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지난해 2월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K씨가 아동보호법 위반 소지로 기소돼 식품위생법,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K씨는 카페 회원들에게 소금물 혹은 재래 간장을 섞은 물로 아이의 비강을 세척하게 하고, 화상을 입은 아이에게 뜨거운 물 붓기, 아이가 수두에 감염되도록 유도하는 일명 '수두파티' 등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권장해 논란을 샀다. 해당 카페는 사건 이후 폐쇄됐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활동을 재개했다. 최근에는 새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진료 영상, 혈액암에 관한 잘못된 지식을 근거로 한 영상 등을 업로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바와 다르게 카페 운영자이자 한의사인 K씨는 아동학대죄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혐의가 입증된 부분은 의료품을 임의로 제조해 판매한 것에 그친다. K씨가 아동학대죄로 처벌 받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사안과 관련된 아동학대 법령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에 명시돼 있다.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치료와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동법 제3조에서는 '보호자'를 △친권자 △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업무 고용 등의 관계로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의사는 아동복지법에서 규정하는 아동보호자가 아니기에 아동복지법 제17조가 적용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피해아동들의 부모는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게 될까.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연치유법을 맹목적으로 따라 심한 고통을 겪는 아동을 의료 처치없이 방치했고, 민간요법으로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행위 자체로만 보면 보호자의 행위는 아동복지법 제17조에 위배될 뿐 아니라 아동학대 특례법이 적용돼 처벌받을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학대, 유기 행위에 고의성이 있었는 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판례에서는 보호자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수술에 필요한 수혈을 거부한 사례에서 유기치사죄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안아키'가 내세우는 주된 신념은 아토피 피부염, 비염, 등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어려운 질병에 대해 면역성을 길러 자연적으로 치유한다는 데 있다. 아이를 괴롭히기 위해,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가져오기 위해 치료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닌 만큼, 학대·유기행위와는 분명한 차이를 지닌다.
아이의 건강은 해쳤지만 아이를 위한다는 심정으로 안아키 요법을 사용하였기에, 다시 말해 현대의학 치료법을 동원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해 중단한 것이기에 해당 행위에 학대·유기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 외에도 피해아동의 부모들을 형사처벌하면 남은 아이를 누가 돌볼지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다.
부모와 자녀 관계는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복지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관계다. 힘의 균형이 대등한 관계에서는 공격적 행위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계가 유지되지만,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전적으로 의존해야하는 관계에서는 필요한 행위를 해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종교적 신념, 개인적 신념 등 어떤 이유에서도 아이가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차단하는 것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 선택지라 보기 어렵다. 보호자에게 아동관련 의학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 차원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대체의학 치료법을 엄격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기현 변호사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
-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
- 제52회 사법시험합격
[정정 및 반론보도] ‘약 안쓰고 아이키우기’ 칼럼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시사ON 11월 23일자 『[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약 안쓰고 아이키우기 ‘안아키’, 양육과 학대 사이』 제하의 칼럼과 관련해 전 ‘안아키’카페 운영자인 K씨는 아동보호법 위반죄로 기소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또한 K씨는 2020년 1월 이후에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바 없으며, ‘안아키’카페 관련 피해 사례가 특정되거나 확인된 바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