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추석민심①-수도권] “‘헬조선’ 푸념도 안 나올 지경” vs “변화 과도기…기회 더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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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추석민심①-수도권] “‘헬조선’ 푸념도 안 나올 지경” vs “변화 과도기…기회 더 줘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9.20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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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에게 정권교체 여부 물었더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추석 연휴를 맞아 2030세대의 민심을 추적해 봤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추석 연휴를 맞아 2030세대의 민심을 추적해 봤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시사오늘>이 추석 민심에서 주목하는 것은 MZ 세대 표심의 향배다. 내년 대선의 승패는 2030 청년세대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더욱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와 정권 재창출 사이 어디쯤 있는지 △대선 정국의 분수령이 될 최대 이슈로 꼽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코로나19를 고려해 비대면 위주로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제 다시는 민주당 안 찍어”


전통적으로 2030세대는 진보 성향 유권자 집단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2030세대의 민심은 정반대였다. <머니투데이>가 의뢰하고 <한국갤럽>이 13~14일 수행해 1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18~29세의 60.2%, 30대의 60.7%가 ‘정권 교체’에 힘을 실었다.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는 응답자는 18~29세의 31.4%, 30대의 31.5%에 그쳤다. 이 수치는 ‘정권 재창출’ 31.0%, ‘정권 교체’ 63.7%를 기록한 60대 이상 응답자와 비슷한 결과다.

<시사오늘>이 명절 연휴 동안 수도권에서 만난 2030세대의 답변에서도 이런 기류가 포착됐다. 기자가 질문을 던진 네 사람 가운데 정권 재창출에 표를 던진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조차도 2030세대의 ‘대세’는 정권 교체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었다.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 중 어느 쪽을 원하나.

“당연히 정권 교체다.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서고 나서 나라가 완전히 개판이 됐다. 지금까지는 정치인들끼리 싸우든지 비리를 저지르든지 한 거 같은데, 지금은 대통령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확 든다. 남자 여자 편 갈라서 싸우게 만들고, 취업은 아예 하늘의 별 따기고, 집 사는 건 꿈도 못 꾸게 만들고…. (욕설을 섞으며) 그냥 자기들이 빌려주는 집에서 돈이나 받아먹으면서 살라고 하는 거 같다. 왜 멀쩡하던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러고도 잘했다고 XX하고 있는 게 꼴같잖다. 이제 헬조선이라는 말도 안 한다. 진짜 지옥에 떨어지니까 헬조선이니 뭐니 하는 말도 안 나오는 거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는 훌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세상에 어떤 나라가 확진자 동선 성별 사는 동네 다 공개하고 그 집에 가서 방역한다고 떠들썩하게 해서 낙인을 찍나. 피해자를 저렇게 낙인찍어서 전 국민적으로 욕을 먹이니까 사람들이 무서워서 알아서 방역에 협조한 거지 문재인 대통령이 뭐 했나. 자기들이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는데 진짜 꼴같잖아서.” (20대 후반 남성 김모 씨)

“사람이 살다 보면 단계라는 게 있지 않나. 대학 졸업하고 취업 하고 결혼 하고 아이 낳고 집 마련하고. 근데 어떤 단계에서 문재인 정부를 만났느냐에 따라서 단계를 넘어설 수가 없어져버렸다. 대학 졸업 단계에 걸린 애들은 취업을 못하고, 겨우 취업을 해도 결혼으로 못 넘어가고, 가정을 꾸려도 집을 못 사고. 제일 재수가 좋은 사람들은 집까지 사고 난 다음에 문재인 정부에 걸린 애들이고, 제일 재수가 없는 사람들은 취업도 못했는데 문재인 정부에 걸린 애들이다. 나도 겨우 직장 잡았는데 문재인 정부에 걸리는 바람에 결혼이고 뭐고 꿈도 못 꾼다. 나보다 어린 애들은 오죽하겠나.” (30대 중반 남성 서모 씨)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 한 투표가 문재인 대통령 찍은 건데,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 어른들이 왜 학생운동만 하던 무식한 자들이 정치하면 안 된다고 하신 건지 왜 빨갱이라고 하신 건지 알겠다. 내가 죽어도 이제 민주당은 안 찍는다.” (20대 중반 남성 김모 씨)

“주변에 친구들 보면 (진보 성향이던 과거에 비해) 많이 변하고 있는 거 같긴 하다. 아무래도 취업도 어렵고 하니까…. 근데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국가 전체를 개혁해 가고 있는 과정이다 보니까 어려움이 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의도는 좋고 방향성도 맞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정권이 보수로 넘어가면 지금 하고 있는 게 중간에 끝나버릴 거 같아서 민주당이 한 번 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30대 초반 여성 박모 씨)

 

“윤석열 토론 실력, 변수될 수도”


전문가들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3요소를 구도, 바람, 인물이라고 한다. 현 상황에서, 구도는 ‘정권 교체’ 쪽으로 다소 기울어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 구도를 뒤집을 만한 이슈가 있을지, 있으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대선 정국의 분수령이 될 이슈가 있다고 생각하나.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그렇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그렇고 뭐 이런 저런 이슈가 많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솔직히 저게 정확히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뭐 입시 비리 병역 비리 이런 게 아니면 사람들이 확 마음을 바꿀 만한 이슈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20대 후반 남성 김모 씨)

“글쎄…. 잘 모르겠다. 비리나 뭐 이런 거야 정치인들은 다 있는 거니까. 이슈나 뭐 그런 것보다는 얼마 전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토론에 나와서 하는 거 보니까 말을 너무 못하고 별로 아는 것도 없어 보이던데, 토론이 계속 되면 오히려 그런 게 결과에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토론이 표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자) “그건 그럴 수도 있지만, 윤 전 총장은 너무 알려진 게 없는 사람이라서 좀 다를 수도 있다. 주변에만 봐도 윤 전 총장 이미지를 보고 지지하다가 토론을 보고 나서는 실망이라는 애들이 좀 있다. 윤 전 총장이 뭘 보여주는 게 토론이 처음이다 보니까 토론에 따라서 인기 순위가 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30대 중반 남성 서모 씨)

“이재명 경기지사 형수 욕설 문제가 이슈가 될 거 같다. 지금은 아는 사람만 알고, 그것도 형수한테 욕설을 했구나 정도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진짜 선거 들어가서 녹음 파일이 돌기 시작하면 엄청 충격이 클 거다. 그래도 대통령이 될 사람인데 저런 욕을 하나 하면서 돌아설 사람들 많을 거 같다. 솔직히 저런 욕은 커뮤(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안 한다. 일베에서나 할까.” (20대 중반 남성 김모 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런저런 개인적 문제가 이슈가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 사람이라 선거에서 밝혀지면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한테 하듯이 자기한테도 하다 보면 이런저런 것들이 나올 테고, 지금까지 되게 정의로운 이미지였는데 그런 게 무너지면 선거 결과가 바뀌는 이슈가 되지 않을까.” (30대 초반 여성 박모 씨)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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