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호실적 지속 여부 ‘의문’…‘자산관리-거래대금’ 정체 기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증권업계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증권사들이 리테일을 바탕으로 한 호실적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신한·KB·하나금융지주의 증권사들은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을 견인했고, 대형 증권사들도 2분기에 이은 어닝 서프라이즈로 3분기에도 꾸준한 수익을 냈다. 다만, 4분기 업계 안팎에는 여러 변화가 예고되고 있어, '리테일 호황'이 계속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사 어닝 서프라이즈…NH·메리츠證도 실적 상승
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에 속한 증권사들은 지난달 일제히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3분기 1275억 원의 당기순이익(이하 연결기준)을 시현했다. 이는 전분기 104억 원보다 1121.3%나 오른 호실적으로,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을 견인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의 이번 3분기 실적은 수수료 수익이 이끈 것으로 파악됐다. 위탁수수료 수익이 전분기(1144억 원)보다 24.9% 오른 1429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를 포함한 3분기 누적 증권수탁수수료 수익은 32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460억 원)보다 121.5% 증가했다.
KB금융지주의 KB증권도 지난 2분기(1502억 원)보다 39.6% 높아진 2097억 원을 3분기에 기록했다. 특히 수탁수수료 수익은 2분기 633억 원에서 3분기 847억 원으로 33.8% 상승했다. 또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3385억 원으로 집계되면서 전년동기(2247억 원)에 비해 50.6% 늘어난 모습이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투자의 당기순이익은 1115억 원을 기록하며 직전분기 1258억 원보다 8.2% 낮아졌다. 다만, 누적 당기순이익은 2880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2114억 원보다 36.2% 증가했다. 아울러 누적 수수료이익도 지난해 3분기 2868억 원에서 37.8% 오른 39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대형 증권사들도 업계 호황을 이끌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당기순이익 239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2분기뿐만 아니라, 지난해 3분기 순익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으로, 누적 당기순이익(5012억 원)도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4764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NH투자증권 측은 밝혔다. 뿐만 아니라, 수탁수수료 수익도 2분기(1679억 원)보다 26.5% 높아진 2124억 원을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 나갔다.
이달 5일 실적을 발표한 메리츠증권도 3분기 당기순이익 1625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1044억 원)보다 55.6%, 2분기(1557억 원)보다 4.4% 증가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국내 증시 호조로 인한 거래대금 증가로 위탁중개 수익이 확대되며, 리테일 부문에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증권은 리테일 선전에 힘입어 호실적을 나타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406억 원으로, 전분기 286억 원에 비해 42.0% 증가했으며, 특히 사상 최초 연간 영업이익(누적기준) 1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3분기 리테일부문 순영업수익은 28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0억 원) 대비 16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4분기 호실적 지속 여부 '의문'…자산관리-거래대금 정체 기인
연이은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실적을 내놓지 않은 증권사들도 '리테일'을 기반으로 한 호실적을 거두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현상이 3분기 이후에도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에서 비롯된 자산관리(WM)의 정체가 장애요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풍부한 주식거래대금을 기반으로 당분간 위탁매매 수익은 유지되겠지만, 라임-옵티머스에서 비롯된 부실펀드의 환매중단사태로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전망때문이다. 실제 금융지주 증권사들의 자료에서도 금융상품과 관련된 수익(누적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고, 위탁매매의 선전이 이를 대체하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금융지주 증권사들은 대부분 이번 사모펀드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자산관리'의 총체적인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리테일의 수익을 붙드는 요인으로 부각되겠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또한 주식거래대금의 정체도 4분기 증권업계의 실적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평균 주식거래대금은 지난 7월 일평균 23조8578억 원에서 8월에는 평균 31조36억 원까지 30.0% 가량 올랐다. 그러다가 9월에는 다시 28조4718억 원을 기록했고, 10월은 21조311억 원까지 내려갔다.
특히 이달 2일에는 코스피 8조5145억 원, 코스닥 8조5500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8월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후 2~3거래일간 이를 극복했지만, 여전히 정체돼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공모주 열풍까지 다소 잦아들면서 거래대금의 감소는 눈에 띄게 진행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증권업계를 분석하며 "증시 변동성 축소로 인한 거래대금이 급락해, 유동성 랠리의 종료가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랠리가 종료된 이후에도 거래대금은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간 위탁매매 수수료율이 하락한 영향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증가 폭은 이보다 낮을 전망"이라고 봤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