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신청자 자격요건 까다로워지는 대신 임금은 오를 것
세계 인재 채용하는 테크기업들 중심으로 비판도 가해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문민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인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 발급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와 국토안보부는 "H-1B 비자 발급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해당 개편안을 오는 8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켄 쿠치넬리 국토안보부 차관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H-1B 비자 신청의 3분의 1은 새 기준이 적용됨에 따라 거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개편안은 비자 신청자의 자격 제한·비자 유효기간 단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취업분야와 전공과의 연관성도 강조됐다. 기존에는 학사학위나 동등 수준의 경력이 있으면 H-1B 비자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새 기준에 따르면 본인이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성이 있는 분야의 학사학위를 소지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우 그가 전기공학의 학위를 가지고 있다면 H-1B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다. 다만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패션모델은 예외다.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도 H-1B 비자를 발급받아 슬로베니아에서 모델 일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에서는 H-1B 비자로 채용할 경우 기존보다 임금을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위 등 기준 강화 요건에 따른 것으로 새 연봉 기준은 기존 H-1B 비자 보유자에게도 적용돼 비자 갱신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번 개편안은 자국민 일자리 우선의 트럼프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지난 2017년부터 예고됐다.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운영한다는 제도 개편 신호가 전해지면서 2016년 6.1%였던 거부율이 2019년에는 15.1%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내 실업률이 높아진 점도 자국민에게 일자리를 돌려주자는 기조를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패트릭 피젤라 노동부 차관은 관련해 “미국 노동자들이 중산층 고급형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그 자리가 외국인 노동자들로 대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이민법은 미국 노동자들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H-1B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노동자로부터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기업과 이민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테크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그들이 H-1B 비자 제도를 통해 수천 명의 전 세계 인재들을 채용해왔기 때문이다. 린다 무어 테크넷 사장은 “테크 기업들은 고숙련 노동자들에 의존하고 있다”며 “H-1B 비자 요건 변경은 국내 과학·기술·공학 분야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미국 기업들에만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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