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덤프트럭, 콘크리트믹서트럭(레미콘 운반차량), 굴착기 등 요소수가 필요한 주요 건설기계 운용이 어려워지면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일 관계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요소수 원료인 요소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했다. 사실상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한 셈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요소수는 디젤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화물차량 등에 의무적으로 장착하게끔 돼 있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수품이다. 요소수가 부족하면 시동이 꺼지거나 속도가 급감해 운행하기가 힘들다.
최근 요소수 가격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전체 요소 수입량 중 3분의 2 가량이 중국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10L당 1만 원대에 불과했던 요소수 값이 10배 넘게 뛰었고,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는 실정까지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본지와 만난 한 화물 노동자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요소 가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는데 거기도 동이 다 났다고 하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전체 디젤 화물차량 가운데 SCR이 장착된 차량 비중이 60%에 이르는 만큼,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나아가 국내 전체 산업군 대부분에서 경유 차량을 활용하고 있기에 품귀 사태가 장기화될 시 산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 2일 성명서를 내고 "전체 건설기계 가운데 얼마나 많은 차량에 SCR이 장착돼 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화물차량 60%에 요소수가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건설기계 역시 상당수 차량에 요소수가 필요할 것이다. 디젤 엔진은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건설기계에 적합한 동력원이기 때문"이라며 "건설기계 노동자 보호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요소수 재고량이 2개월 치 정도여서 오는 12월께부터 요소수를 아예 쓸 수 없을 거라는 보도를 봤다. 건설기계가 멈추면 건설현장도 멈출 수밖에 없다. 전체 화물차량 중 SCR이 달린 60%가 운행되지 않으면 그만큼 공기도 지연될 것이고, 일부 건설현장은 스톱되는 곳도 있을 것"이라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 차원에서 요소수 관리에 들어가면 건설기계에 돌아오는 몫이 적을 공산이 크다는 거다. 아무래도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해 택배 등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에 많이 가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요소 수출 제한을 결정한 핵심 이유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 과정에서 미국편에 선 호주가 중국으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해서다. 요소는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미중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요소수 대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형국인 셈이다. 또한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중국 내 석탄 소비량이 증가하고, 요소 생산량이 줄어들어 사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중국 정부에 요소 수출 관련 협조를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동시에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요소수 수급을 해결하는 방안, 러시아산 수입 등 요소 수입 다각화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모두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대책이어서 연말연시 요소수 품귀 대란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우선 요소수 유통 라인을 파악해 사재기, 가격 담합 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공공공사 공기 조정, 민간공사 요소수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건설노조 측은 "요소 재고량이 최대 3개월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요소수 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고, 요소수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재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요소수 문제를 심화시켜 부당이득을 취하는 업자, 사재기 세력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또한 운행 중단에 대한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하고 공공공사 공기 조정, 민간공사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출 등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건설기계 노동자는 "너무 가격을 올려치고 있다. 요소수가 없다면서 자기 지인들한테만 파는 경우도 봤다. 사태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려면 유통업자들부터 잡아야 한다"며 "건설사 등이 요소수 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 보전을 운전사에게 해줄리 없다고 본다. 무리하게 요소수 없이 가동했다가 고장나면 그 수리비도 다 노동자 개개인이 감내해야 될 텐데, 여기에 대한 방안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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