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업무에 연봉은 찔끔…他산업으로 이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건설업계가 대형, 중견, 중소업체를 가릴 것 없이 안전관리 인력을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관련 법 개정 등으로 채용시장 내 안전관리 인력 수요는 급증한 반면, 안전관리 책임에 엄격해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열악한 근무여건은 개선되지 않아 구직자들은 줄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6일 건설취업포털 건설워커에 게시된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신일, 한라, 한화건설, 포스코건설, 반도건설, 현대건설, 금호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아이에스동서, 롯데건설, 쌍용건설, 대우산업개발, 신동아건설, 창성건설, 금강주택, KCC건설, CJ대한통운 건설부문, 한신공영 등(공고 등록일 순)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설사들이 일제히 정규직 또는 계약직(PJT, 각 프로젝트별 현장채용직) 안전관리자들을 모집 중이다. 전체 안전관리 채용공고(약 600개) 가운데 이달 중 올라온 공고만 177개에 달한다.
채용 인원 수도 눈에 띈다. 한화건설은 현재 경력직원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인원이 필요한 건축부문(건축, 기계, 전기 등)과 더불어 안전관리 정규직·계약직 채용인원도 두 자릿수(00명)다. 신일도 5개 모집부분에서 총 35명을 채용할 예정인데 이중 안전·보건·품질관리 경력사원만 11명을 뽑는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인건비 등 비용 문제로 안전관리 인력 채용을 최소화했던 예전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안전관리 인력 확충에 혈안이 된 가장 큰 이유는 관련 규제 강화다.
지난해 기업규제완화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직접 고용이 의무화된 데 이어, 안전관리자는 안전관리 의무만 전담하도록 규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도 지난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거나, 안전관리자가 다른 업무를 겸직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한 건설공사 발주자는 안전 관련 전문가로부터 안전보건대장에 기재된 내용의 적정성 등을 확인받아야 하고, 최초 수급인이 건설현장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설계·시공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 비용·기간을 계상·설정해야 한다.
안전관리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건설업체들을 애타게 만드는 눈치다.
통상적으로 본사, 그리고 일선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 인력에 대한 처우는 다른 분야에 비해 좋지 않은 편이다. 기업 입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실제로 건설워크에 올라온 공고들을 살펴보면 안전관리 부문 신입직 연봉은 회사 규모별로 소폭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40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분야보다 500만~1000만 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근무여건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문제로 인원은 적은데 업무 특성상 민원, 보안, 배수, 환경 등 이곳저곳에 불려가 지원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고, 야근도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안전관리자는 안전관리 의무만 전담하는 내용의 법이 탄생한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광주 학동4구역 버스 참사 등 연이은 안전사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엄격해진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건설현장 내 안전관리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난 점도 안전관리직 기피 현상을 확산시킨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안전사고 발생 시 가장 큰 책임 소재가 돌아가는데 여론의 따가운 눈총까지 받게 된 셈이다. 때문에 안전관리 인력들이 건설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군 또는 공공기관 등을 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계약직 안전관리자는 "하는 일은 너무 많은데 월급은 찔끔 올랐고, 책임은 크게 늘었다. 자연스럽게 몸값이 올라야 하는 게 합리적인데 본사나 각 현장에서 안전관리 관련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이유로 연봉을 잘 안 올려준다"며 "요즘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안전관리자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어서 그쪽으로 이동하는 경력자들이 무척 많다. 신입들도 건설사에는 지원서를 내길 꺼리는 걸로 안다. 굳이 리스크가 큰 건설현장에서 근무할 이유가 없다. 월급은 짜고 욕까지 듣는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건설사 현장소장은 "원래부터 안전직은 현장에서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였다. 사측으로부터만 찬밥 취급받는 게 아니다. 노조원들의 미움도 많이 산다. 안전관리자가 일을 잘하면 자기네들이 회사에 문제를 삼을 게 줄어서다. 그런데 이제 사회적인 지탄까지 듣고 있으니 현장을 떠난다고 해도 붙잡을 명분이 많지 않다"며 "처우라도 좀 개선해줘야 건설사들이 안전관리자를 순조롭게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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