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온라인상의 ‘광화문 광장’이다.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청원은 많지 않지만,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시사오늘>은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떤 청원이 제기됐는지를 살펴보면서 ‘민심(民心)’을 추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7월은 다사다난(多事多難)한 달이었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났고, 생전(生前) 자신의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여전히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크고 작은 정치적·사회적 논란도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6월에는 단 한 건(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 주십시오)의 청원만이 20만 회 이상의 추천을 받았던 것과 달리, 7월에는 무려 7건의 청원이 추천 수 20만을 돌파하며 청와대의 답변을 받게 됐다.
“박원순 씨 5일장, 서울특별시장 반대합니다”
7월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게시물은 ‘박원순 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청원이었다.
청원자는 “박원순 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해당 청원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550
“응급환자 구급차 막아 세운 택시 기사 처벌해 주세요”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워 공분(公憤)을 자아냈던 택시 기사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은 무려 73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
청원자는 “응급차에 어머님을 모시고 가고 있는 도중 영업용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응급차 기사분이 내려서 택시 기사 ‘응급환자가 있으니 병원에 모셔다드리고 사건을 해결해 드리겠다’고 말했음에도 택시 기사가 사건 처리가 먼저라며 길을 막았다”며 “대략 10분간 말다툼이 이어지다가 다른 119 구급차가 도착,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어머님은 세상을 떠났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 처벌을 기다리고 있지만 죄목은 업무방해죄밖에 없다고 한다.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날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며 “긴급자동차를 막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1분 1초가 중요한 상황에서 응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강동경찰서는 30일 특수폭행(고의사고),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최모 씨를 구속 상태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논란이 됐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과실치사 등 혐의 적용 여부는 향후 추가 수사를 통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341
“교회 정규 예배 이외 행사 금지 취소해 주세요”
코로나19와 관련, 교회 정규 예배 이외 행사를 금지한 정부 방침을 취소해 달라는 청원도 42만 명 이상의 공감을 얻었다.
청원자는 “클럽, 노래방, 식당, 카페 등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따로 큰 조치가 없는 반면, 교회의 모임을 제한하는 이런 정부의 조치는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는 타종교·시설들과의 명백한 차별이며, ‘헌법 제20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를 정부 스스로 위배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교회 정규예배 이외 행사 금지 조치를 취소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정규 예배 외 모임과 행사·단체식사를 금지하고, 상시 마스크 착용과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로 이용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역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2주 후인 지난 24일 오후 6시를 기해 이 같은 조치는 해제된 상황이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
“강영수 판사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해 주세요”
강영수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원도 5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추천을 받았다.
청원자는 “현재 대법관 후보에 올라있는 강영수 판사는 현재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사건을 심리했으며, 동시에 해당 사이트 운영자이자 세계적인 범죄자인 손정우의 미국 인도를 불허했다”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아니 기본적인 도덕심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는 이 같은 자가 감히 대법관 후보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한다”고 썼다.
한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4일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최종 후보 3명을 배기열·이흥구·천대엽 판사로 결정했다. 강영수 판사는 제외됐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416
이 밖에도 딸이 성폭행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 달라는 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9634)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일어난 데이트폭력 살인미수사건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258), 학교 내 성폭력 및 학교·상급기관의 미흡한 대처로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며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을 데려다 달라는 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879)도 20만 명 이상의 공감을 얻어 청와대의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