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차기 대권 ‘샅바 싸움’…관망하는 이낙연
“코로나19, 행정가형 리더십 부각…李·朴, 계산하고 나섰을 가능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두 지방단체장이 기본소득 논제로 맞붙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쏘아올린 기본소득 도입 문제를 두고 의견 충돌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두 단체장의 설전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의원은 “지켜보자”며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여권 내 기본소득 논제가 ‘대권 레이스’ 행보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본소득 전문가’ 이재명 vs ‘고용보험 중시자’ 박원순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에 재임 중이던 2016년부터 기본소득제를 정치적 정체성으로 삼았다.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사업인 △청년배당 △무상 산후조리 △무상교복 지원 사업을 성공리에 진행했으며, ‘박근혜 탄핵’ 열풍을 타고 한때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재난기본소득을 다시 화두에 올렸다. 그는 ‘전 도민 재난지원금’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지난주 정부를 향해 ‘2차 지원금’을 요구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기본소득 논의를 제안한 바 있어, 당내 명실상부 ‘기본소득 전문가’로 불린다.
이 지사는 통합당 김종인 위원장의 언급으로 시작된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기본소득을 첫해에 연 20만 원으로 시작해 매년 조금씩 증액해 수년 내에 연 50만 원까지 만들면 연간 재정부담은 10~25조 원에 불과하다”면서 ‘단계별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8일 연이어 “기본소득은 수요 부족에 따른 구조적 경제 침체를 정부의 재정조정 기능으로 보완해 경제 선순환과 지속적 경제 성장을 담보하는 경제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춤형인 신경제정책”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일 SNS에 ‘전 국민 고용보험 VS 전 국민 기본소득’이라는 제목의 올려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훨씬 더 훨씬 더 정의롭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 처음으로 이 지사의 의견을 전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박 시장은 “우리에게 24조 원의 예산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 성인 인구는 약 4000만 명, 연간 실직자는 약 200만 명이다. 기본소득은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게 똑같이 월 5만 원, 1년에 6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월 100만 원 씩, 1년 기준 120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는 상황에선 선별적 복지, 즉 전국민 고용보험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치열한 차기 대권 ‘샅바 싸움’…관망하는 이낙연
이 지사와 박 시장은 2017년 대선부터 대권선호주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여권 잠룡’이다. ‘코로나 사태’ 덕분에 두 단체장의 주가가 올라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부터 미세먼지까지, ‘사회안전망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점차 높아져오다 코로나19 여파를 맞으면서 강력한 시대정신이 됐다”면서 “풍부한 행정 지휘 경험의 박원순 이재명, 원희룡 등 행정가형 리더들을 비롯해 관리형 총리 출신의 이낙연 의원 등이 차기 대선 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두 행정가의 기본소득 설전을 두고, 일각에선 ‘치열한 2위 싸움’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낙연 의원이 차기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2개월째 부동의 1위를 기록하며 ‘대세론’을 이룬 상황에서, 해당 설전이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8일 통화에서 “김종인의 안(기본소득안)은 통합당 내부 싸움으로 놔둬야 한다. 민주당 같은 진보계는 말을 얹으면 ‘포퓰리즘’이니 ‘좌파’니 불리할 뿐이다.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낙연 의원은 8일 SNS에 “기본소득제 취지를 이해한다.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면서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과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지속가능한 재원 확보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이 지사와 박 시장이) 본인 정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 이슈에 나섰을 것”며 “지난 대선 국면의 탄핵 사태처럼 '반짝 기회'를 노리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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