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박카스 황태자’로 불리던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이 횡령·배임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 디지털오션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이 지난 2일 강 부회장의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했다고 다음날 공시했다. 디지털오션은 강 부회장이 지난 2008년6월 인수해 2011년8월까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다.
검찰은 해당 기간 동안 강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동원, 개인 사업에 유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회장은 제약업계에 복귀하기 위한 과정에서 몇 차례 피소 사실이 있기도 했지만 압수수색까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부회장이 제약업계 복귀를 노리고 고소를 당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의 시발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부회장은 ‘박카스 기업’인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1987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97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강 회장은 2004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의 아버지 강신호 회장은 당시 별거 중이던 본처의 아들인 강 부회장을 후계구도에서 제외시키고, 후처의 자녀들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정비한 것. 이에 강 부회장은 2007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등 경영권을 되찾으려 싸웠지만 그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강 부회장은 2008년 동아제약 지분을 처리하고 디지털오션을 인수했다. 그가 현재 대주주로 있는 수석무역을 통해 디지털오션을 인수, 지난해 9월 다시 매각한 것. 이 과정에서 강 부회장은 디지털오션 지분을 인수하려던 고 박용오 두산그룹 전 회장의 둘째 아들 박중원 전 성지건설 부사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강 회장이 제약업계 복귀를 위해 우리들제약 인수를 시도하려다 먼저 인수 의사를 표했던 그의 초등학교 선배 박우헌 씨로부터 횡령·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우리들제약 인수 역시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수포로 돌아갔다.
당초 박우헌씨 외 1인은 우리들제약 주식 1752만주(30%)와 경영권을 180억원에 인수키로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강 부회장은 지분투자 없이 경영 고문만 맞기로 한 터였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박씨 등은 계약금 18억원을 제외한 잔금 162억원을 납입기한까지 입금하지 않았고, 이 때 강 부회장이 우리들제약 경영권 인수에 전면 나섰다. 이로써 박씨 등과 마찰, 소송을 야기했다.
강 부회장은 박씨에 대해 “박씨가 자신의 요구 조건에 응하지 않자 말도 안되는 사유를 들어 음해하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강 부회장은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들제약 인수와 디지털오션 매각 과정에서 협상 상대 업체 관계자들이 검찰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일(디지털오션 압수 수색)이 벌어졌다”며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차분하게 대응할 것.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들제약은 지난해 3월 경영권 인수전으로 인수자가 박씨에서 강 부회장으로 변경, 이후 한 달 뒤 다시 디지털오션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디지털오션은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우리들제약 인수를 중도 포기했고, 강 부회장도 우리들제약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강 부회장의 제약업계 복귀는 수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