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대 교수팀 “위해성에 비례한 담배 규제 정책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전자담배업계가 ‘담배연기 없는 미래’를 회사 주요 가치로 설정하고 유해성 저감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전자담배 관련 세금을 인상하는 등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다.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차별화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담배기업들은 담배 유해성 감소 정책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 중이다. 정부의 과세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밑그림이다. BAT는 지난 23일 열린 글로벌 니코틴 담배 포럼에서 “소비자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성을 변화함으로써 ‘더 나은 내일(A Better Tomorrow)’이라는 사업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킹슬리 위튼(Kingsley Wheaton) BAT 마케팅 총괄임원은 “BAT의 사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경감하는 ‘더 나은 미래’는 소비자에게 덜 위해한 제품을 더 폭넓게 제공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며 “성인흡연자들이 보다 덜 유해한 대체 제품을 사용하도록 변화시키는 데는 담배 산업 참여자인 규제 당국 및 공중보건 전문가들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이 수반된다”고 말했다.
필립모리스도 전자담배에 차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자사 가열식 담배 제품 아이코스가 미국 FDA로부터 위험저감 담배제품(MRTP)으로 마케팅 인가(Authorization)를 받은 뒤 규제 당국에 변화를 촉구하는 비판 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 일반담배에 비해 유해물질이 현저히 적고 공중보건 편익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마련된 만큼 규제도 차별화돼야 한다는 게 필립모리스 측 주장이다.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이사는 지난 7월에 이어 이달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금연을 강조하기 위해 담배 제품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거나 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이데올로기적인 규제가 이뤄져선 안된다”며 “제품 위해 정도에 따른 합리적 규제, 대체재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이하 협회)도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를 무시하고 법률 개정절차를 자신들이 주도한다는 복지부의 오만함에 치가 떨린다”며 주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를 규탄했다. 협회는 앞서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하는 자료를 냈다며 이처럼 비판했다. 국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 등 절차가 남아있음에도 보도자료 표제에 ‘2배 인상’이라고 확정적인 표현을 적시하면서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액상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측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말 그대로 유해성의 정도에 따라 부담금을 차등 부과해 국민의 유해성 노출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라면서 “액상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도 못하면서 일반 궐련과 동일한 수준의 부담금을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는 복지부의 입장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자담배 과세 형평성이 어긋나 있다는 업계 주장을 뒷받침하는 학계 보고서도 발표됐다. 현행 담배 과세체계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상대적으로 과중한 세액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해서 일반 궐련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를 더욱 차등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다.
한성대학교 글로벌 경제연구원(이하 ‘글로벌 경제연구원’) 박영범·홍우형·이동규 교수팀은 「흡연의 외부비용 추정과 합리적 담배과세방안에 관한 연구(2020)」 보고서를 지난 22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흡연의 외부비용을 항목별로 추정한 결과, 일반 궐련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외부비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분석결과와 실증적 근거를 제시했다.
박영범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의 담배 과세체계에 대한 입장을 보면 일반 궐련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 모두 ‘동일한 담배’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 일반 궐련담배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전자담배보다 높았다”며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담배 제품 종류별 위해성에 비례한 담배 규제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더 위해한 담배는 규제를 강화하고, 덜 위해한 담배는 규제를 완화’하는 등 담배 위해성에 비례한 담배 규제 정책의 도입을 실질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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