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발주 시장 위축 여파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전하며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전세계 선박 발주량의 42.6%를 차지하며 수주 실적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LNG운반선 등 고부가 가치 선종 수주에서 막판 뒷심을 발휘했다는 점은 올해 수주 확대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클락슨리서치 기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 1924만CGT 중 819만CGT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135만CGT에 그쳤던 수주 실적이 하반기 들어 684만CGT로 급증한 영향이 컸다.
특히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4분기 수주 급증세를 통해 상반기 수주가뭄을 극복하고, 중국(793만CGT)을 상대로 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다. 10월 99만CGT 수주에 이어 11월과 12월 각각 126만CGT, 285만CGT를 수주하며 석달 새 510만CGT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273만CGT를 수주했음에도 크게 밀리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수주금액도 한국은 지난해 183억 달러를 기록, 145억 달러를 차지한 중국을 가뿐히 따돌렸다. 수주량 대비 수주금액 격차를 더욱 넓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4분기 LNG운반선, 초대형컨테이너선, 초대형유조선(VLCC) 등 고부가 선종 수주가 집중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도 연초부터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고부가 선종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기대를 모은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새해 벽두부터 합산 1조10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올렸는 데, 해당 선박들 모두 LNG운반선,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지난해 연말 집중 수주의 기세를 이어갈 가능성을 키운다.
다만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과 수주금액은 2019년 대비 각각 13.1%, 17.9% 감소한 결과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조선업계가 2016년 수주절벽을 겪은 이후 2018년까지 뚜렷한 회복세를 이어갔으나, 최근 2년간은 다시금 하락세를 보이며 하락 전환 국면에 놓였다는 점도 숙제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조선사 별 수주 실적도 일제히 목표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삼성중공업은 연초 목표였던 84억 달러의 65% 수준인 55억 달러를 수주했으며, 대우조선해양도 목표액 72억1000만 달러의 75%에 해당하는 54억1000만 달러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된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110억 달러 목표치의 91%에 달하는 100억 달러의 성적을 냈지만, 기존에 내세웠던 목표치 157억 달러를 중간에 하향 조정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부진을 만회하고자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4일 올해 연간 수주 목표로 149억 달러를 설정, 공격적인 수주 확대를 예고하고 나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업황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우호적인 발주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주목하며, 올해 조선사들이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노후선박 교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음은 물론 이연된 카타르 프로젝트의 대형 LNG선 신조 발주가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해운·조선업 2020년도 3분기 동향 및 2021년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2년 유럽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ETS), 2023년 현존선 에너지효율지수(EEXI) 시행 등에 대응한 선주들의 선제 투자가 올해부터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측은 "강화된 선박 공기오염 규제로 노후선들에 대한 교체 압력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기술적 신뢰도를 필요로 하는 LNG선의 비중 확대 추세는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환경 규제에 따른 LNG선 중심의 발주 확대 가능성은 있지만, 코로나와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 실제 발주로 이어질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며 "올해는 그나마 코로나 여파가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낙관론보다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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