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의 견제론, 이낙연 대세론 밀어내기엔 역부족, 왜?
호남의 절대적 지지… 호남 출신의 영남 데릴사위 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정치에 대한 이썰 저썰에 대한 이야기
이번 편은 포스트 문재인은 누구일까로
보는 일련의 차기 대선주자 흐름에 관심
‘포스트 문재인’, 여러 대망론이 있었습니다. 시기별로 누가 부상했을까요. 그 전에 우선 전제할 것이 있습니다. ‘적자론은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시사오늘>은 홍준표 전 대표가 MBC <백분토론>에 함께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두고 “조국도 가버리면서, 좌파 진영에서는 유시민을 대선주자로 옹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것과 관련해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역대 여권 대선주자를 보면 “적자론은 없다”는 게 정설임을 전한 바 있습니다.
관련해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같은 달 27일 통화에서 “87체제 이후 단 한차례도 여권의 경우 적자에서 대선주자가 나온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태우 정부 때는 적자인 박철언 전 장관이 아닌 YS(김영삼)가 △문민정부 때는 최형우·김덕룡 대신 이회창 총재가 △DJ(김대중) 국민의정부에서는 한화갑 전 의원 대신 노무현 후보가 △참여정부에서는 친노에서가 아닌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친이 대신 박근혜 후보가 본선에 오른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전제로 문 정부 아래의 차기 대선주자 흐름을 보면 해당 공식은 여전히 유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입니다. 왜 그런지 문 정부 초기로 돌아가 봅니다. 때는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전후입니다.
1. 文정부 초기와 차기 대선주자 흐름
한때 친노 적자로서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폈던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가 있었습니다. 안 지사는 우클릭으로 같은 범 진보 일각에서 논외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스펙트럼 확장에서는 긍정 평가를 받아온 인물입니다. 잠재적 대선주자로서는 눈에 띄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방선거 전 터진 ‘미투 사건’으로 그의 대망론은 일거에 꺼졌습니다.
또 한때 친노와 친문을 모두 계승할 적자이자 PK(부산․경남) 대망론으로 주목받은 인물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인 김경수 경남지사입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김 지사는 비서관을 지냈습니다. 문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대변인을 맡았고, 이후 줄곧 ‘문(文)의 복심’으로 불려왔습니다. 그렇지만 지선 전 터진 드루킹 대선 댓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휩싸이면서 그의 대망론도 차츰 힘을 잃고 맙니다.
6·13 지선 후를 봅니다. 문 정부 집권 1년을 넘어서며 여론은 슬슬 ‘포스트 문재인’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첫 잠룡 주자 선호도 조사도 이뤄집니다.
당시 주목받은 인물을 보겠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2018년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진보 층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선호도 조사를 벌인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5.8%로 1위,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15.3%로 2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3.2%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뒤이어 김경수 지사가 12.8%로 4위, 이재명 경기지사가 7.0%로 5위,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3.8%로 6위를 나타냈습니다.
비적자인 박원순 시장이 1위인 점이 눈길을 끕니다. ‘안희정·김경수’에 이어 이재명 지사까지 ‘혜경궁 김씨 SNS’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남아있던 박 시장이 1위로 떠오름과 동시에 새롭게 주목받던 이낙연 당시 총리(현 의원)와 2강 구도를 형성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 정부 초기 임종석·장하성·조국·조현옥·김수현·하승찬 등 친박원순 인맥들이 청와대에 잇따라 기용되면서 그에 대한 주목도도 덩달아 올라 있었습니다.
하지만 존재감이 커지면서 견제론도 작용합니다. 지선 당시 공천 관련 청와대발 박원순계 견제설 등이 항간에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부동산 대책 관련 정부와 엇박자를 내던 박 시장은 여러 비판을 받으며 차츰 밀려나고 맙니다. 스스로도 그런 점이 우려됐는지 정부와 서울시의 원팀을 강조하며 청와대 출신 인사를 서울시정에 기용해 가교 역할을 맡기는 등 스킨십을 높이려한 행보도 보였습니다.
이렇다 할 적자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신친문으로 분류되던 임종석 비서실장이 반짝 상한가를 이루던 때도 있었습니다. 남북 화해 무드 기간 존재감을 발휘한 것을 계기로 ‘임종석 대망론’이 고개를 든 때와 맞물립니다. 한때 종로가 지역구이던 정세균 의원(현 총리)과의 교감설도 전해지며 종로 출마설이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나중에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유의미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2. 집권 중반, 신적자론 부상했지만…
문 정부가 집권한지 반환점을 맞는 시기를 보겠습니다. 주류 내에서는 여권 대권주자를 놓고 '친노 vs 친문' 등 적자 내 기 싸움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그 무렵 부상한 인물이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입니다. 친노의 좌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삼고초려해 노무현 재단이사장으로 영입한 후 유 이사장은 단숨에 선호도 1위로 올라선바 있습니다. MBC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2019년 1월 2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유 이사장은 여야 잠룡 중 전체 1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과거 문 대통령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대망론이 확산된 바 있듯 그런 점들이 데칼코마니를 이루며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정계 복귀를 거듭 일축한 유 이사장은 자기 이름을 선호도 조사에서 빼 달라 했고, 그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차츰 시들해집니다.
