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새로운 선장을 맞이한 KT가 치열한 통신사 대전의 판을 흔들 수 있을까. 오는 3월 취임하는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 체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KT 내·외부에서 희망적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출신 전문가, '5G 승부' 기대감

지난 해 말 KT는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이었던 구 대표를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과정을 거쳐 정식 사장(회장)에 임명되면 이후 3년간 KT를 이끌게 된다.

구 대표는 남중수 전 KT 사장 이후 12년만의 내부 출신 사장이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87년 KT에 평사원(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거친 33년 'KT 맨'이다.

자연히 구 대표는 KT 그룹 전반에 걸친 높은 이해도와 업무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랩사인 나스미디어 인수 주도과정에서 인수합병(M&A)능력도 이미 입증한 조직 내 최고 '전략가'로 알려졌다.

그러한 구 대표가 이끄는 KT가 2020년 이동통신 3사의 '5G 전쟁'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심사다.

이미 KT는 5G 산업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KT는 2019년 4월 5일, 일반인 개통시작 당일에 3사 최초로 1만 가입자를 달성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엔 5G 핵심 기술 중 하나인 CUPS(Control & User Plane Separation)기술을 적용한 기업 전용 5G망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그 결과 KT는 지난해 5G가입자의 증가로 24조34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대비 하락했지만 이는 네트워크 투자비용에 따른 것이라고 알려졌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5G가 작년에는 처음 도입되면서 여전히 구축해야 할 것도 많았기 때문에 KT 뿐 아니라 모든 통신사들이 상당한 투자를 해야 했다"면서 "상용화 1년차를 맞는 올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그 열매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와 만나 "2020년이 5G 사업이 본격 확장되며 이통사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런 시기에 KT가 내부인사로 전문성을 확보한 것은 적절한 행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혁신적 '투톱' 선택…젊고 빨라졌다 

구 대표는 내정과 동시에 조직개편에서 '깜짝 혁신'을 선언했다. 자신의 사장직 경쟁자이기도 했던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을 맡게 했다. 이는 복수 사장 체제로, 구 대표와 박 사장이 '투톱'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구 대표가 자신을 박 사장과 구분하기 위해 '대표'라고 칭해달라고 한 것도 여기서 출발한다.

복수 사장 체계는 KT에 속도감을 더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민첩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다. 

한 통신업계 종사자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객의 요구가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통신시장 상황에서, 투톱 체제를 통한 분업은 지금은 좀 생소해도 나중엔 당연시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는 동시에 젊은 인력을 대거 발탁하면서 조직에 새로운 동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달 있었던 임원인사로 KT 임원의 평균 연령은 전년 대비 한 살 가량(52.1세) 낮아졌다.

이와 관련, 박종욱 KT 전략기획실장 부사장은 지난 달 16일 "KT는 고객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이를 신속하게 만족시키기 위해 고객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기사회생 가능성도 주목 

KT가 대주주로 있는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의 기사회생 가능성도 타진된다.

케이뱅크는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자본금이 바닥나 대출을 대부분 중단하면서 위기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초 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다가,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난항으로 276억 원 증자에 그치면서 코너에 몰렸다.

그러나 오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다뤄질 예정이어서,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다시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이 법이 통과되면 KT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로서 적합한 승인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의 한 핵심관계자는 18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정무위에서 무리없이 통과된 법안이라 사실 법사위에 걸려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무난히 본회의까지 가서 통과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실의 한 당직자 역시 같은 날 "이견이 좀 있고 조율될 것 같다"며 통과를 예상했다.

일각선 케이뱅크가 회생할 경우 KT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예상하기도 한다. 금융권의 한 소식통은 "국민은행과 LG유플러스의 합작사례처럼 최근 금융과 통신사의 협업시도가 활발하다"면서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KT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거대통신사인 KT와 케이뱅크의 관련성이 적극적으로 알려지면 케이뱅크의 인지도와 신뢰도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