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HUG주택도시보증공사발(發)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대출 상품 '방빼기' 논란이 일단락됐다(관련기사: LH·HUG, 본지 보도後 신혼희망타운 대출 ‘방빼기’ 없던 일로,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805).
우선, LH와 HUG의 대처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존 입주자 모집 공고와는 달리 대출 한도가 수천만 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에 무척 많은 신혼부부들이 내 집 마련에 대한 기쁨보다 목돈 걱정에 대한 한숨이 깊었기 때문이다. 두 기관의 신속한 결단으로 신혼부부들의 이 같은 불안을 순식간에 불식시킬 수 있었다. 또한 일부 현장에서는 이번 문제로 민원이 상당수 제기되자 결론이 도출되기 전까지 계약 일정 자체를 연기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발빠른 대응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국민 주거권 실현·보장에 앞장서야 할 공기업들이 되레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하루아침에 정책을 바꾸는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논란이 수습된 이후에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LH와 HUG를 믿지 못하겠다는 신혼희망타운(신희타) 입주예정자들의 원성이 쉽게 목격됐다.
무엇보다 신혼부부들에게 실망을 안긴 건 현장에서 보인 임직원들의 태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신희타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LH 측은 아무 공지도 없다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야 일방적으로 공지문을 건네고는 "공고에 없어도 주택담보대출에 방공제(방빼기)는 당연히 적용되는 거지 그걸 모르고 있었느냐", "담당자가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어쩔 수 없게 됐다. 윗선에 민원을 제기하라", "대출은 HUG 담당이다. 여기에 따지지 말고 HUG에 문의할 문제"라는 식으로 책임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변창흠 LH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일성으로 "LH가 국민의 삶터·일터를 넘어 쉼터와 꿈터가 어우러지는 혁신적 공간을 만드는 국민의 든든한 동반자가 돼야 한다"며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주거복지를 강조했다. 또한 같은 해 9월 LH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신뢰와 협업, 공감과 감동의 가치를 바탕으로 또 다른 10년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재광 HUG 사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4대 전략 방향 가운데 하나로 '사회적가치 실현'을 제시하고 "정부는 사회적가치에 기반을 둔 경제활력 제고에 최우선 투자를 천명해야 하며, HUG도 사회적 가치 중심의 경영활동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대내외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며 '갑질 근절 추진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신희타 주담대 방빼기 논란에서 LH와 HUG가 보인 행보는 두 사장의 공언과 정반대였다. 소통 없는 일방적 정책 변경, 일선현장의 무책임한 태도는 국민 공감과 감동, 신뢰 제고는커녕 신혼부부들에 대한 갑질 횡포나 다름없었다.
관련 기사가 보도되기 하루 앞선 지난달 2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0년 업무보고에서 국민임대·행복주택 신혼특화단지 약 2000호를 비롯한 공적임대 5만2000호를 신혼부부들에게 배정하고, 신희타 공급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거복지망 확충·공적주택 공급에 집중하고, 특히 신혼부부들을 위한 맞춤형 주거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업무계획을 세운 것이다.
계획은 참 좋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일선현장의 안일함으로 국민들이 불만을 품거나 제대로 체감하지 못한다면 그건 실패한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수급 문제로 식약처장을 불러 "직접 현장을 방문하라"고 강도 높게 질책한 점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주거복지 문제도 다르지 않다. 현장의 각성 없이, 국민과의 소통 없인 주거복지의 실현은 요원하다는 생각이다.
국토부, 그리고 LH와 HUG 관계자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탁상행정을 지양하고, 현장행정에 힘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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