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장거리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 온 쉐보레 볼트EV가 존재감 회복을 위해 제대로 칼을 갈고 나섰다. 2020년형 모델로의 연식변경을 통해 항속거리를 늘리고 본연의 다재다능함을 더욱 강화한 것. 전기차 홍수 시대 속에서도 414km의 동급 최대 주행거리라는 강력한 한방과 갖출 건 다 갖춘 편의사양은 볼트EV의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한다.
기자는 지난 13일 볼트EV를 타고 구파발과 마포를 오가는 출퇴근길과 장흥, 파주 일대를 달리며 그 상품성을 직접 살펴봤다. 앞서 볼트EV를 두어차례 타 본 경험이 있기에 이번 연식변경에 대한 기대치 또한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 결론적으로 배터리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몰 수 있는 데일리 전기차로는 이만한 모델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볼트EV는 차체부터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돼, 국산 경쟁모델들과는 태생이 남다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현된 세련된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외관은 순수 전기차라는 캐릭터를 확고히 하는 요인으로 손색없다. 또한 소형 모델임에도 준중형 차급에 버금가는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이어져 2열의 넉넉한 거주공간까지 보장한다. 실제로 휠베이스는 2600mm지만 압축형 씬 시트를 적용해 충분한 2열 레그룸을 갖췄으며, 돌출형 터널없는 평평한 2열 플로어도 그 거주성을 높인다.
1열은 간결한 레이아웃과 10.2인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구성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눈길을 끈다. 거추장스럽지 않은 조작부와 화면 구성은 처음 차를 타본 이들도 그 기능들을 대번에 파악하기 쉽다. 운전석에 앉으면 높은 전고와 시트포지션 덕분에 전방 시야가 탁 트인 느낌이다. 도어 패널도 낮아 좌우 측면 시야 확보 역시 용이하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면 역시나 전기차의 뛰어난 동력성능과 정숙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늦은 시간 장흥과 파주 일대를 달려봤는 데, 볼트EV는 액셀을 밟는 대로 즉각적인 차체 움직임을 내비치며 시원한 가속감을 전달한 것. 전기차 특성상 초반부터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다보니 가능한 매끄러운 거동이다. 볼트EV에는 150kW급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이 탑재돼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특히 고속 주행 시에는 배터리 소모가 빨라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지만, 액셀을 밟지 않는 탄력 주행 중 어김없이 회생 제동이 개입해 이를 어느 정도 보전해 줬다. 경사가 있는 내리막 구간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회생 제동 개입을 통해 차량에 속도가 붙지 않아 적극적인 배터리 충전이 가능했다. 나름 달리면서도 전기를 충전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브레이크 대신 스티어링 휠 뒷편에 나있는 패들 스위치를 이용하면 브레이크를 대신해 적극적인 에너지 회수와 차량 제동이 가능하다.
제법 묵직한 차체 거동도 만족스럽다. 작은 차체에다 상대적으로 높은 전고로 인해 안정감이 덜하지 않을까 싶지만, 차체 하부에 수평으로 배치된 배터리 패키지가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춰줘 이를 보완해준다는 게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전기차에 최적화된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도 제법 민첩한 조향 성능을 제공한다. 엔진 대신 모터를 쓰다보니 풍절음이 더 크게 들릴 수도 있었지만, 이로 인한 큰 불편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다만 아쉬운 점도 다소 존재했다. 시승간 10.2인치 디스플레이 위치가 다소 애매해 운전자 시선을 아래로 분산시킨다는 점과 통풍 시트, 순정 네비게이션의 부재는 사용자 편의 측면에서는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부재와 기민하지 못한 차선 이탈방지 기능도 열세다. 그럼에도 4대의 카메라를 통해 차량 외부를 버드뷰로 보여주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새롭게 적용된 점은 칭찬해줄 만 하다. 뛰어난 화질을 제공해 주차나 좁은 길 진입 시 요긴하게 쓰였다.
물론 볼트EV의 진가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출퇴근 정체 구간에서 그 빛을 발했다. 패들 스위치를 통한 회생 제동뿐 아니라 액셀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감속에 이어 제동까지 가능, 적은 페달 조작만으로도 에너지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용으로 출퇴근 시 차가 막혀 연비가 계속 떨어지는 좌절을 맛봤다면, 볼트EV는 막힐수록 또는 제동이 많아질수록 에너지 회수가 잦아져 연비가 올라가는 기쁨을 안겨줬다.
실제로 시승간 총 138.8km를 주행한 후 클러스터상에는 7.6km/kWh의 연비가 찍혔다. 볼트EV의 배터리팩 용량이 66kWh임을 상기하면 단순 셈법으로 완충 시 500km 거리도 도전해볼 수 있는 수치다. 공인 연비는 5.4km/kWh로 최대 414km를 갈 수 있다. 또한 처음 차량을 인계받을 때 주행 가능거리는 354km였는데, 반납 시에는 233km가 표시돼 20여km를 절약한 것으로 나왔다.
이를 미뤄볼 때, 고속 주행보다 출퇴근이나 서행 구간 운행이 많은 데일리카 고객들에게는 분명한 메리트를 안겨줄 수 있을 듯 싶다. 충전의 번거로움도 1~2주에 한번으로 충분해 큰 문제가 없겠다. 차량 가격도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로 받을 경우 2673만 원에 구매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이나 가족을 위한 세컨드카를 고려하는 고객들에게 큰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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