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희 기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3번에 이름을 올린 김재연 후보는(32)는 ‘진보정치 시즌2’를 꿈꾼다.
지금까지의 진보정치가 시즌1이었다면, ‘정신은 살리고, 원칙은 가져가되 좀 더 유연한 정치’로 나아가는 것은, 시즌2에 해당한다. 지난달 21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김 후보의 모습은 피곤해보였다. 바로 전날, MBC백분토론에 출연한 그는, 새벽 늦게까지 패널들과 대화를 나눠,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에서 마련한 <위대한 진출>경선에서 최종 우승을 한 이후, 한 차례 이름이 알려졌고, 백분토론 출연 직후에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터뷰 대화는 진보정당인으로 살아가는 청년정치인으로서, 그리고 2030세대의 요구, 현주소와 관련된 얘기들로 채워졌다. 일문일답 형식보다는, 김 후보가 얘기한 것들을, 큰 묶음으로 나눠 정리해봤다.
직시①… ‘위로형 서적’이 현 주소라고? NO!
“2011년은 반값등록금을 위한 촛불 공간의 해였다. 대학생 스스로 광장을 열어내고 너무 오랫동안 겹겹이 쌓여있던 에너지를 분출시키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당시, 3만 명 정도 모이는 힘을 발휘했다. 이러한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누가 과연 이 젊은이들에게 자기밖에 모르는 개인주의에 찌든 아이들이자, 힘없는 존재라고 딱지를 붙였던가. 그들의 눈빛 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무언가를 봤다. 저 역시 한대련 반값등록금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서 대학생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그러면서 수면 아래로 꿈틀거리는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 누군가 건드려만 준다면 엄청난 화력으로 용솟음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간 우리들은 참 많이 끌려 다녔다. 교육에 끌려 다니고, 학벌에 끌려 다니고, 직업소득에 끌려 다녔다. 그렇지만, 촛불시위를 보면서, 청년들 스스로 자기 삶에 주인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보게 됐다.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 ‘위로형 서적’이 청년들의 현 주소를 대변한다고 보면, 오산이다.”
직시②…양심과 상식, 그리고 소통이 없다
“청년들이 요구하는 것은 양심과 상식을 인정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이 소통되는 사회다. 그런데 MB정부 4년을 두고, 흔히들 ‘소통의 부재’를 지적한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봉쇄된 느낌,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게 어렵게 됐다.
국회만 봐도, 한미 FTA가 날치기로 통과되는 현실이다. 전문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 ‘이것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밀실 속에서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정리를 한다.
얼마 전, 후보출마과정에서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 강정마을로 부랴부랴 내려갔던 적이 있었다. 이 문제를 두고서 강정지역 분들은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바위가 그렇게 소중 하냐’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해군기지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민 중에는 ‘제주해군기지는 미군의 이익에 복무될 것’이라고 의구심을 가진 분들이 많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제주도민의 생존권적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지화 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너무나 심각한 불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는 소외된 이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지금의 청년들은 그런 정치인들의 모습에 가장 많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도덕함과 염치없음에 혐오를 가진지 오래됐다. 지난 재보궐 때 투표율이 높아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체적인 지지율이 하락하게 된 요인도, 청년층의 지지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2030세대가 사회정의에 할 말이 많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MB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죄 지은 것들을 단죄하는 상황이 분명히 올 것이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 지금이라도 민간인 사찰 등 이런 무모한 것을 멈춰야 한다.”
직시③…청년들로부터 국회에 파견된 것
“중요한 것은 제가 국회에 들어간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저는 단지 청년들로부터 국회에 파견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제가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어리고. 제가 청년들의 문제. 노동자 서민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적당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정치권력을 청년들에 소외된 민중들에게 돌려주는 것. 그러려면 계급, 계층 일들과 함께 네트워크 단체들과 힘을 모으는 것에 앞장서야 한다.
청년정치인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것도 않다. 물론 저 역시 고민하는 부분이다. 기득권의 정치가 막강하고 진보정당의 소속으로 연줄 없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어쩌면 무시한다거나 정보조차 공유되지 않는 곳에서 외롭게 4년을 후딱 지나갈 수도 있다.”
