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경쟁은 지나친 과열 양상…현금 확보 목적으로 증편 추세"
LCC, 4분기 적자에도 괌 노선 증편·특가까지…"리스크 커도 간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코로나19 이후 연일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곡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잇단 유상증자에도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인 가운데, 소량의 현금 확보를 위해서 국내선 항공권 출혈경쟁에 뛰어든 것. 최근 괌을 중심으로 한 국제선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국제선마저 출혈경쟁의 장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LCC, 제주도 티켓 1만 원대…손실에도 증편하는 이유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들은 당장의 현금 마련을 위해 국내선 초특가 항공권을 출시하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2022년도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과 가족을 대상으로 특별할인 이벤트를 실시한다. 탑승일을 기준으로 내년 1월 31일까지 수험생 본인은 30%, 동반자(1인)는 15% 할인된다. 예매는 오는 12월 17일까지 가능하다. 제주항공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JJ멤버스 특가’ 행사를 통해 국내선 항공권을 편도 총액 운임 기준 최저 1만7900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부산시·부산관광공사와의 협업을 통해 김포~부산 노선을 최대 50%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승객들은 이달까지 평일 김포~부산 노선 항공권을 예약하면 △5만 원 이상 결제 시 2만5000원 △3만 원 이상 결제 시 1만5000원 등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최근엔 올해 연말까지 제주도 왕복 항공권을 구매하면 10%를 할인하는 이벤트도 추가됐다. 현재 김포~제주 편도 항공권은 1만4000원 대의 초특가로 판매되고 있다.
진에어도 이달 말까지 티머니페이 5만 원 이상 결제 시 항공권 1만 원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면 선착순 2000명에게 카카오페이 전용 1만5000원 할인쿠폰도 증정된다.
LCC들이 출혈에도 불구하고 초특가 경쟁에 나선 이유는 올해 연말 항공권 예약 현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연말에 집중됐던 국제선 여객 매출이 회복할 기미가 없자 국내선 운항 증편이라는 고육지책을 택한 것. 항공기를 세워둬도 리스료·인건비 등 고정 지출이 계속되니 당장의 현금 확보가 급한 LCC들이 초저가 경쟁을 벌이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LCC 측의 설명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제주항공 등 LCC 실적 악화는 국제선 수요 회복이 미약한 상황에서 국내선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라며 “국제선 수요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아직은 업황 개선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국제선 증편은 현금 확보가 주된 목적이 맞다. 쉬는 것보다 항공기를 운항하는 편이 캐시 플로(현금 흐름) 등 경영 측면에서는 더 낫다”면서 “한정된 파이를 놓고 다수 기업이 경쟁하다 보니 과열 양상을 띄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CC, 4분기도 적자 행진인데…괌 티켓마저 30만 원대 초특가 전쟁
국내 LCC들은 올해 3분기 모두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상장 LCC 4곳의 올해 3분기누적 영업손실은 개별 기준으로 6672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5108억 원) 대비 30.6% 늘어난 규모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은 누적 영업손실 2473억 원을 기록했으며, 그 뒤를 △진에어(-1533억 원) △에어부산(-1479억 원) △티웨이항공(-1186억 원) 등이 이었다.
증권가에 따르면 LCC들은 올해 4분기 역시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4분기 기준 증권가 추정치는 △제주항공(-641억 원) △진에어(-428억 원) △티웨이항공(–361억 원) 등이다.
문제는 이런 경영 위기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 일환으로 시작된 일부 국제선마저 출혈 경쟁 양상으로 뻗어가고 있다는 것.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출입국이 용이한 괌 노선을 대상으로 LCC들의 증편과 특가 전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괌은 현재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PCR 음성 확인서 제출 시 자가격리 없이 바로 입국할 수 있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각각 주2회, 주1회씩 인천~괌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제주항공은 이달 주2회 괌 노선을 운항하다 오는 12월부터 주4회로 운항 횟수를 늘린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에어서울 △제주항공 △에어부산이 예정대로 운항을 재개하면, 내년 1월경 괌 항공편은 주16회까지 늘어난다.
에어서울은 최근 인천~괌 노선 탑승객 전원에게 제주도 편도항공권을 무료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에어부산도 왕복 항공권과 숙박비가 포함된 7박8일 괌 여행상품을 90만 원대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전 3박4일 괌 여행상품이 150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프로모션은 이례적인 가격이다.
제주항공은 내년 1월 31일까지 탈 수 있는 편도 항공권을 유류할증료·공항시설 사용료 포함 31만 원부터 판매하는 행사를 오는 12월 5일까지 진행한다.
업계에선 대부분의 수익을 국제선 여객에 의존하는 LCC들이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오히려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선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국제선은 델타 변이 등의 변수가 많기 때문에 내후년은 지나야 완전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출혈 경쟁) 리스크가 크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오는 2023년은 돼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항공 여객 수요가 회복될 전망이다. 최소 1년 이상 LCC들이 손실을 버텨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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