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이야기> 수족구병 (手足口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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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의 의학이야기> 수족구병 (手足口病)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4.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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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봄이다. 봄은 만물을 소생케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뻣뻣한 나뭇가지에서 파릇파릇한 싹이 돋게 하고, 땅속에서 죽은 듯 자고 있던 개구리도 뛰쳐나오게 하고, 심지어는 겨우내 방에서만 뒹굴던 우리네 수줍은 누님마저 화사하게 치장을 하고 살포시 마실을 나가게 만든다. 정말 아름다운 계절이다. 하지만 봄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을 소생케 하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봄기운에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병균들도 잠에서 깨어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봄을 타고 날씨가 포근해지면 각종 전염병의 발생 건수도 서서히 증가한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수족구병도 그 중 하나다. 

귀여운 아이가 어느 날 느닷없이 보채며 부모 속을 태운다. 열이 나고 설사를 하고 토하기까지 한다. 며칠 후 손발(手足)에 이상한 물집이 서서히 생기고 어느새 입안(口)까지 물집이 생겨 아이는 도통 음식을 먹지 못한다. 그런데 다행히 1주일 정도 경과하니 병세가 서서히 호전돼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전형적인 수족구병에 걸린 어린이네 가족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면 수족구병은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하지만 대개는 면역력이 약한 6개월에서 4세 사이의 어린이가 주요 대상이다. 수족구병은 대부분은 장내에서 서식하는 장내바이러스 중 콕사키바이러스라는 것에 감염돼 생기는 병이다. (최근에는 엔테로바이러스 71에 의한 수족구병이 베트남에서 유행중이며 이 경우는 보다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수족구병은 A형간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입을 통해 전염되는 경구감염이다. 아직까지 수족구병의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약은 없다. 또한 이 병은 재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족구병에 대한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은 예방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수족구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렸다면 탈수가 되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먹여야 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먹게 해야 한다.(대체로 아이스크림 등 시원한 음식이 구강 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구강 내 통증이 매우 심해 아이들은 음식을 잘 먹으려들지 않는다. 아이가 너무 못 먹어서 탈수가 될 정도거나 열이 심하게 나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도 바람직하다. 병원에서는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퇴치하는 치료는 할 수 없지만 아이가 병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앓고 지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드물기는 하지만 뇌수막염 등 치명적인 후유증 발생 여부를 조기에 감별해 줄 수도 있다.

수족구병은 대부분 큰 후유증 없이 저절로 잘 낫는 병이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참 쉽지 않은 병이며, 드물게 뇌수막염 등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년전 중국에서 엔테로바이러스 71 이라는 강력한 균에 의한 수족구병이 유행,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데 이어 금년에는 베트남에서 수만명의 수족구병 환자가 발생하면서 그의 인접국인 우리나라도 과거보다는 좀 더 신중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에 국내 최초로 수족구병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수족구병은 예방이 최선이라고 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환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자주 양치질을 하고 손을 씻는 등 개인위생을 위한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 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식기 등은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렸다면 물집이 형성된 후 최소한 2~3일 정도는 전염력이 있으므로 이 기간 동안 집안에 격리해야 한다. 이러한 예방을 위한 지침 중 일부는 다소 삭막하고 야속한 느낌이 들기도 하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므로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친구들을 위한다는 배려의 의미로 이해를 해줬으면 한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하나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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