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 분양에 골병드는 건설사
스크롤 이동 상태바
밀어내기 분양에 골병드는 건설사
  • 차완용 기자
  • 승인 2010.01.18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도세 혜택 종료 전 분양물량 급상승
청약자 한명 없는 ‘0’ 아파트 속출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주택시장에서는 청약률 ‘제로(0)’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감면 조치 시한인 2월11일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묻지마 분양'에 나선 후유증이다.  지난 2007년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불황에 몸서리치게 울어야만 했던 한국 경제의 산실이었던 주택건설경기가 극한의 어려움을 뚫고 간신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 보였지만 지난 2년 동안 쌓였던 후유증이 곳곳에서 터진 것이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국내 주택시장은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 등 선제적 대책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도 잠시. 경기를 살리기 위해 풀어놓은 막대한 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며 수도권 일부 규제완화지역을 중심으로 단기 과열 양상까지 치닫기까지 했다.

이에 정부는 다급해진 나머지 부랴부랴 대책은 내놓기 시작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를 확대 시행하며 과열의 싹을 자르기 시작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정부의 주택시장 과열 방지를 위한 처방은 즉시 효과가 나타났고,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서울 도심과 수도권 전 지역 주택시장은 또다시 찬바람이 쌩쌩 불며 급랭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급랭한 시장 분위기를 살펴가며 분양을 할 여력조차 없게 됐다. 한달도 채 안 남은 오는 2월 11일에 세제감면혜택인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양도세 감면혜택 종료를 두어 달 앞두고 막판 밀어내기식 물량을 쏟아내는 것도 마치 2007년의 위기를 재현하는 듯 하다. 건설업계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2007년 12월 고분양가 아파트를 대거 공급했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바 있다.

여기에 분양 관계자들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면서 낳은 부작용들은 향후 수요자들이 짊어져야 할 짐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전국 미분양주택 8개월만에 다시 증가

앞으로가 더 문제다. 감소세를 이어가던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다음달 양도세 감면혜택 종료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비수기에도 ‘밀어내기 분양’을 해 공급을 늘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여기에 서울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 물량이 줄줄이 예정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공개한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2만2542가구로 전월의 12만437가구에 비해 2000여 가구 증가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은 9만9677가구로 전월(10만589가구)에 비해 912가구 감소하며 지난해 3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반면 수도권은 전월(1만9848가구)에 비해 3017가구 증가한 2만2865가구로 조사돼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를 늘렸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4만9075가구로 전월(4만8519가구)에 비해 556가구 늘어났다. 수도권(191가구)과 지방(365가구) 모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 증가는 대규모 공급 물량으로 인천에서만 전월에 비해 3146가구의 미분양 주택이 추가로 발생한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10∼11월 영종하늘도시 등 분양 물량이 집중되며 11월 말 기준으로 4578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해 전월에 비해 미분양 주택 증가율이 무려 219.7%에 달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양도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민간의 공급 물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2월 위례신도시 조기 공급, 4월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등 공공 물량이 증가하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도세 감면 혜택 종료로 밀어내기 분양이 잠잠해지고 본격적인 분양 시즌이 시작되는 봄이 되기까지는 미분양 주택 증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의 딜레마 "미분양 쌓여도 어쩔 수 없지…"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지만, 건설사들이 새해 벽두부터 적극적인 분양몰이에 나서고 있다. 신규 분양물량에 주던 각종 세제혜택이 사라지기 전에 고객들을 유치하려는 계산이다.
현대건설은 경기도 수원 장안과 인천 서구 당하동에 힐스테이트 1500여 세대를 분양하며 대우건설도 경기도 이천 설봉 2차 푸르지오 분양에 들어갔다. 롯데건설도 인천 송도동에 롯데캐슬 분양을 앞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새해들어 현재까지 분양이 이미 시작된 곳은 전국적으로 13개 지역으로 2만1803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1년전에 비해 무려 3배 이상의 물량이 풀리는 셈이다.

