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신원재 기자]
<486 아날로그>는 내가 한 없이 고민하던 시절 노트에 긁적였던 흔적이다. 방구석을 정리 하다 찾게 된 노트 속에는 그 시절 나를 힘 들게 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 시절의 고민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을 해봤다. 지금은 추억이 돼 버린 그때의 고민들을 늘어놓고 독자들과 함께 해봤다. <편집자 주>
빗물 이야기
음울한 달빛
뿌연 창 밖으로 하늘에 닿을 듯한
전신주가 보인다.
뭔가 고백하고픈 밤이다.
숱한 흔적들로 얼룩져버린 순간들,
그리움이 인다. 괜시리-
속이 텅 빈 바람 한 점은
꼬리만 남겨둔 채 나를 떠났다.
누군가 좋아할 밤비가
가로등 불빛에 날린다.
빗줄기를 보면 누군가 생각난다.
키 작은 두 송이 장미가
외로워 보이는 까닭은 날씨 탓일까?
빛 바랜 커튼이 곁에 있고
하얗게 질려버린 미소가
찡하게 가슴에 되살아 박혀온다.
이 밤, 그렇지, 이 밤이 가기 전에
아니 이 밤이 다 가도록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하지만 그 어떤 생각도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슬프게도, 외롭게도 더 고독하게...
새벽이 뿜어댄 푸른 안개가
벌써 눈에 어린다.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이리라.
유리창에 세로로 그어진
물자국은 빗물이 아닌가 싶다.
진한 커피 한 잔 속에서
아침 빛에 되살아나는 것은
문득 생각나는 그 순간들,
파란 하늘 속
키 작은 빗물들의 모습. 85년 여름
詩를 읽으며…
요즘같이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은 어김없이 남성인 나도 갱년기를 느낄 정도다. 27~28년 전인 85년 여름에도 그런 이유는 뭘까?
재수생활은 멀쩡한 사람도 죄인으로 만든다. 밤새 공부를 해도 큰 능률이 없다. 그렇다고 그냥 말 수는 없다. 그런 게 당시 그들의 비애다. 그 당시 항간에서 인간은 나눌 때 사람(민간인)과 방위, 그리고 재수생으로 나눈다는 말도 있었다. 그냥 나이 어린, 아직도 시간적 통과의례를 다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 안타까움만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고 나도 그 대열에 있었던 것이다.
비는 조금 멀리서 거리를 두고 인간의 희로애락 전반을 어루만져 준다. 하지만 빗물은 직접 내곁으로 다가와 친구가 되고 지인이 되어줘 좋다. 그 빗물과 새벽까지 어제를 이야기하며, 초라하고 음울했던 하루를 맑은 슬픔으로 정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