직시④…청년들의 피부에 와 닿는 건 ‘반값통신비’
“청년정책을 위해 반값통신비를 애기하고 있다. 당내 경선인 ‘위대한 진출’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요정책으로 내놓았다. 통신비는 즉각적으로, 피부로 느껴지는 문제다. 반값통신비를 위해서는 KT의 공영화가 필요하다. 민영화 된지 l10년 정도 되었는데, 그 사이 정리해고당한 사람들은 많다. 반면에 외국인 주식소유비중은 49%에 달한다. 이러한 외국인 소유주식을 국가에 인수시켜야 한다. 담합으로 뭉쳐진 3사 통신비 역시 해결해야 한다.
반값등록금 공약은 단지 등록금 비싸니까 깎아라, 이런 것은 아니고 그 공약의 핵심적인 내용은 교육의 공공성이다. 5~6년 정도 반값등록금 법안과 관련해 민주노동당도 많이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19대 국회 1호법으로 통과시키겠다.
제가 관심을 가진 부분 중에는 ‘군대개혁’도 있다. 청춘을 저당 잡힌 군대문제에 대해서도 한번은 포문을 열 계획이다. 사병임금대폭 인상, 복무기간 단축, 군인권법제정과 군 옴부즈맨 도입, 군대 내 사상검열폐지, 양심적 병역거부권 등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2년 광주 유니버시아 대회 개최를 통해, 남북대학생 단일팀을 구성해보고 싶다.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주최한다면, 전 세계에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우리 청년들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다.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한반도 주인으로서 평화통일의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남북한의 여러 역사적인 배경들을 알아야 한다고 본다. FTA이후 농업의 미래, 일자리 미래, 경제와 관련된 문제를 놓고 보더라도 해법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직시⑤ 진보, 그리고 보수…
“우리나라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협소해지고 왜곡된 바가 있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가. 가치관에 우선순위를 따졌을 때 대다수 국민들이 어느 지점에 와있는가를 착안한 정치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 팝캐스트<나꼼수>가 뜬 것은, 기존 언론의 공공성, 정부의 비판적 기능이 상실되어가는 것에 대한 대안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젊은이들이 이 공간을 너무나 많이 사랑해줬을 거라고 본다. 이처럼 민심을 읽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고, 그것을 잘 구현하는 것이 진보라고 본다.
한편, 어제(3월20일)MBC 백분토론에 출연했는데, ‘야권연대와의 야합이 아니냐’는 공격이 있었고, 여러 공방전이 있었다. 그 와중에 어떤 패널분이 그런 얘기를 했다. ‘이념적으로 일치하지도 않는 양당의 야합 때문에 애꿎게 몇 년 동안 준비했었던 자신의 후보자리를 내려놓아야 하는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말이다.
그런데 정당인이라면, 자기에게 주어진 배지를 취하는 것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본다. 대의를 위한 정치, 다수국민들을 위한 정치, 그리고 도덕적인 것이 진보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기성의 보수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은 권력을 누리는 모습, 기득권에게 정치가 독점되어있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여겨진다.”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무렵, 닮고 싶은 정치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러자 김재연 후보는 이정희 의원을 꼽았다.
그는 “배우기조차 어려운, 진심의 정치를 하고 있는 분이다. 생활자세에서 가식이 없는 모습, 그리고 기성정치인들에게서 보이는 권위주의적인 정치가 전혀 베어나 오지 않으신다. 국민을 대하는 마음 자세,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동화되는 모습, 그것과 더불어 낡은 정치 대신, 새로운 정치를 이야기하는 모습, 이런 그분의 모습을 따라하고 싶어도, 삶의 자세에 베어나는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김재연 후보는 통합진보당이 이번 4.11총선에서 20석은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또한 야권연대를 통해 대선승리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총선을 목전에 둔 가운데, 김 후보의 기대는 이뤄질 수 있을까, 궁금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