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김재연은 박근혜와 손잡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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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김재연은 박근혜와 손잡길
  • 윤진희 기자
  • 승인 2012.06.0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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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북3대 세습 인정한다면, 유신독재도…´도긴개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희 기자]

얼마 전 만난 택시운전기사는 이런 말을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외국에서는 한반도를 신기하게 볼 것 같다고. 이유를 묻자 택시운전기사 왈,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통치하고 남한에서는 박근혜가 되는 거 아닌가. 둘은 독재자의 아들, 딸이라는 점에서 같다. 외국인들 눈에는 신기한 일이자 아이러니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북한의 故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박 전 대표에게 제안한 일이 떠오른다. 2002년 5월 박 전 대표가 북한을 방문할 때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박 전 대표를 향해 "위대한 지도자의 자녀끼리 선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박 전 대표 또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대화하기 편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믿을만한 파트너"라고 평하기도 했다. 10년 전 북한을 방북할 때는 주체사상탑이나 만경대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최근 언급한 바 있지만, 북한은 3대 세습이 가능한 비정상적인 체제를 지녔다. 1990년 공산권 국가들이 몰락했는데도 북한은 체제 수정 없이 살아남았다. 이유는 하나다. 종교와도 같은 김일성 유일체제, 철옹성 같은 독재 체제를 사수해왔기 때문이다.

북한 인민은 굶겨 죽여도 핵 개발에는 돈을 쏟는 곳.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이라는 3대 가문의 세습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렇듯 북한은 민주주의와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세계 유일의 국가로 자리잡게 됐다. 어느 탈북자가 전한대로 그곳은 돌 던질 자유마저 없는 곳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정치적 독재자로 가장 대표시되는 인물은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 전 대통령은 18년간 장기 집권을 했다. 이 기간 동안 민주화 운동을 한 이들은 온갖 탄압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으로 시작된 유신체제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계승된 군정체제는 90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명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 기간은 북한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같은 독재로 지칭된다 해도, 내용과 강도 면에서 보면, 북한의 독재와는 감히 견줄 수 조차 없음이다.

모순되게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관련, '경제 신화의 장본인'이라는 극찬(?)까지 쏟아내고 있다.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자산 1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평가도 들려온다. 박 전 대표는 현 대권주자들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故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로서 보여줬던 모습, 박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이 인기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근혜 7인회 멘토단'을 두고 유신체제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며, 박 전 대표를 이루는 근간이 무엇인지를 겨냥한 바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또한 "박근혜 대세론'을 두고 실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대북관도 힐난한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대북관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피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한편, '대북관'하면 정치권이든 국민이든 간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쏟는 이들은 따로 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말함이다.

먼저, 이석기 의원은 얼마전 "종북보다 종미가 나쁘다"라고 말했다. 송두율 교수의 내재접 접근론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한 지난 5일 박근혜 전 대표를 비난했다. 한 일간지에 따르면, 이 의원은 자신의 국가관을 문제 삼으며 제명해야 한다고 말한 박 전 대표를 향해 "유신의 부활을 보는 것 같다"고 쏘아댔다. 이어 "박정희 군사독재 시대에 인민혁명당 사건을 조작해 무고한 민주인사가 사법살인을 당했다. (그처럼)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입법부에서 입법살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500달러 시대 같은 (소리)"를 한다고도 했다.

김재연 의원 역시 근래 박 전 대표에 대해 "5.16군사쿠데타와 유신헌법에 대한 스스로의 사상 검증부터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처럼 박 전 대표와 관련, 과거 유신 독재와 연관짓는 공세를 펼쳤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된 언급들을 보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지 말고 거부하자는 것은 전쟁하자는 얘기", "북한의 통치 권력을 승계하는 건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 통합진보당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무력으로 도발해도 대응해선 안 된다", "북한이 대포를 쏴도 맞불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김 의원이 말한 것처럼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 통합진보당의 정체성일까. 이와 관련, 통합진보당 천호선 전 공동대변인은 지난 5일 "북한의 3대 세습은 민주주의 시각에서 당연히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또한 "자주를 반미 자주화로, 통일을 북의 현실을 무조건 존중하는 것으로, 평등을 산업시대의 노동계급 중심성으로 제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체제는 3대 세습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김씨 일가의 독재를 인정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행한 독재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묻고 싶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학살을 자행할 당시, 국제적 비난이 일었던 것은 '내정 간섭'이 아니었을까. 혹여 북한은 되고, 우리나라는 안 되는 이상한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들 두 의원이 북한의 3대 세습은 그들만의 특수한 상황이니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새누리당으로 입당할 것을 대놓고 권해본다. 새누리당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은 박근혜 전 대표가 있다. 또한 전두환 신군부를 잇는 구민정당 세력들도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의 세습을 옹호하는 논리라면, 남한내 평화를 위해 독재 잔존 세력들도 인정하고 비판없이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유신 독재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은 가운데, 차라리 박 전 대표와 뜨겁게 손을 잡는 것은 어떨지. 문득 떠오르는 말. '도긴개긴'(거기서 거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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