또 다른 적자 중에서는 ‘문의 남자’로 불리던 ‘조국 대망론’이 한때 무서운 기세로 상한가를 달린 적이 있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나오자 총선 출마설, 장관 기용설 등에 이름이 오르내렸고, 한동안 잠잠하던 PK 친문의 대망론도 활기를 띠게 됩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전후로 딸 자녀 입학 특혜 의혹 등 각종 도마에 오르면서 친문의 전폭적인 ‘조국 띄우기’ 또한 맥을 못 추고 맙니다.
여러 대망론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안 결과적으로 실종된 것은 적자 후보군이고, 남은 것은 모두 비적자 후보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차기 여권 대선주자 역시 비적자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음을 가늠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특히 비적자 후보군 중 수개월째 1위를 달리며 제자리를 지킨 인물이 있습니다. 여야 잠룡 통틀어 대세론을 형성중인 이낙연 의원입니다.
이 의원은 유시민 이사장이 여론조사 지표상에서 제외되고 다크호스로 지목되던 조 전 장관이 밀려나면서 이렇다 할 경쟁자 없이 안정적 선두를 유지 중에 있습니다. 문 정부 초대 총리로서 각종 현안 관련 대정부 질의에서 보여준 품격 있는 언변과 발 빠른 대응, 안정적 국정운영은 대중의 호감을 자아내며 확장성을 높였습니다. 4·15 총선에서는 종로에 출마해 큰 격차로 당선되며 대세론을 굳혔습니다. 그간 약점 중 하나로 평되던 호남 출신임에도 확고부동한 독주체제를 쌓았으며, 현재는 취약점인 조직력 강화를 목표로 당권 출마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꾸준한 상승세도 눈에 띕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음에도 최근에는 2위를 기록, 존재감을 높였습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9~11일까지 3일간 진행한 여야 대상 차기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이낙연(28%) 의원에 이어 2위(12%)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외 ‘안철수 2%’, ‘홍준표 2%’, ‘박원순 1%’, ‘김부겸 1%’, ‘윤석열 1%’, ‘황교안 1%’, ‘오세훈 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1·2위 주자와 비교하면 여타의 비교 대상도 못 될 만큼 존재감이 다들 미력한 편입니다.
이재명 지사 경우 한때 친문과 각을 세우며 극심한 비토의 대상이 된 적도 있지만 경기도지사 당선 이후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결과 관계 면에서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김경수 지사와 함께 저녁 회동도 하고, 고소고발까지 오갔던 전해철 의원과도 만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며 스킨십을 넓혀나간 점이 효과를 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영남 출신인데다 코로나 정국에서 도정을 잘 이끌었다는 평이 보태지면서 잠재적 파급력이 뛰어난 잠룡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만 ‘더 여물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판이 지배적이어서 큰 반전이 없는 한 차기보단 킹메이커 내지 대법원 판결 위기를 잘 넘길 경우 차차기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3. 이낙연 대세론, 굳어질까
결국 ‘기승전 대세는 이낙연’으로 모아지는 분위기입니다. 한때 페이스메이커(조력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독주를 깰 후보군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그런 만큼 당장의 견제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당권 경쟁만 해도 이낙연 대 반(反)이낙연 구도입니다. 당권을 놓고 대척점이 된 대표 인물로는 TK(대구경북) 대망론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총선 패배 후 입지가 줄어든 김부겸 전 의원을 들 수 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최근 양정철 전 원장과 만나고, 정세균 총리가 주재한 모임에 참석한데 이어 대권 포기 선언 및 당권에 사활을 건 상태입니다. 친문 주류 쪽에서 새로운 PK 대망론을 띄울지 주목되는 김두관 의원 역시 이 의원이 당권 도전하는 것에 제동을 거는 입장입니다. 친문의 홍영표 당권 도전자도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비토하고 있습니다.
적자 주류 내 다각도 견제와 힘겨루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이낙연 대세론’, 과연 밀어낸다고 밀어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야 하는 민주당 대선주자 조건에서 보면 호남에서 부는 ‘이낙연 대망론’은 상당합니다.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대화에서 이 의원에 대한 호남 지지가 열렬함에 주목하며 “이번에 열렬히 응원하는 것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까지 다 영남 아니었느냐”며 “‘김대중 이후 다시 좀 해보자’, 그래서 똘똘 뭉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12일 통화한 호남 소식통은 ‘이낙연 대세론’은 이미 호남 대망론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낙연 대세를 꺾을 자는 현재 없다. 그가 호남 출신이라서가 아니다. 호남은 영남주자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밀었다. 지금은 이낙연이 대세다. 민심이 천심과도 같이 그에게 모아지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정세운 평론가도 “과거에는 호남 필패론이 있었고, 호남주자라는 점이 여전히 약점으로 부각되는 면도 있지만 현재는 그 같은 공식마저 깨져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호남대망론이 선거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추세여서 이낙연 대세론을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PK 친문 주류 쪽에서 볼 때는 호남 출신으로 동교동계 지원을 받는 이낙연 의원보다 같은 호남이면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 총리를 더 선호할 수 있고, 친노 적자 이광재 의원이나 영남주자인 김두관 의원에 더 무게를 둘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봤습니다.
그럼 또 궁금한 것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영남출신으로 호남의 데릴사위로 인정받으며 절대적 지지를 끌어모았듯 이 의원은 호남 출신으로 영남의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 평론가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16대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이회창 대세론을 꺾을 자로 영남후보론을 내세워 어필한 바 있다”며 “지금은 여야 막론하고 대세론이 이낙연인 상황에서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 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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