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언론중재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의 조속 처리를 공언한 가운데, 야권과 언론계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행 처리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이 속도 조절을 하면서 8월 내 통과는 사실상 무산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기자는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갈등을 보면서, ‘무조건 반대만이 능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먼저 언급하자면, 기자는 언론중재법이 악법(惡法)이라고 믿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언론에 법적 제약을 가하는 것은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고 평범한 국민들의 피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수사권이 없는 언론이 ‘확실한 증거’에 따른 의혹만을 보도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언론중재법이 통과되면, 대다수 언론사는 소송을 피하기 위해 권력과 자본을 고발하는 ‘위험한’ 보도를 줄이고 정치인들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는 ‘따옴표 저널리즘’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로 돌아갈 테고요.
그럼에도 기자가 언론중재법을 대하는 언론의 대처 방식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언론중재법 논란이 언론에 대한 신뢰 회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MBN·매일경제 의뢰로 <알앤써치>가 23~25일 실시해 2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8.9%, 반대한다는 응답은 30.7%로 나타났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 단체들까지 나서 반대하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찬성 28.9% 반대 30.7%라는 수치는 언론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반대가 더 많네’라며 ‘민심이 언론중재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언론 단체들조차도 동의하다시피, 우리 언론이 ‘개혁 대상’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진실’보다는 ‘흥미’에 초점을 맞춘 제목을 짓고, 정파성에 매몰돼 언론이 ‘정치’를 하고, 오보(誤報)로 개인과 기업의 운명을 바꿔놓고도 죄책감조차 갖지 않는 행태는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렸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중재법을 계기로, 우리 언론도 자정(自淨)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자정을 위한 노력이나 대안 제시 없이 무조건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건 ‘기득권 수호’로 비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도 없습니다. 언론중재법과 같은 극약처방 없이도 언론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과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언론중재법보다 무서운 건 국민의 불신입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는 데만 골몰할 뿐, 국민들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언론도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되, 한편으로는 이 위험한 법에 찬성하는 사람이 왜 30%나 되는지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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