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앞으로 은행권은 점포를 없애기 전에 금융감독 당국의 더욱 깐깐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은행 점포를 없앴는 것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꼼꼼이 따진 후에나 폐쇄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오프라인 점포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과 맞물려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은행 점포 폐쇄 결정 전 사전영향평가를 수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선안을 발표했다. 사전영향평가 결과 점포 폐쇄로 소비자의 불편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점포 유지나 지점 출장소 전환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내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해에만 폐쇄된 은행 점포는 303개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가 증가했고, 은행권이 중복점포 정리를 확대하면서 점포 감소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은행 점포수는 2015년 7281개, 2017년 7101개, 2019년 6709개, 2020년 6406개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사실, 은행 점포가 줄어도 모바일·인터넷 등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최근 한 언론사가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은행 지점이 줄어들면서 '매우 불편하다'고 답한 비율은 6.6%, '불편하다'고 답한 비율은 21.4%였다. 특히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은행 점포 축소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 비율이 높아졌다. 반대로 50대 이상 사용자 중 불편하다고 응답한 비율(31.4%/불편함+매우 불편함)이 다른 연령대보다 약간 높았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오프라인 영업망 감소는 온라인 기반 금융거래 환경으로 바뀌면서 불가피한 측면임을 인정하나, 점포 감소에 따라 고령층 등 디지털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전반적인 금융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도권의 경우 점포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 10월 정기 간행물 '금융브리프'를 통해 "비대면 거래의 급격한 점포 이용 수요가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은행의 점포망 축소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고령층 같은 취약계층과 농어촌 등 금융서비스 과소(過少) 제공 우려 지역의 금융 접근성은 심각하게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향후 금감원은 은행 경영공시 항목을 개정하여 점포(지점+출장소) 수 이외에 점포 신설·폐쇄 관련 세부 정보를 매년 공시하도록 추진한다. 또한, 은행별 지점·출장소 등 점포 운영현황(신설, 폐쇄 등)을 분석하여 정기적(반기)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점포 운영과 관련한 여러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점포 폐쇄는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은행의 불가피한 생존전략임을 감안했을 때, 은행권의 개별적 대응이 아닌 금융권 협의를 통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계층 밀집 지역 등에서 점포를 닫을 경우, 프로 스포츠팀에서 신인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인 드래프트 제도처럼 은행권이 점포를 폐쇄할 지역을 순차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일본이나 독일 등에서는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지점·현금자동입출금기(ATM) 공동 운영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는 은행대리업제도를 도입해 유통업체 등 비금융기관을 은행 대리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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