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들어가기 전에…기사 3줄 요약!
여론조사 결과는 밴드왜건 효과나 언더독 효과를 유발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 밴드왜건 효과는 유행에 동조하려는 심리, 언더독 효과는 약자를 응원하려는 심리를 뜻한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제21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승패를 예측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우후죽순(雨後竹筍)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론조사 결과에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4·15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입니다.
특히 지지율이 기대치를 밑도는 후보자들은 여론조사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심한 경우 여론조사 기관을 고소·고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여론조사는 그저 현 상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 뿐인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후보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후보자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대응책을 마련할 기회를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마운 존재’라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후보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생각이 여론조사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여론조사가 국민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거죠.
많은 분들이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밴드왜건 효과란 악대차(band wagon)를 우르르 쫓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유래한 말인데요.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 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입니다.
몇 년 전, 학생들 사이에서 모 브랜드의 검정색 패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같은 옷을 입고 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밴드왜건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쉽게 말해 ‘나만 안 하면 불안한’ 심리인데요. 이런 밴드왜건 효과가 정치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입니다.
그러니까 특정 후보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도 지지율 높은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정치권에서 흔히 쓰이는 ‘바람’이나 ‘대세론’이라는 용어가 밴드왜건 효과의 실례(實例)입니다.
물론 꼭 지지율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밴드왜건 효과와 반대되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언더독 효과란 개싸움에서 아래에 깔린 개(underdog)을 응원하는 심리에서 비롯된 용어입니다. 경쟁에서 약자를 응원하게 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의미하죠.
다만 전문가들은 밴드왜건 효과나 언더독 효과 중 어느 쪽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역대 선거에서는 ‘바람’을 타고 승리를 거둔 후보도 있었고, ‘대세’를 견제하려는 심리에 힘입어 예상을 뒤집고 대역전승을 일궈낸 후보도 있었죠.
심지어 어떤 전문가들은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 모두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유권자들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 기준에 따라 움직이므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는 겁니다.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독 효과, 과연 이번 총선에서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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