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이제서야 풍선효과에 대한 규제에 나선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 비공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집값이 폭등한 수도권 비규제지역 주택 시장을 점검하고 이들 지역에 대한 추가 부동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 결과에 따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다음주께 경기 수원, 용인, 성남 등 지역 일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새롭게 지정할 전망이다.
수도권 비규제지역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은 12·16 부동산 대책 직후부터 전문가와 언론이 수차례 경고했던 사안이다. 본지도 지난해 12월 20일 '수원으로 집결하는 부동산 투기세력'(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539) 보도를 통해 12·16 대책 발표 당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투기세력들이 규제 사각지대인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몰리고 있다고 어느 언론보다 서둘러 알리며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특히 수원의 경우 신분당선 연장, 수인선 등 교통호재에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나 투기꾼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징후도 뚜렷했다. 12·16 대책 직전 공급된 '수원 하늘채 더 퍼스트'는 1순위 청약에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인 평균 88.16 대 1을 보였고, 대책 직후 분양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은 951세대 모집에 7만4519명이 몰려 수원 지역 역대 최다 접수 건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풍선효과는 없다'고 예단했고, 심지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 추가 대책은 당장 가시적으로 방안을 만들진 않을 것"이라며 투기세력들에게 더 미쳐 날뛰라고 판을 깔아주는 발언까지 했다.
이렇게 손가락만 빤 결과 수원, 용인, 성남 등 지역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최근 3개월(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1월) 간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수원 2.75%, 용인 2.48%, 성남 2.41% 등으로 집계됐다. 상승세는 이달에도 지속되고 있다. 2월 2주차(지난 10일 기준) 수원 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전주 대비)은 2%를 넘겼다. 같은 기간 용인 수지구도 1%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제서야 정부는 요란스럽게 늑장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정부는 왜 이렇게 뒤늦게 움직였을까. 오는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부동산 추가 규제를 회피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으로 바쁜 와중에도 카메라 앞에 서서 공수처 출범을 위한 총리 직속 설립준비단 설치·운영을 선포하지 않았는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지역구 행사장을 방문해 "그동안 동네 물이 많이 나빠졌다"며 '수질검사'까지 했다.
총선을 의식한 '사후약방문'이 과연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논의되고 있는 방안만 봐도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집값이 크게 상승한 대전 지역에 대한 얘기가 없는 게 그 방증이다. 풍선효과 경고를 무시하고 뒷북을 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대처가 참으로 아쉽다. 내 집 마련이 힘겨운 국민들의 시름이 점점 더 깊어진다. '소탐대실'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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