특히 이 물량의 80% 이상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풀린다. 서울에 3519 세대, 인천 1586세대, 경기 1만2851 세대 등 수도권에만 1만7956세대가 공급되는 반면 비수도권 지역에는 3847 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분양실적을 장담할 수는 없다. DTI 규제를 고비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순위밖 청약이 이뤄지는 등 아파트 분양시장이 급격히 식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깔려 있는데도 건설사들이 이처럼 분양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올 2월 11일 이후에는 신축주택에 주던 양도소득세 5년 면제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혜택이 사라지면 분양실적이 더욱 악화될게 뻔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을 구입할 때 양도세 면제 혜택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양도세 한시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 분양일정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로서는 분양의 고삐를 죌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건설사들은 분양물량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는 7월부터는 사용승인을 받은 신규분양 아파트에 대해 적용되던 취득세, 등록세 감면혜택도 폐지될 예정이어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밀어내기 분양 후폭풍 … 청약률 제로 아파트도 등장

이러한 밀어내기 분양의 여파로 연초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연초부터 아파트 청약률이 부진하다 못해 청약자가 하나도 없는 ‘제로(0)’ 아파트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최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1월 현재까지 두달간 청약을 실시한 단지에서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는 곳이 10개 단지를 넘어섰다. 순위내 청약을 마감하지 못한 미분양 단지 숫자는 더욱 많다. 순위내 전주택형이 마감된 신규 청약단지는 철산 래미안자이, 김포한강신도시 래미안, 광교 자연앤힐스테이트, 청라 더 샵 레이크파트, 광교 호반가든하임, 청라 린스트라우스, 광교신대역 극동스타클래스, 역삼동 래미안 그레이튼, 별내 남양휴튼 등에 불과하다.

대개 청약률 ‘제로’ 아파트는 지방에서 많이 발생한다. 입지도 안 좋고 가격이 비싸 수요가 없는 지역의 아파트는 청약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이나 주요 대도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초 청약에 나선 마포의 주상복합아파트인 펜트라우스는 국민주택 81가구 모집에 단 한명도 청약하지 않았다. 182가구를 모집하는 중대형 분양에는 10%가량만이 청약에 나섰다.

신일건업이 대전 대덕구 평촌동에 공급한 ‘덕암 신일유토빌’은 지난달 322가구에 대해 청약신청을 받았지만 청약자가 없었다. 제로 청약 아파트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어 조양종합개발이 경기도 부천 역곡동에서 분양한 ‘부천 휴캐슬’ 40가구, 충남 천안 병천면 ‘레이크팰리스’ 역시 3순위까지 신청자가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청약접수를 마친 경남 사천시 죽림동 `아리안 1차’도 125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

청약률이 저조한 아파트는 셀수도 없다. 경기도시공사가 김포한강신도시에 일반분양한 ‘자연앤e편한세상’ 823가구는 2순위까지 42명만이 청약에 나섰다. 현대성우가 지난달 경기도 고양 일산 2지구에서 분양한 타운하우스 ‘현대 성우 오스타’는 124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단 한명에 불과했다.

1차 분양때 평균 2.74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순위내 마감한 현대산업개발의 수원 권선구 ‘아이파크시티’ 2차분양도 2014가구중 절반을 조금 넘는 1247명이 신청하는 데에 그쳤다.
185가구를 모집한 수원 율전 서희스타힐스 1·2단지의 경우 주택형별로 1~2가구만 청약한 경우도 다반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미분양 속출에 대해 “3년전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며 크게 경계하고 있다. 우선 청약률 저조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 확대에 따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금리 인상 움직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보금자리 주택 2차분이나 위례신도시 등 알짜 택지지구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월 11일 양도세 감면 마감시한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하고 있는 것도 이분양 및 청약률 저조를 부추키고 있다. 이 모습은 2007년 9월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분양했던 것과 같은 형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8년 미분양이 속출하던 모습과 흡사해 건설사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