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 정치 여권 진영의 신세계 불매운동에 앞서 옛날신문보기
-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소신과 딜레마, 수습 나선 이유는?
- 향후 또 불거질만한 이슈 ‘정치할까?’에 대해 주목해 봤다.
1. 옛날신문 보기
과거에는 대기업에 대한 이런 불매운동이 있었다.
노총, 삼성제품 불매 결의
한국노총은 9일 하오 2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노조대표자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악법개정 촉구및 삼성 규탄 전국 대표자 궐기대회를 갖고 삼성제품 불매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결의했다.
이날 대회에서 박종근 노총위원장은 궐기사를 통해 "노동악법 개정과 삼성 노조탄압 만행 규탄은 민족적이고 자주적인 노동운동의 존립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될 중대 과제"라고 강조하고 삼성 타도를 위해 삼성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해나가자고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서 복수노조허용반대 주 44시간 노동제 확립 등 13개 항을 결의했다.
이들은 대회가 끝난 뒤 하오 4시쯤 1백90여 대의 차량에 나누어 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중구 태평로2가 삼성그룹 본관 앞 등 2곳에 재집결, 삼성 가전제품을 불태우는 등 항의시위를 벌였다.
-경향신문 1988년 2월 10일 기사 중-
1987년 6월 항쟁을 거친 이듬해 민주주의를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열기가 고조돼가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엿볼 수 있다.
2. 대한항공 불매운동도
그간 대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일어났다. 몇 년 내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땅콩 회항’으로 촉발된 대중의 대한항공에 대한 불매운동이었다.
3. 신세계 불매운동 움직임
최근에는 신세계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여권 진영 지지자들 중심으로 신세계그룹 관련 이마트, 스타벅스, SSG. COM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커뮤니티나 페이스북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4. 정용진이 쏘아올린 멸공 이슈
불매운동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행보’ 가 발단이 돼 일어났다. 정 부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다. 재벌답지 않은 친근한 이미지로 젊은 층에 인기 많은 셀럽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76여만 명에 육박한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종종 ‘#멸공(공산주의를 멸망시킴)’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해시태그를 올리거나 관련 글을 게재했다.
‘멸공’이 이슈화된 것은 인스타그램에서 정 부회장이 올린 멸공을 주제로 한 게시물을 삭제하면서다. 이를 알게 된 정 부회장은 항의했다. 통신 조회 대상에 정 부회장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더 커졌다.
5. 정치권 ‘밈’ 현상으로
정용진발 멸공은 정치권에서 더 뜨거운 논란이 됐다. 이 문제를 ‘표현의 자유’로 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최근 장을 보면서 ‘멸공’이 연상되는 멸치와 콩을 샀다고 인증했다. 이를 계기로 ‘멸공’에 공감하는 챌린지가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잇따랐다. 반면 여권에서는 한목소리로 “일베 놀이” “극우”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불매운동은 이런 흐름 속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야권 진영 중심으로는 신세계 제품을 구매한 뒤 인증하는 반대급부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지만 말이다.
6. 소신과 수습 사이
신세계 주식은 그 과정에서 낙폭과 반등을 오갔다. 일부 만회하긴 했지만,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 여파가 컸던 10일에는 6.8%나 떨어졌다.
기업 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정 부회장 역시 소신과 수습 사이에서 고민하며 딜레마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9일 인스타그램에서는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북한)에 있는 애들을 향한 멸공”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앞으로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의 앞날을 내다본다면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 없이 사이좋게 멸공을 외치자”고 한 그다.
주식이 떨어진 뒤에는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에 부담을 가진 모습을 보였다. 그날(10일) 저녁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며 “사업하는 사람으로 살다 죽을 것이다. 진로 고민 없으니까 정치 운운 마시라”라고 적었다.
7. 정치할까? 새롭게 주목돼
정 부회장은 자신이 정치권에 소화되고 있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지만, 그럼에도 한동안 그의 정계 입문 여부는 잠재적 가능성으로 주목받으며 정치권 안팎을 달굴 전망이다.
재벌이라는 점이 한계가 될 듯하지만, 차차기 대선주자 감이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들도 전해지는 가운데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10일 통화에서 정 부회장의 정치 행보 가능성에 대해 “기회가 닿으면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 부회장은 인문적 소양과 뛰어난 스킨십을 가진 대중적 인물"이라며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치권에서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같은 날 통화에서 정치 할까 안 할까에 관심이 쏠리는 것 자체가 확대해석일 수 있다고 봤다. 신 교수는 “정 부회장은 “‘멸공 이슈’ 외에도 그동안 화제를 많이 일으키면서 자신의 기업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왔다고 본다”며 “이번 역시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정 부회장의 스타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p.s.
한편, 대선 정국에서의 ‘멸공 이슈’ 파급력 역시 관심사다. 신 교수는 “보수 우위로 가는 지형에서 멸공 이슈는 여권에서 공식 논평 내기도 어려운 사안”이라며 “야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름의 대선 전선이 형성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좌우명 : 꿈은 자산!