행장들이 첫 출근을 하지 못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노조 측의 의견을 수용해 극적으로 타협하며, 무사히 취임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취임 후 2주간 정상 출근을 하지 못했다. 이에 이 행장은 노사 측과 직접 만나 고용안정 보장 및 균형있는 인사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 협약을 맺으면서, 투쟁을 일단락시켰다. 또한 지난 2007년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도 노사의 반발로 첫 출근을 못했지만, 취임 2일 만에 노사와 협상이 타결되면서 정상 업무를 시작했다.
한편,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의 첫 출근은 저지됐지만, 범금융권 신년행사 등에 참석하는 등 행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이 공식석상에서 지속적으로 '대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노조와 원만히 타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취임식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출근저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면서, "이번 투쟁은 윤종원 전 수석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항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 지속적으로 행장 선임에 대한 의견을 밝혀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정부에 대한 반발이다"면서, "정부에서 금융노조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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