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인류의 역사는 당대의 사람들이 선택한 ‘가치’의 결과물이다. 어떤 가치를 품고 사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길을 걸었으며, 그 길 위에서 역사의 방향이 달라지곤 했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는 가치의 영역이다.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정의했다. 이렇듯 정치는 어떤 가치를 택해 누구에게 얼마나 나누어줄 것인지를 판단하고, 그 결과는 역사로 증명됐다.
2020년을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의 미래 가치란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탄소중립(넷제로·Net zero)’에 있다고 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2021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국제 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4일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전 세계에서 16번째로 통과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제21대 국회에서 가장 많이 설립된 연구단체 분야 역시 ‘그린뉴딜’로, 이번 국회가 역대 그 어떤 국회보다 ‘환경’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한 특별보고서에서 비롯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 오르지 않으려면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회원국들은 이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으며, 한국 역시 회원국으로서 이에 동참한 것이다.
석탄을 재생에너지로, 노후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을 친환경 시설로, 자동차를 전기·수소차로, 스마트 산단을 저탄소·그린 산단으로 바꾸는 것. 문 정부는 이를 위해 8조 원을 투자한다. ‘그린 뉴딜’은 예산을 통해 이번 정부가 택한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2050년을 살아갈 미래 세대의 ‘환경’ 인식은?
가치는 삼박자가 맞을 때 실현된다. 바로 개인-사회-국가의 가치관 변화다. 개인의 동의와 실천, 사회적 합의, 그리고 국가의 정책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자리 잡는다. 2005년 호주제 폐지, 2015년 간통죄 폐지 등은 개인·사회적 가치관의 변화가 정책의 변화로 이어진 예다. 반면 기후위기에 따른 정부 정책의 변화는 개인의 동의와 실천이 뒷받침돼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기후위기에 대한 미래 세대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청소년은 2050년 인류의 삶을 위협할 사항으로, ‘저출산·고령화’와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일자리 감소’라는 응답이 각각 16.8%로 가장 높았다. 반면 성인은 ‘기후변화(17.1%)’와 ‘에너지 환경문제(12.4%)’의 응답이 가장 많았다. 조사 결과는 국회미래연구원의 <청소년 미래선호가치 설문 조사 기반 연구>에 따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의 미래에 대한 관심 사항 역시 달랐다. 청소년의 경우 △인공지능(45.3%) △빈부격차(34.5%) △국가 간 관계(33.8%) 순으로, 상대적으로 ‘과학기술’에 관심도가 높았다. 반면 성인 중 절반(50.0%)이 기후변화를, 30.8%가 ‘플라스틱 폐기물/환경’을 택해, 청소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미래 세대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사회 정의와 질서에 대한 수용성이 높으며, 다양성과 포용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관점이 진취적이고, 자부심과 긍지가 높으며, 첨단 과학 기술에 관심이 크다. 이러한 새로운 세대가 30년 후인 2050년에도 그들의 세상을 펼치기 위해서는 개개인과 사회의 관심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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