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양책 없인 하반기에 더욱 위축 가능성 높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2020년 상반기 국내 5대 건설사 실적이 전년 동기 수준을 밑돌았다. 지속된 업황 부진과 코로나19 사태에도 지난 1분기 선방에 성공했으나 3개월 만에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진 것이다. 정부 차원의 건설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침체가 심화될 공산이 커 보인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업체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5위권 건설사(포스코건설 제외, 대우건설 대체)들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잠정) 매출 28조362억7900만 원, 영업이익 1조7292억900만 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84%, 6.60%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4개 회사의 당기순이익 합산액도 1조1372억2700만 원에서 1조119억200만 원으로 11.02% 줄었다.
업체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감률을 살펴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9.6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1% 증가했고, 현대건설은 매출은 0.50%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9.58% 급감했다. 대우건설은 매출은 7.3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0.90% 올랐다. 대림산업은 5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매출(4.60%)과 영업이익(11.34%)이 증가했고, GS건설은 유일하게 매출(-3.63%)과 영업이익(-15.38%)이 동반하락했다.
5대 건설사들의 상반기 성적표에 대해 업계나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적 양호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호평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의 도움을 받아 직전 분기에 이뤘던 반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말 경제성장률 2%대를 사수하기 위해 국가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건설산업에 대한 부양책을 펼치고 건설투자에 집중해 당시 침체에 빠졌던 건설업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대 턱걸이에 성공했고, 이를 발판으로 5대 건설사들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한 바 있다. 그리고 단 3달 만에 실적 부진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5대 건설사 실적이 악화된 배경으로는 코로나19로 주춤한 해외사업,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 따른 국내 주택사업 침체 등이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4월 말께 공개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건설 이슈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해외사업을 수행 중인 건설업체 25곳 중 22곳(88%)이 전염병 확산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후 이라크 현장에서 코로나19가 확산돼 공사가 중단되는 등 실질적 피해가 잇따랐음을 감안하면 현재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은 사실상 '올스톱'(ALL STOP) 상태로 보인다.
현 정권의 연이은 부동산대책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 등이 발생해 올해 상반기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이 호조세를 띠며 건설업계가 수혜를 입었지만 정비사업 시장의 위축으로 국내 먹거리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건설수주가 지난해보다 6.1%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감소폭은 상반기 -3%, 하반기 -8% 가량으로 추정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이번 3분기부터 본격 시행된다는 점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대목이다.
해외사업에는 '빨간불', 국내사업에는 '노란불'이 들어온 셈이다. 당분간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 박철한 부연구위원은 "2019년 4분기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건설투자가 반등했지만, 온전히 확장 국면에 이르지 못하고 최근 다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며 불황 국면을 타개하지 못했다. 단기 상승에 그쳐, 결국 하반기에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SOC 등 건설투자 확대를 통한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 특히 3분기에는 공공공사 발주를 최대한 앞당겨 하반기에 공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도록 해 연내 부양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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