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가 하찮은 사람이 아니라 갑질하는 입주민들이 모자란 사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영하 13도의 강 추위 속에서 그들은 25만 명의 배달 라이더들을 대표해 '직업에 귀천이 없음'을 호소했다.
2일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 지부, 진보당 송명숙 서울시장 후보 등은 배달라이더를 무시하는 갑질 아파트·빌딩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국가인권위 앞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많은 배달 물량이 폭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폭설, 폭우가 오는 와중에도 배달 노동자들은 배달을 멈추지 못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배달 노동자들은 코로나 시대에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객들이 시킨 음식을 가장 빠른 시간에 가져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일부 아파트, 빌딩에서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은 고사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고 있기에 저희 인권을 조금만 보호해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배달라이더스 기사방(오픈 카톡)과 서비스일반노동조합배달서비스지부 조합원 증언 등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타워팰리스1차, 대림아크로빌, 대치롯데캐슬리베아파트 등 아파트 76개를 비롯해 메리츠타워, 서초GT타워 등 7개의 빌딩이 배달라이더를 무시하고 갑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물 엘리베이터 이용, 우비와 헬멧, 조끼, 패딩 벗기 등 무시와 갑질 사례는 가지각색이었다.
김영수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 지부장은 "지난해 폭우가 쏟아지던 장마철에 마포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배달을 갔다가 일층 로비에서 우비와 헬멧을 벗으라 제지를 당했다"라며 말했다.
김 지부장은 "경비원이 '너희 때문에 일층 로비가 물바다'라며 우비를 벗으라 했고, 'CCTV에 얼굴이 나와야 너희가 잘못했을 때 너희를 잡지 않느냐'라며 헬멧을 벗으라 했다"라며 "이것은 명백히 우리를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우비를 벗는데 동물원 원숭이처럼 수치스러웠다"라고 전했다.
이어 "노동이 하찮은 것이 아니고 갑질하는 입주민이 모자란 거다. 그런 아파트는 일층에서 직접 수령하거나 음식 보관함을 마련해 주는 것이 안전하다"라며 "그 외에도 겨울 패딩을 벗고 가라는 곳도 있었다. 패딩 안에 흉기를 소지해 입주민을 위해할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날 일을 쉬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홍현덕 배달서비스지부 사무국장은 테러범, 짐짝 취급을 받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사무국장은 "여의도에 위치한 한 상가에 픽업을 갔는데 보안요원이 다가와 헬멧을 벗으라 했고 그 이유로 테러를 저질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며 "또 어느 곳에선 화물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라고 했다. 우리는 짐이 아니다. 고객의 소중한 음식을 가지고 가는 사람인데 왜 화물칸에 타라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배달라이더 인권 향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현장을 찾은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금은 21세기 서울이다. 직업에 귀천이 있었던 16세기 조선시대가 아니다. 고급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손님이 귀족일 수 없다"라며 "앞으로 서울은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와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를 시작으로 보이지 않았던 노동자의 현실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가겠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성희 배달서비스지부 부지회장은 "배달 노동 형태에 등록된 인원이 25만 명을 넘었고 코로나 시기 언택트 생활을 보장하고 바쁜 일상을 이들이 메우고 있지만,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배달라이더에겐 배달 시간은 곧 임금이기에 노동자 인권을 침해하는 아파트와 빌라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고 개선안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촉구했다.
향후 이들은 배달라이더를 무시하는 아파트, 빌딩 문제 해결을 위해 서명운동뿐 아니라 제보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며 직접적인 해결을 위해 플랫폼사와 대화를 제안하는 등 인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