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문민지 기자]

의회 의석수 배분을 위한 인구조사에서 불법 이민자를 배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구통계 정책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연방 대법원은 20여 개  주와 시민단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인구통계 정책을 막기 위해 제기한 소송의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 뉴욕주를 포함한 몇 개 주와 이민자 단체들은 대법원이 해당 정책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뉴욕·캘리포니아·메릴랜드주 연방 법원은 이 조치에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지명했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많은 역사적 증거와 오랜 관행은 정부의 입장과는 반대된다”며 “누구를 제외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행정부의 광범위한 재량권은 문제가 된다”고 했다. 대통령의 법적 권한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제프 월 정부 측 대리인은 이에 대해  “불법 이민자들이 사회에 소속된 것을 부정하진 않지만, 의회 의석수 배분과 관련해서는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대통령은 최소한 불법 체류자들을 인구 산출에서 제외할 권한이 있다”고 맞섰다.

<WP>에 따르면 일부 대법관들은 1000만 명 이상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를 인구조사에서 제외하는 작업의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사무엘 엘리토 대법관은 “인구조사는 엄청난 작업이 될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를 가려내는 작업의 가능 여부는 인구조사국과 상무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월 대리인도 “현재 연말 법정시한까지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보내는 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불법체류자로 추정되는 1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퓨 리서치 센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시행되면 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주는 하원 의석수가 줄고, 미네소타·오하이오·앨라배마주는 의석수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인구 조사국에 조사 결과를 12월 31일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다만 통계 확정에 시일이 걸리는 데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이 계획을 무산시킬 수도 있어 개표 완료와 보고서 제출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